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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무현

출판계에서는 노무현이 대통령?

‘노무현 서적’ 14종 출간, 4권 이상 더 나올 듯(2002.8.26)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노무현과 자존심>, <노무현과 안티조선>,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 - 노무현 필승론>,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우리들의 비밀암호 노무현을 부탁해>, <노무현도 못 말려>, <노무현이 만난 링컨>, <유쾌한 정치반란, 노사모>...

출판계에서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다. 

지금까지 나온 노무현 관련 서적은 모두 14종. 앞으로도 4-5권의 책이 더 나올 예정이다. 최근 노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판매고가 많이 떨어졌지만 1만권 이상 팔린 책도 4권이나 된다. 

국내에서 한 정치인을 주제로 이처럼 많은 책이 짧은 기간 안에 쏟아져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정치인 스스로 자신의 선전을 위해 펴내는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특이한 현상이다. 

***"노무현의 상품성과 대중성에 기인한 현상"**

<노무현 : 상식과 희망>을 낸 '행복한 책읽기' 출판사 임형욱 대표는 "노무현 서적 출판 붐 현상은 정치인 노무현이 가지고 있는 상품성과 대중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민주당 국민경선에 참여했던 한 정치인의 경우 대필 작가가 쓴 원고가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을 정도로 출판계에선 시장성이 최우선 잣대다. 

"보통 정치인들은 각종 선거를 앞두고 출판사에 몇천부, 몇만부를 팔아주겠다고 미리 약속을 하고 책을 내는 것이 관례였다. 또 대부분 비싼 돈 주고 대필 작가에게 원고를 맡겼다. 그러나 노무현 관련 서적들은 노 후보와 상관없이 출판사 측에서 기획한 책들이다. 이런 현상은 출판계에서 유일무이하다."

'노무현의 상품성'은 판매량에서도 드러난다. 지금까지 나온 노무현 관련 서적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강준만 교수가 쓴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이다. 작년 11월에 나온 이 책은 4만부 가량 팔렸다. 

또 <노무현 : 상식 혹은 희망>(노무현 외. 행복한 책읽기),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 - 노무현 필승론>, <노무현과 자존심>(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등이 1만부 넘게 팔렸다.

***'노풍' 사그러들자 판매부수 급감**

그러나 '노풍'이 사그러들면서 노무현 관련 서적들의 판매도 부진한 상황이다. 올 3월에 나온 <노무현 : 상식 혹은 희망>의 경우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해 두달동안 1만여부가 팔리던 것이 '노풍'이 사그러든 이후 불과 1천부가 더 나갔을 뿐이다. 

한동안 뜸하다가 8월 들어 <우리들의 비밀암호 노무현을 부탁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노무현도 못 말려> 3권이 출판됐으나 이중 <노무현을 부탁해>만이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노 후보 지지도 추락과 함께 노 후보의 '상품성'이 많이 떨어졌지만 출판계에서 노무현 서적 출간 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첫주에 노 후보가 직접 쓴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와 시사평론가 유시민씨가 쓴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가제)가 출판될 예정이다. 

또 국민경선부터 지난 4개월 동안 노 후보를 밀착 취재해 그 기록을 정리한 책, 그리고 노 후보의 연설문 및 노 후보 홈페이지(www.knowhow.org)와 노사모(www.nosamo.org) 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글을 모은 책도 조만간 출판된다. 

이밖에도 노 후보 관련 책 2-3권이 더 기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관련 책 한 단계 높여**

노무현 관련 서적들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홍보용 책자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던 기존 정치인 관련 서적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11일 발간된 <우리들의 비밀암호 노무현을 부탁해>의 저자 공희준씨는 "기존 정치인 관련 서적들은 정치인 본인 아니면 동원된 열렬한 지지자들이 쓴 자가발전적 성격이었다면 대부분의 노무현에 대한 책들은 '노풍'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현상을 분석한 정치비평서"라고 지적했다. 

"기존에는 정치 평론을 쓰려면 모 대학 정치학과를 나와서 모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가고...이런 도식이 있었다. 이런 코스를 거쳐야만 정치평론가로 인정받고 잘 나갈 수 있었다. 이걸 깨고 싶었다. 보통 평범한 사람도 정치평론을 할 수 있다는 작은 신화를 창출하고 싶었다. 

정치인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은 우리사회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은 정치인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은 소위 '그들만의 정치'를 끝장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 신문 대자보(www.jabo.co.kr)와 딴지일보(www.ddanzi.com)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칭 '주류 영화평론가를 지향하는 비주류 정치평론가' 공희준씨가 밝힌 자신이 집필 이유다. 

물론 개중에는 '노풍'에 기댄 함량미달의 책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 관련 서적들은 홍보책자에 불과했던 정치인 관련 서적의 새로운 모델과 지향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출판계의 '노풍'이 아직 유의미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