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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명박

“아들 문제 대통령이 나서라”

[인터뷰] 이명박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2002.4.23)


이명박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23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갖고,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아들들 문제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엔 너무 심각하며 우리 국민 전체가 도덕 불감증으로 갈 우려가 있는 근본적인 문제"라며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이 야당 총재 때 했던 발언들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지나치게 정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엔 '노풍'은 "노무현 후보에 대한 평가라기보단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 심리"다. 따라서 "과거 3김 정치를 벗어나길 원하는 국민들에게 노 후보가 지나치게 DJ의 후계자 같은 모습을 보이면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대해 "어느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기 힘들지만 이회창 후보 이외에 다른 후보들도 선전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른 후보들이 선전해야 당에 도움이 되고 이긴 사람도 교훈을 얻는다"며 "이런 지적을 소화할 수 없다면 이회창 후보 본인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경제시장 CEO 이명박'을 슬로건으로 들고 나온 그는 "지방 정부는 경제활동의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것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청계천 복원 사업'을 최대 공약으로 꼽았다. 청계천을 복원해 서울을 동북아의 세계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이다. 

또 이 후보는 "국회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니까 20대도, 70대도 할 수 있지만 5만명을 거느리는 공공기관의 장은 다르다"면서 "나는 현대건설이라는 방대한 조직을 다뤄봤고 경영 마인드도 갖췄다"며 민주당 김민석 후보에 비교해 '경륜'을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정관용 정치에디터가 진행한 인터뷰는 광화문 이명박 후보 선거 캠프에서 2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50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왜 서울시장이 되려고 하는가.

이명박 : 솔직히 이야기해서 서울시장을 통해 그 다음에 정치적인 도약을 하려는 생각이나 정치인으로 한번 뜬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것이다. 

나는 두 가지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서울은 인구 1천1백만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도시지만 삶의 질은 형편없다. 통계를 보니까 전세계 2백17개 도시 중 90위라고 하니까. 내가 1959년에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그때 모습 그대로인 곳도 많다. 내가 그런 밑바닥 생활을 할때 일자리와 잠자리, 이 두 가지가 가장 절실한 문제였다. 그렇게 야간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생이 됐는데 이태원 재래시장 사람들이 청소원 자리를 줘서 학비를 벌고...다 없는 사람 도움 받아 공부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뭔가 희망을 주고 싶다. 나도 그들과 같았고. 그 모습 그대로 놓고, 북한을 도운다 남북통일을 한다, 그 전에 나는 해야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나는 이런 소명의식을 실현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대학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갔는데 정확히 종업원이 98명인 회사에 들어가서 세계적인 회사로 키워가는 일을 해봤다. 게다가 현대건설 일을 할 때 서울시 일에 많이 참여해봤다. 그래서 내가 서울시 일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야당 후보로서 현 고건 서울시장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이명박 : 전통적인 평가로 무난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가장 잘한 사람 같다. 그러나 21세기의 가장 큰 특징은 변화인데 역동적으로 변화를 시키는 데 적합한 인재는 아니라고 본다. 

얼마전 고건 시장이 시장선거에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언론과 인터뷰 한 것을 봤다. 차기 시장으로 어떤 사람이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첫째 이제는 경영자가 됐으면 좋겠다. 둘째 도시가 발전해 나가는 데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이해갈등을 현장에 나가서 잘 조정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셋째 도시를 10-20년 내다보면서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을 가지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했다. 

근데 민주당에는 어떤 사람이 나와도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없다. 내 생각엔 고 시장이 떠나면서 초당적으로 자기의 느낌을 말한 것이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이번 선거의 슬로건은 정했나. 

이명박 : '경제시장 CEO 이명박'을 강조한다. 최고의 효율과 이에 대한 공정한 배분, 고객에 대한 감동적인 서비스. 이런 것들이 행정에 필요하다고 본다. 또 경제가 활성화된 활기찬 서울. 사람 중심의 편리한 서울. 서민을 위한 따뜻한 서울. 이 세 가지를 모토로 한다. 

프레시안 : 경제를 강점으로 내세우는데 중앙정부마저도 경제에 개입하는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자체장인 서울시장이 경제를 살리는 몫이 얼마나 크겠나.

이명박 : 지방정부는 경제활동의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것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는 철저한 경쟁이다.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동북아에 세계 거점을 만드는 데 도쿄 시장, 베이징 시장과 경쟁해야 한다. 

나는 그 거점의 하나로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거점은 도심이어야 한다. 이런 추세를 모르는 사람들이 상암동 등 변두리 땅을 개발해 외국 기업한테 들어가라고 하니까 안 들어가는 거다. 내가 지난 2월 직접 답사를 가 보았는데 이건 정말 필수적으로 해야 되는 사업이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그렇고, 교통안전이나 도심 개발 측면에서도 그렇다. 

프레시안 : 얼핏 생각해도 청계천 복원은 대대적인 사업이다. 임기 4년동안 어디까지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명박 : 역대 정치가들이 임기 중에 끝내겠다는 욕심 때문에 사업을 날림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백년대계도 아니고 천년대계다. 어쩌면 청계천 자체를 자연 그대로 복원하고 그 바깥에 차도를 만드는 정도는 내 임기 중에 할 수 있다. 그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고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지금 청계천 보수 예산만 1천억원인데 3천6백억원만 있으면 된다. 내가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한다고 하니까 외국 금융기관 몇 곳이 돈을 대겠다고 찾아왔다. 구체적으로 어디라고 밝히긴 힘들지만 이미 우리 캠프의 금융전문가를 통해 1차 면담을 했다. 

프레시안 : 청계천 복원은 걸리는 문제가 많고 따져야 할 문제도 많은 총체적 프로젝트인데, 이 후보가 70년대식 밀어붙이기로 하다가 부작용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명박 : 서울시민의 75%가 찬성을 한다던데 주로 청계천 주변의 영세상인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사를 하면 2년동안 장사해 먹기는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청계천 가운데 고가도로를 중심으로 차단막을 치고 그 안에서 공사를 할 것이다. 그러면 양쪽 2차선은 그대로 살아있으니까 주변 상가에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다. 공사가 끝난 다음에 주변 환경의 변화는 시장 논리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다. 자연발생적으로 환경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지 억지로 뜯어내고 그렇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프레시안 : 인터뷰 초기에 서울시장을 정치적 발판으로 생각하고 출마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상대 후보인 김민석 후보를 염두에 두고 한 말 같다. 김민석 후보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그리고 김 후보에 비해 이 후보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명박 : 나와 김민석 후보는 학생운동을 했다는 점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차별화된다. 김민석 후보와는 15대 국회에서 같이 활동을 해봤는데 유능한 국회의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막상 시장후보가 되겠다고 하니까 다른 관점에서 평가할 만한 정보가 없다. 다만 국회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니까 20대도 할 수 있고 70대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5만명을 데리고 있는 공공기관의 장이라는 자리는 좀 다르지 않나. 나는 방대한 조직을 다뤄봤고 마인드 자체가 경영 마인드를 갖췄다. 

프레시안 : 민주당 대선경선과정에서 '노무현 바람'이 불면서 서울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노풍'이 왜 분다고 생각하나. 

이명박 : 글쎄, 나는 노무현 후보를 현대에 있을 때 80년대 말에 경험했고, 15대 국회의원 종로구 보궐선거 때 이종찬하고 세 명이 싸웠고. 난 노풍이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 심리가 아니냐 이렇게 본다. 우리 국민들이 노무현 의원이 어떤 사람인가 진정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근데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로 트랜드가 그렇게 굳어진 것이라면 그대로 가지만 돌풍은 또 돌풍으로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풍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를 보면 내가 앞서 나가다가 떨어지긴 떨어졌는데 그 표가 상대후보로 간 것이 아니라 유보적인 입장이 늘었다. 

프레시안 : 노무현 후보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명박 : 내가 만났던 두 번의 경험을 가지고 노무현 후보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편견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후보로 결정되고 나면 국민들이 검증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은 여야를 떠나 과거 3김시대를 빨리 벗어나기를 가장 원한다. 그런 측면에서 노무현 씨가 너무 DJ의 후계자 같은 모습이 아닌가. 지금 대통령 세 아들들의 비리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태도도 너무 정치적이다. 노 후보가 정말 변화를 요구하는 이 시대의 대표자가 아니라 DJ의 뒤를 따르겠다면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대통령 아들들 문제로 여야가 극한적인 대립을 벌이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이명박 : 대통령 아들들 문제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엔 너무 심각하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 국민 전체가 도덕 불감증으로 갈 우려가 있는 근본적인 문제다. 김대중 대통령 야당 총재 시절 아들의 문제는 아버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 전에는 심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원칙적으로 옳은 말이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나서야 된다. 

프레시안 : 자주 듣는 질문이겠지만 상당한 재산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 나는 청빈론자가 아니라 청부론자다. 요즘 세상에 청빈론자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줄 수 없다. 문제는 요즘 젊은이들이 사회가 부도덕하니까 부도덕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지. 나는 26년 동안 현대에 근무하면서 단 1시간도 내 개인 돈을 벌겠다고 써본 적이 없다. 회사가 잘되도록 일했을 뿐이다. 그 결과로 회사가 나에게 제공한 재산을 그대로 갖고 있다 보니까 평균 1백배가 올랐다. 

프레시안 : 재테크를 안 했다고 하는데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재테크를 하려다가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이명박 : 그거 무혐의로 다 밝혀진 문제다. 내가 미국에 가서 보니까 인터넷 뱅킹이 21세기 미래 산업으로 유망한데 한국은 깜깜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일부 투자를 해서 미국에 그 분야에 경험이 있는 386 세대하고 미국 교포 젊은이들하고 한국에 이 기술을 전수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내가 철수했다. 386세대들은 수단은 중요하게 생각 안하고 목적만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역시 그 친구가 나중에 말썽을 일으켰다.

프레시안 : 그게 '옵셔널 벤쳐스'라는 회사...

이명박 : 어, 나는 이름도 못 들어보고 다 내가 떠난 다음에 일어난 일인데.

프레시안 : 고 정주영 현대 회장과의 관계 때문에 물어보겠는데 정몽준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명박 : 정몽준 의원 본인이 생각할 때 '지금 나오겠다고 하는 사람보다 내가 낫다' 그렇게 평가되면 나올 수도 있겠지. 그런데 월드컵 대회 끝난 다음에 결정하겠다고 하니까 끝나봐야 알 수 있겠지. 또 어떤 여건이 달라질지 모르니까.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 :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말은 지방선거 전후 과정에 정계개편설을 염두에 둔 건가. 

이명박 : 나는 지역적으로 중부당이다 호남당이다 이런 식은 3김 시대의 답습이니까 지양해야 된다고 본다. 차라리 이념이나 정책 정당으로 재편되는 것은 발전이라고 보여진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힐 수 있나. 

이명박 : 누구를 지지한다는 것은 내부에 영향을 주는 문제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우리 당에서는 이회창 씨가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내부에 다 있다. 그런데 나는 다른 후보들이 선전을 하기를 바란다. 내가 어제 이부영 후보를 미는 젊은 의원들이 찾아 왔기에 '당내 분위기에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라. 선전을 해야 당에 도움이 되고 이긴 사람도 얻는 교훈이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처음으로 그런 얘기를 들어봤다고 한다. 

프레시안 : 그렇게 말하는 게 이회창 후보에게 좀 밉보이지 않겠나.

이명박 : 그걸 소화를 할 수 없으면 본인 탓이지. 최병렬 의원에게도 선전하라고 말했다. 이부영 의원한테도 '당신이 6.3세대의 대표자로서 소신대로 당당하게 하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 서울시장이 되고 나면 정말 이후에 대통령 후보로 나가볼 생각이 없나. 

이명박 : 정치라는 건 항상 유동적이다. 지금 상황에서 서울시장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최우선이지. 소명을 가지고 경영마인드를 국가경영에 도입하는 하나의 시범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