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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리더십은 '전문가에 맡긴다'...블링컨-설리번 조합 주목해야"

김동석 KAGC 대표 "한국, 성장한 문화적-외교적 역량 활용하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3일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발표했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국무부 장관으로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지명했다.

바이든 대선캠프에서 외교안보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해온 두 사람의 기용은 '깜짝 인선'은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하 직함 생략)을 보좌했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최측근 기용이라고 할 수 있다.

블링컨과 설리번의 기용에 대해 미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표방했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폐기하고 과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큰 진전을 이룬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예측 불허의 행보를 보여왔다. 

▲바이든 정부 첫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 ⓒAP=연합뉴스

바이든, 정통 외교관료 출신들 기용..."설리번은 힐러리 사람"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는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예측 가능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 '예측 가능성'이 한국 입장에선 과거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마찬가지로 '지루한 대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장점 중 하나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잘 기용해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블링컨과 설리번도 그런 케이스입니다. 역대 정부들에서 외교안보는 백악관이 주도하느냐, 국무부가 주도하느냐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때문에 오바마 핵심 측근이었던 탐 도닐런이 있는 백악관을 제치고 국무부가 주도했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은 블링컨과 설리번 두 사람에게 외교안보문제를 그냥 일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두 사람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대표는 28일 '섀도우캐비닛'(대표 김경미) 온라인 강연에서 바이든 인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김 대표는 국무장관으로 정치인이 아닌 미국 언론에서 "외교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평가를 받는 정통 외교관료가 지명된 것이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지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은 과거 언론기고 등을 통해 김정은에 대해 "가장 위험한 독재자"라고 평가하는 등 북한에 대해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이다. 블링컨은 북한 문제에 대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한 압박 정책, 비핵화 합의 마련을 위한 국제 사회 공조 등을 중시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블링컨에 비해 한국 언론에 덜 알려진 설리번에 대해 김 대표는 "힐러리 클린턴 사람"이라면서 더 우려를 표했다.

"설리번은 2020년 민주당 경선후보로 나섰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의 법무비서관 출신입니다. 클로버샤가 설리번을 힐러리 클리턴에게 소개를 했고, 2008년 클린턴 대선캠프에서 일했습니다. 예일대 출신의 젊고 영민한 설리번은 그때 클린턴 눈에 들었습니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설리번을 기용했고, 클린턴의 영원한 외교보좌관이라는 평가를 받던 리처드 홀부르크가 아프카니스탄 특사로 갔다가 2010년 지병으로 사망하자 설리번이 그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힐러리는 정책, 기획에 있어 설리번에게 많이 의지했고, 설리번은 클린턴 국무장관을 수행하고 전 세계를 다녔습니다. 클린턴이 국무장관을 사임한 후에는 설리번은 바이든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하다가 2016년 힐러리 대선캠프에 다시 결합했습니다. 설리반은 그만큼 힐러리 사람이라고 봐야 합니다." 

블링컨-설리번 모두 기업 컨설팅 일하기도...이란 핵 과학자 암살, 숨은 목적은 바이든 흔들기?

김 대표는 현재 국방부 장관, 백악관 예산국장 인선처럼 민주당 진보진영의 반대가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블링컨과 설리번도 진보진영에서 환영받는 인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설리번은 바이든 캠프에 결합하기 전에 우버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블링컨도 진보진영이 반대하는 국방장관 후보인 미셸 플로노이 전 국방부 차관과 함께 컨설팅 업체를 설립해 일하기도 했다.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24일 진보진영에서는 플로노이에 대해 블링컨과 함께 설립한 방위산업체 컨설팅회사인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WestExec Advisors)'가 국방장관 업무와 이해충돌을 일으킬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는 사실 정치인 출신이 국무장관으로 기용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정치인들은 정무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 이슈에 대해 더 접근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링컨은 정통 외교관료라서 그런 접근이나 사고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블링컨에게 한국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입니다. 블링컨은 과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는 북한과 미국이 2번이나 정상회담을 한 것은 팩트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 국가라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 때와는 다른 차원이 됐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돌파구로 삼을 수 있습니다."

바이든이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발표하는 등 정권 인수인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와중인 27일, 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어온 과학자 모센 파크라자데가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바마 정부 당시 블링컨과 설리번의 공동 작업 중 대표적인 것이 이란과 핵 합의(JCPOA)다. 바이든은 이란 핵합의에 대해 세계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있어서 가장 모범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이를 탈퇴했고, 이란도 이에 맞서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 바이든은 후보 시절부터 핵 합의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란은 이에 기대감을 표해왔다. 반면 지난 2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과거 핵합의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이란은 암살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하며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경우, 이는 트럼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언론들을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는 게 맞다면, 이번 사건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억제가 진짜 이유가 아니라 미국과 이란의 관계 복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리고 이는 이스라엘이 바이든으로 정권 이양이 마뜩치 않은 트럼프의 암묵적 동의 하에 감행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바이든 정부 첫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제이크 설리번 ⓒAP=연합뉴스

트럼프에게 한방 먹인 K-팝 팬클럽...한국, 포스트 코로나 이후 국제적 역할 커져 

지난 28일까지 4주에 걸쳐 '섀도우캐비닛'에서 진행된 이번 강연의 주제는 '한국의 정치 키즈들이 워싱턴 정치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2위다. IMF는 올해 한국이 10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잘 대처해 경제적 타격을 덜 입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적 위상에 비해 국제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 사이에 끼인 분단국가라는 정체성은 국내적 문제 이외의 다른 일에 대한 관심과 상상을 갖기 어렵게 했다.

분단이라는 과제는 여전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축적한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비중을 넓혀가는 일이 필요하다. 또 국제적 역량과 목소리를 키워야 분단과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과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1992년 LA폭동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한인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갖고 힘을 결집시키는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해서 30년 가까이 유권자 운동을 해온 김 대표는 온라인 강의 수강생들에게 한국 입장에서 달라진 워싱턴 분위기에 대해 강조했다.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가 이번 대선에서 틱톡을 중심으로 K-팝팬들이 트럼프 유세 반대 운동을 벌인 일이었다. 미국이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국가가 된 주요 원인은 트럼프 정부의 대응 실패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감염병 확산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대중유세를 강행했고, 그 시작이 6월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였다. 트럼프 캠프는 당시 온라인으로 유세 참가 신청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고 크게 홍보하면서 야외 유세까지 별도로 계획했는데 막상 유세장에 모인 인원은 6000여 명에 불과했다. 알고보니 K-팝 팬들이 집단적으로 참가신청을 한 뒤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노쇼 운동'을 주도한 것은 트럼프에 비판적인 미국 유권자들이지만 이들을 묶고 있던 연결 고리는 K-팝이었습니다. 제가 <뉴욕타임스>(NYT)를 가장 즐겨 읽는데,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문화면에 한국 관련 기사가 실리면 그렇게 반가웠습니다. 두어달에 한번 정도 실렸지요. 그런데 요즘은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 관련 기사가 실립니다. K-팝, 영화, 드라마 등에서 한국은 이제 국제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을 놓고도 많은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을 칭찬하고 부러워합니다. 제가 20여년 전 처음 미국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커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미국 내 한인들의 정체성의 변화를 통해서도 감지가 됩니다. 한국에서 이민 1세대는 소수자로 살아남기에 급급했고, 그러다보니 공동체 내에 다른 약자들과 연대할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면 미국 시민이면서 오히려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자신들도 이민자이고, 소수인종이면서 다른 이민자들이나 유색인종들을 무시하거나 거리를 두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대선에서 연령대가 높은 한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트럼프를 많이 지지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3세들의 인식은 다릅니다. 미국 시민이라는 인식, 소수자라는 인식이 분명하고, 이번 인종차별 반대시위 때 일부 한인 젊은 활동가들도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등 부모 세대와 정치적 차별성을 보입니다.

저희 단체가 매년 한인2세 대학생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2015년 행사 때 프로그램을 끝낸 한밤중에 학생들이 단체로 숙소인 호텔을 빠져 나가더라구요. 그래서 어딘가 따라가 봤는데 당시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일환으로 연방 국회의사당 앞에서 지난 여름에 돌아가신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인 존 루이스 의원의 철야농성장으로 단체로 합류를 하더라구요. 저는 그때 정말 큰 감동을 받았고 한인 2세들에게 크나큰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2세들은 인종문제에 대해 소수계들끼리 적극적 연대를 합니다. 정치적인 연대와 결집의 큰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한인 2-3세 젊은이들과 한국의 정치 키즈들이 서로 연대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미국의 젊은 세대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가 환경, 인권, 평화 등의 이슈입니다. 이런 이슈에서 두 나라 젊은이들이 연대하고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13006544352795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