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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8번 단독 인터뷰한 기자의 결론 "그는 다이나마이트"

"트럼프, 1월말 '코로나19, 스페인 독감처럼 될 것' 보고 무시" 폭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월 28일 최고위급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대통령 재임 중 가장 큰 국가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당시 안보보좌관실의 맷 포틴저는 트럼프에게 코로나19로 인해 1918년 스페인 독감에 의한 팬데믹만큼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 미국인은 67만5000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틴저는 트럼프에게 중국에서 무증상 확산이 일어나고 있으며, 감염자 중 50%가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그 당시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12명도 채 안되는 시점이었다. 사흘 뒤, 트럼프는 국가안보관실에서 제시한 조치인 중국 여행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나중에 자기 혼자 여행 제한 조치를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공개적으로는 바이러스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려고 했다. 2월은 잃어버린 한달이었다."

트럼프, 1월말 코로나19 팬데믹 가능성 보고 받은 뒤 묵살..."코로나19 사태, 내 잘못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을 올해 초부터 알았지만 이를 방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보도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신간 <분노(Rage)>를 통해 자세한 상황을 공개했다. 우드워드는 이 책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을 18번(2019년 12월 5일-2020년 7월 21일)이나 심층 인터뷰했다. 우드워드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소추안이 상원으로 넘어가던 때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돼 급속도로 악화되는 때였다.

우드워드는 1월말 안보보좌관실의 이처럼 충격적인 보고를 듣고도 근거 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혀 2월 한달을 허송세월한 트럼프에 대해 "리더십 시계를 새로 맞출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오는 15일 출간 예정인 이 책 내용의 일부를 CNN이 9일(현지시간) 입수해 보도했다.

트럼프는 또 2월 7일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매우 놀랍다"고 얘기하면서 이 질병에 독감보다 5배나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첫번째 기자회견을 연 날(2월 26일)보다 20일 가까이 빠른 시점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번째 사망자는 2월 27일 발생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3월 중순 이후 한동안 매일 열었던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독감 같은 것", "바이러스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대수롭지 않게 말했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는 600만 명, 사망자는 19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가 됐다.

트럼프는 3월 19일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축소시키고 싶었다"며 "나는 공포를 조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문제를 축소시키는 대신에 신속한 대응과 함께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등과 관련된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더라면 수만 명의 사망자 발생을 막았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드워드는 5월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지난 1월말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이 코로나19에 대해 '가장 큰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지적한 보고에 대해 기억하냐고 묻자 트럼프는 얼버무렸다고 한다. "아니, 기억 못한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확실하다. 그는 멋진 사람이다."

트럼프는 7월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우드워드에게 "이 바이러스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내 잘못이 아니다. 중국이 이 빌어먹을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미국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트럼프, 김정은과 27통 친서 주고 받아

우드워드는 이 책을 통해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고 받은 친서(트럼프는 이를 '연애편지(Love letter)'라고 표현했다가, 최근에는 이 말을 취소했다) 27통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중 25통은 공개 보도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CNN이 밝힌 이 편지들의 내용에 따르면, 김정은은 친서에서 트럼프를 여러 차례 "각하(Your Excellency)"라고 불렀다. 또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다른 편지에서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은 마법 같은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내 XX 장군들은 계집애들이다"...한국과 미국 주둔비 협상 관련 불만 제기

최근 트럼프는 참전용사들을 "패배자(loser)", "호구(sucker)"라고 비하했다는 폭로 기사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트럼프는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짐승이나 할 소리"라고 자신이 했다는 말에 대해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우드워드는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와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트럼프는 군 장성들에 대해 한 회의에서 "내 XX(F--ing) 장군들은 계집애들이다(a bunch of pussies, 여성 성기에 빗댄 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군 장성들이 무역 거래보다 동맹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자신의 업적으로 나토(NATO)와 한국에서 미군 주둔비용을 크게 올렸다는 것을 꼽았다고 한다. 그는 "그건(미군 주둔비 협상) 끔찍한 거래야. 돈이 너무 많이 들어. 100억 달러가 들어. 우리는 호구(suckers)야"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임자들도 비하 "부시는 어리석은 악당, 김정은도 오바마를 '멍청이'로 생각해"

트럼프는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전임 대통령에 대해서도 깎아내렸다고 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멍청한 악당처럼 보인다"고 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는 오바마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과대평가 됐다. 나는 그가 명연설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드워드에게 김정은도 오바마가 "멍청이(asshole)"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6월 전국적으로 번진 인종차별 항의시위(Black Lives Matter)와 관련해 우드워드가 실제 미국사회에 존재하는 제도화된 인종차별의 문제와 흑인들의 분노와 고통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하자 트럼프는 "쿨-에이드를 먹었군요. 맞죠? (Kool-aid, 미국의 청량음료 분말 상품명이나 좌파적 성향, 이데올로기를 비꼬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라면서 자신이 노예제도를 폐지한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 다음으로 흑인 공동체를 위해 한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우드워드 결론 "트럼프는 다이너마이트...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

우드워드는 미국 언론인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인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기자다. 그가 트럼프를 이처럼 심층 인터뷰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18년 트럼프 백악관의 혼란상을 폭로하는 책인 <공포> 때문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트럼프는 공공연히 자신에 대한 책을 쓰면서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우드워드를 비난했고, 우드워드가 신간을 준비하면서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에 동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결과적으로 그의 심층 인터뷰는 자신에 대한 변호나 홍보보다는 오히려 자기 폄하에 가까운 고백이 됐다. 이 책은 코로나19, 인종차별, 군과의 불화 등 2020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현재 트럼프를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한 그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드워드는 18번의 인터뷰를 마친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트럼프는 우드워드에게 국가 운영과 관련해 "모든 문 뒤에 다이너마이트가 있다"며 그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이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문 뒤에 있는 다이너마이트"라면서 "그 일(대통령)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고 결론 내렸다.

▲곧 출간될 우드워드의 신간 <표지> ⓒCNN 화면 갈무리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1006270294011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