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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무현

노무현 자택 개방 기자회견 (2002.8.19)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대통령후보가 된 후 처음으로 18일 자택을 공개하며, 정가의 최대화두인 신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노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이인제 의원진영의 탈당을 막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주위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몽준 의원과의 대통령-총리 권력균점 카드에 대해서도 일단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노 후보는 그러나 정몽준 의원에 대해 호의적 평가를 하면서 국민경선 참여를 재차 촉구함으로써, 정 의원이 경선에 참여할 경우 그와의 권력균점 등 구체적 연대방안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배 고파 밥 달라면 줄 수도 있으나 밥상 엎자는 데는 응할 수 없어"**

노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자택에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부인 권양숙 여사가 마련한 비빔밥으로 점심을 함께 하며 당안팎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자택 개방은 후보가 된 이후 처음으로, 노 후보는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고 참모들이 하라 하데요"라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을 사느냐가 사람의 의식을 좌우하며 동시에 사람은 의식에 맞게 주변 환경을 꾸민다"라면서 "나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신당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미로찾기'에 비유하며 결론은 '사필귀도(事必歸道)'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 후보는 일각의 탈당 조짐과 관련, "미로에서 길찾기와 비슷해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다시 돌아와 길이 있는 곳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며 탈당 움직임이 대세를 이루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 후보는 또 이인제 의원진영이 제기하고 있는 선(先)후보 사퇴론'을 "배고파 밥을 달라고 요구하면 타협할 수 있지만 밥상을 엎자는 데 응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노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이인제 의원 진영의 탈당 움직임이 대세를 이루지 못할 것으로 판단, 이인제 진영의 탈당을 막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 의원과 빅딜은 안하겠다. 그러나 정 의원이 경선에 참여하면..."**

노 후보는 항간에 떠도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전제로 한 정몽준 의원과의 빅딜 가능성에 대해 "나는 대통령할 테니 당신은 총리하라는 식의 빅딜은 안 된다"며 "정권을 재창출한다 해도 총리는 치열한 경쟁과 국민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부인했다. 

노 후보는 정 의원에 대해 "13대 국회의원 시절 만났을 때는 '훌륭한 분이지만 나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지향과 상황인식을 지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요즘 하는 말을 보니 변화하고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연대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노 후보는 정 의원에 대한 생각이 바뀐 근거로 "나도 많이 달라졌고 사회적 환경도 변했다"고 설명했다. 

노 후보는 "그 분(정몽준 의원)도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국민경선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며 신당의 국민경선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노 후보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정몽준 의원과 막후 타협이 아닌 공개적 국민경선을 통한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돼, 앞으로 정 의원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요즘 경제서적을 틈틈이 읽고 있다"**

노 후보는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오찬 내내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밝히길 꺼렸다. 특히 신당 창당 시한, 제3신당 창당시 통합가능성 등에 대해 "나는 가정적 판단 하에 얘기하곤 했는데 그게 도리어 발목을 잡게 되는 것 같다"며 "'가정적 판단'을 끊어버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의 명륜동 자택은 지은 지 10여년이 지난 40여평 규모의 빌라로, 지하 창고와 주차장 등을 합쳐 65평을 사용하고 있다. 노후보는 "지난 97년 여의도 47평형 아파트를 팔아 이 집으로 이사왔다"며 "당시 종로(보궐선거)를 목표로 하고 이사왔는데 그 뒤로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있었다"며 자택에 얽힌 사연을 밝혔다. 

노 후보는 거실 한쪽을 가득 메운 책장을 보고 기자들이 독서를 많이 하냐는 질문에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재선 전략 보고서인 <디브리핑>, 강봉균의 <한국경제 발전방향>, KDI에서 나온 <비전 2011> 등 경제서적을 틈나는대로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정동채 후보 비서실장, 이낙연 대변인, 김현미 부대변인 등도 배석했다. 노 후보는 오는 22일 저녁에도 담당기자(마크맨)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는 등 한차례 더 자택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