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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FBI, 내 금고까지 뒤져"…美 초유의 전직 대통령 압수수색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주하고 있는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8일(현지시간) 압수수색했다. 미 수사당국이 전직 대통령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혐의 개연성이 있을 때만 연방법원 판사가 발부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내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공화당도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거들고 나섰다.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가는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FBI, 트럼프 거주지 전격 압수수색...트럼프, "2024년 대선 출마 막으려" 정치 공작 주장

이날 FBI의 압수수색은 전례가 없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의 의사당 무장 폭동 사건, 2020년 대선 결과 조작 시도, 백악관 기밀 문서 반출, 탈세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압수수색을 단행한 FBI와 법무부는 정치적 파장 등을 감안할 때 마러라고 압수수색은 이번 한번만이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수색을 단행했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가 "내 금고까지 털었다"고 발끈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트럼프의 차남 에릭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FBI요원들이 "상자"를 찾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가 퇴임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등 15상자 분량의 백악관 기밀 문서를 무단 반출한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개인 성명을 내고 "미 대통령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며 "내 2024년 대선 출마를 간절하게 저지하고 싶은 급진좌파 민주당원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저질렀던 최악의 정치 조작 사건으로 평가받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닉슨은 이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폭로되면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그러나 닉슨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며, 트럼프 지지자들의 상당 수가 닉슨을 추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비유는 트럼프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에 처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화당도 트럼프를 엄호하고 나섰다. 케빈 메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FBI를 관할하는 갈런드 법무장관을 겨냥해 "법무부가 정치를 무기화하는 용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획득하면 이번 압수수색의 적법성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에선 법무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도 나온다. 

미국 정가에선 이번 압수수색이 트럼프의 공식 대선출마 선언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뜩이나 지난달 1.6 의회 폭동과 관련한 하원 특별조사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여기에 압수수색까지 겹쳤으니 조기에 대선 출마를 공식화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정치적 방패막이로 활용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벌써부터 트럼프 진영 내에선 이번 압수수색을 명분으로 정치 후원금 모금 캠페인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법조 전문가들은 이번 압수수색에 트럼프 진영 내의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던 시도들과 관련된 범죄 의혹, 1.6 의회 폭동 관련 의혹, 부동산 사업가 시절부터 제기됐던 대규모 탈세 의혹 등에 대한 증거물 수집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FBI가 8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주하고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했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 기자 "트럼프, 재임시 각종 문서 찢어 변기에 버려" 사진 공개

기밀 문서 반출과 관련해 '트럼프의 변기 사진'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매기 헤이비먼 <뉴욕타임스> 기자는 8일 트럼프가 재임시 주요 문서를 찢어서 변기에 버렸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사진 두장을 공개했다. 헤이비먼은 백악관 내부자로부터 백악관 관저 내 화장실과 해외 순방 당시 사용한 화장실의 변기에서 문서를 찢어 버린 정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입수했다면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대통령 관련 기록물을 임의로 훼손하거나 파기하는 것은 위법 행위다.

헤이비먼은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문서를 상습적으로 폐기한다는 사실을 일부 보좌관들은 알고 있었으며, 특히 백악관 배관공은 트럼프의 이런 행동 때문에 변기가 자주 막혀서 이를 뚫느라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트럼프의 실정을 고발하는 <신용사기꾼>이란 제목의 책을 10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헤이비먼 기자가 공개한 트럼프의 변기 사진. 문서를 찢어서 버린 흔적이 보인다. ⓒ헤이비먼 기자 트위터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