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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가 3월 4일 백악관 탈환한다"고 믿는 사람들

트럼프, 퇴임 후 첫 공식 연설 통해 '2024년 대선 재도전' 선언할 듯

아직까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선거를 도둑질 당했다"고 굳게 믿는 이들은 의외로 '좌절'하지 않고 있다. 오는 3월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영광스럽게 다시 백악관을 탈환해 '트럼프 제2기' 임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933년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취임일이 현재의 1월 20일로 바뀌기 전 대통령 취임일이 3월 4일이었다고 한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 중 다수가 신봉하는 음모론 '큐어넌(Qanon)'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물론 '큐어넌' 지지자들은 지난 1월 6일 대선 결과가 뒤집어져서 트럼프가 1월 20일 취임식을 올리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공개 처형을 당하고, 로스차일드가를 포함한 일부 부자들과 헐리우드 스타들, 민주당 정치인들로 구성된 아동 유괴 지하조직이 잡힐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신 바이든이 1월 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지난 1월 6일 의회 폭동 이후 펼쳐진 '현실' 속에서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음모론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극단적인 극우 음모론자들에게 '큐(큐어넌들이 믿는 예언자)'의 예언이 맞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충분히 드러난 것처럼 '큐어넌'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운동이라기 보다는 백인 인종주의에 기반한 문화운동, 좀더 냉정히 말하면 '사이비 종교'에 가깝다. '사이비 종교'는 현실 정합성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매우 유연할 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매우 강력하다. '사이비 종교'는 신자들에게 현실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가상 현실'을 보여주면 된다. 

2020년 선거에서 다수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트럼프는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 4년 동안 제도권 밖에 존재하던 극우 음모론자들의 다수가 공화당으로 침투했으며, 이제 공화당의 다수는 '트럼프주의자'들이 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장외로 나가면서 일부 극단주의자들과 음모론자들은 '애국당(Patriot Party)' 창당을 주장하며 공화당보다 오른쪽에 '제3당'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등장했다. '애국당'은 트럼프 퇴임 전후 일부 언론에서 퇴임 후 구상 중 하나로 '제3당 창당'을 언급하면서 등장한 이름이다. 현재 트럼프 측은 "제3당 출범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CNN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 중 일부, 특히 극우 무장세력인 '프라우드 보이즈' 조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 중심으로 '애국당' 창당 운동이 일고 있다. 

▲지난달 6일 국회의사당 폭동에 가담한 트럼프 지지자들. ⓒ<복스> 화면 갈무리

극우 백인 중심의 문화운동이자 사실상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트럼피즘'은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끊임없이 '법 테두리'를 넘나들었다. 따라서 워싱턴을 벗어나 플로리다에 둥지를 튼 '정치인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이미 트럼프 세력이 만든 '인식론적 틀'은 지지자들에게 깊이 뿌리 내렸다. 모든 공식적인 기관의 발표나 서술은 본질적으로 의심하고, 실제 지식은 인터넷을 통해 생각이 같은 이들과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만들어지며, 객관적 현실에서 어떤 일이 펼쳐지더라도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만을 믿는다는 태도는 '정치인 트럼프'의 존재와 무관하게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남부지역인 텍사스주에 몰아닥친 겨울 한파와 눈 폭풍에 대해 일부 트럼프 지지 주민들이 "바이든과 빌 게이츠가 만들어낸 가짜 눈"이라며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연방정부가 우려했던 예상 가능한 대정전 사태를 불러온 민영화된 전기회사, 전기, 수도, 도로 등 기반 시설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못한 주 정부와 의회, 한파로 수십명의 지역구 주민들이 사망했는데도 가족과 함께 멕시코로 휴가를 떠난 상원의원 등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빌 게이츠에게 이번 텍사스 참사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트럼프가 퇴임하면서 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 트럼프와 정치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대립했던 밋 롬니 상원의원(유타)은 23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2024년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는 모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온다면 아주 쉽게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롬니는 2020년과 2021년 있었던 두 번의 트럼프에 대한 탄핵재판에서 모두 '유죄' 표결을 하는 등 트럼프와 정치적 노선이 완전히 다르다. 그런 롬니조차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만큼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보수단체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 총회 마지막 날인 오는 28일 연설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미래에 대해 언급할 것이고 이는 자신이 다시 2024년 대선 후보로 나선다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퇴임 후 첫 공식 연설이 4년 후 대선 출마 선언이 될 경우, '큐'의 예언(3월 4일 백악관 탈환)이 이번에도 틀릴 지라도 열성 지지자들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22605155607731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