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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상실' 트럼프 "우드워드, 빨리 보도해서 인명 구했어야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1월말부터 보고를 받고 알고 있었다는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같은 사실을 밝혔고, 우드워드는 오는 15일 신간 <분노(Rage)> 출간을 앞두고 일부 내용과 녹취록을 9일 CNN, WP 등을 통해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우드워드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트럼프와 18번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내용을 기반으로 책을 썼다. 그 인터뷰 중 지난 2월 7일 있었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코로나19에 대해 "치명적"이라면서 "이 질병이 독감보다 5배나 위험하다"고 밝혔다. 

우드워드는 관련 녹음파일을 CNN 등을 통해 공개했고, 많은 이들이 트럼프가 직접 우드워드에게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역설하는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트럼프의 발언은 앞서 1월 28일 있었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의 보고에 기반한 것이며, 우드워드가 사후 취재를 통해 확인한 안보보좌관실의 보고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 회의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은 코로나19가 트럼프 임기 내 가장 큰 안보 위험이 될 것이라면서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만큼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기 전인 지난 2월과 3월초 "바이러스는 사라질 것", "독감과 비슷한 질병"이라는 등 오히려 심각하지 않은 질병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나는 이 문제를 축소시키고 싶다"며 "공포를 조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트럼프는 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같은 발언을 한 사실은 시인했다. 하지만 그 의도에 대해 여전히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공포를 조장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일리 맥너니 대변인이 밝힌 백악관의 공식 입장은 "대통령은 바이러스를 평가절하한 적 없으며, 코로나19에 대해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트럼프의 최측근 의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TV를 통해 국민들에게 다 죽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냐"며 트럼프를 감싸기도 했다. 

바이든 "트럼프의 은폐, 미국 국민에겐 생사가 걸린 배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미시간주 선거유세에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았고 고의로 경시했다"며 "더 나쁜 것은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고 공격에 나섰다.

바이든은 "전문가들은 1주일만 빨리 움직였어도 3만6000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고 2주 빨랐으면 5만4000명을 구했을 것이라고 한다"며 "이 치명적 질병이 이 나라를 관통할 때 그는 자기 역할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국민에겐 생사가 걸린 배신이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무시로 생긴 것"이라며 "그는 자기 일(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우드워드와 함께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언론인 칼 번스타인은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행위에 대해 "살인을 야기한 직무유기"라고 규정하면서 공화당이 이를 감싸고 나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번스타인은 "이 문제에 대해 공화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며 "이를 무시한다면 공화당도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였던 아버지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연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크리스틴 얼퀴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거짓말은 부인할 수도 없고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대통령이 우드워드에게 개인적으로 한 말을 공개석상에서 미국인들에게 했다면 아버지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우드워드, 더 빨리 공개했어야 한다" 비판 쏟아져...트럼프도 슬쩍 가세 

한편, 우드워드가 지난 2월 인터뷰에서 나온 트럼프 발언을 9월초에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우드워드가 좀더 빨리 이 발언을 공개했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확진자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냐는 주장이다.

스콧 노버 기자는 트위터에 "2∼3월 인터뷰를 왜 책이 출간되는 9월에 알아야 하냐"며 "기자로서 우리는 공익에 복무하게 돼 있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우드워드가 자신의 책을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공공의 이익과 안전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사실을 묻어두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드워드는 이에 대해 WP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거짓말을 잘 하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한 취재가 필요했고, 지난 1월말 안보보좌관실의 보고 사실과 내용에 기반한 발언이라는 사실을 자신도 5월 말에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우드워드가 기자 윤리에 충실했는지는 분명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런 내용으로 우드워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문제가 있다. 트럼프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드워드는 내 발언들을 몇 달이나 갖고 있었다. 내 말이 그렇게 나쁘거나 위험했다면 왜 인명을 구하기 위해 즉시 보도하지 않았나"고 따져 물었다. 트럼프는 자신과 책 출간 전에 발언을 보도하지 않기로 한 약속은 없었다면서 "그는 (내 답변이) 좋고 적절하다는 걸 알았다"며 "침착하다. 패닉에 빠지지 말라!"고 자신의 언행이 정당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는 10일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은 미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나는 우리가 현재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110552554723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