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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을 노리는 반기문이 넘어야할 '산'은?

대권을 노리는 반기문이 넘어야할 '산'은?


(20일 방송에선 여권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전 '시사브리핑'과 달리 기록의 의미가 커서 올려봅니다.)


(방송 바로 듣기 : http://www.podbbang.com/ch/6721?e=22081666)


1. 반기문 누구인가? 공무원의 롤 모델

 

반기문 사무총장은 1944년 충청북도 음성에서 태어났습니다. 올해 만 72. 내년에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만 74세의 나이에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고령입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1970년에 외무고시에 합격하면서 외교관을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외교관을 시작할 때, 태어난 1970년생의 올해 나이는 46. 그러니까 반 사무총장은 무려 46년간 사회 활동을 해온 원로 중의 원로인 셈입니다.

 

반 사무총장은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 대통령 등 세 명의 군인 출신 대통령과 최규하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등 총 7명의 대통령 밑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군인 출신 독재자도 좋아하고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도 좋아한 셈입니다.

 

이렇게 반기문 장관이 외교부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가 대표적인 미국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외교관 재직 중에 미국 하버드 대학교 유학, 미국 대사관 근무, 미주국 국장 등을 역임하면서 외교부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자리매김합니다.

 

하지만 그가 유엔 사무총장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습니다. 그는 외교통상부 장관 경력을 발판으로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나가서 당선됩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의 지원이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2.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그렇다면,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성적표는 어떨까요?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역할은 유엔 사무총장이 칭찬만 듣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는 아주 박합니다. 단적으로 딱 두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시장 친화적인 잡지로 알려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201652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가장 우둔한 역대 최악의 총장.”

 

미국의 국제 관계 전문 잡지 <포린폴리시>200972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놓고서 비슷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는 너무 무능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라며 그가 국제 지도자가 된 것은 세계적 불운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렇게 박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를 앞장서 조정하기보다는 주로 미국의 말만 따르기 때문입니다.

 

3. 여권 유력 후보 반기문

 

그렇다면, 성공한 공무원이긴 했지만 정작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뜨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첫째, 현재로서는 새누리당 등 여당에 마땅한 대통령 후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이회창-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강력한 후보가 계속해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이후로 또렷한 대통령 후보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여당 대통령 후보로 부상한 것입니다.

 

둘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성적표가 어땠든 간에 전 국민의 상당수가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반기문을 알고 또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반기문 사무총장의 고향이 충청도인 것도 중요합니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도는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 충청도민 사이에서는 이제 충청도 출신 대통령이 한 명쯤 나와야하는 것 아니냐는 열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반기문 총장이 최초의 충청권 대통령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기문은 어떻게 여권주자가 될 것인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밝힌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썰전>에서)


"반기문은 절대 새누리당에 들어가지 않는다. 3지대에서 머무르다가 새누리당 경선을 통해 새누리당 후보가 정해지면 무소속 후보가 된다.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보수후보 단일화를 압박. 새누리당 후보와 반기문 사이의 단일화를 통해 검증을 거치지 않고 여당 후보 자리를 획득한다."

 

4. 대권주자 반기문이 넘어야할 장애물은?


(1) 노무현

 

하지만 반기문 사무총장이 대통령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두 가지가 문제입니다. 바로 노무현미국입니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은 그를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데도 전폭적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이 반기문 사무총장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깔아준 꽃길을 밟으며 승승장구한 사람이 정치적인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는 데 대해 본인도 부담이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로부터는 배신자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겠죠.

 

이런 심적 부담 때문이었는지 반기문 사무총장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에 반기문 사무총장은 딱 한 번 그를 찾았다고 합니다.

 

둘째, 노무현 정부 때 외교통상부 장관을 하면서 했던 실책이 불거질 가능성도 큽니다.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으로부터 들은 중요한 정보(미국은 북한과의 평화 협정에 관심이 있다)를 듣고서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정도를 상관인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커다란 실책을 저지른 것이죠.

 

또 김선일 씨가 이라크에서 이슬람 무장 세력에게 피랍되었을 때, “위험 지역에 가면 국민 스스로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서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김선일 씨는 그후 끔찍한 죽임을 당했죠.

 

(2) "반기문은 천성적으로 미국의 모든 것에 동조적이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외교부에서 승승장구할 할 수 있었던 미국통도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2011년 정보 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의 비밀 외교 전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미국 전문가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인 반기문은 () 미국인과 미국의 가치, 미국 정부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천성적으로 미국의 모든 것에 동조적이라는 것이다. ()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서부터 주한 미군 기지 반환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한국에 뭔가 필요한 게 있을 때 우리는 반기문을 찾았다. 그는 언제나 동조적이었고 도움이 됐다.”

 

실제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있던 때 주한 미군 기지 반환 문제 등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행보를 취한 정황이 있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우리의 동맹국이지만, “미국의 동조자평가를 받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걸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지가 쟁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재 정부와 문민 정부할 것 없이 신념없이 시키는 대로만 해왔던 공무원이 과연 자기만의 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도 있습니다.

 

(3) 과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인가?

 

반기문이 과연 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일까요? 더 나아가 현재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를 푸는데 적합한 인물인가요?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반 총장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 논란이 됐는데, 이런 의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은 반 총장이 지난 5월 말 한국을 방문해 언론이 국민을 계도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포장만 달리한 국민개돼지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반기문 UN사무총장...‘우리나라 레벨이 낮다. 레벨 올리려면 언론계도가 중요하다고 했답니다“‘계도라는 건 남을 일깨운다는 뜻인데, 결국 국민을 계도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지요?”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 국민은 언론에 계도받아야 할 레벨 낮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내 생각엔 오히려 반 총장이나 주류 악성언론의 레벨이 낮아 계도받아야 합니다라며 한국민은 레벨 낮아 언론계도 대상이라는 반 총장의 말은 포장된 국민개돼지론일 뿐이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 사무총장은 지난 525일 제주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한국은 꽤 지평선을 넓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제 기준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면서 세계 속 한국은 레벨이 훨씬 더 낮다. 그런 면에서 언론의 역할, 국민을 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4) 유엔 결의안 위반 논란

 

<프레시안> 검토 결과,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946124일 제1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Terms of appointment of the Secretary-General, 결의안 번호 A/RES/11(I))'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여러 나라들의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직위이기 때문에 최소한 퇴임 직후에는 회원국의 어떤 정부 직위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돼 있고, 이는 각 회원국과 사무총장 본인 모두에게 의무 조항(should)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유엔의 각종 결의안과 권고안에 대해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처지인 반 총장이, 최초의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 채택된 이 결의안을 무시하고 차기 한국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 총장의 전임자 중 제4대 사무총장을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 전 총장이 퇴임 후 모국인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지내기는 했지만, 그는 1981년 퇴임한 후 1986년에 대선에 출마하기까지 5년의 휴지기를 뒀습니다. 또 이원집정부식 내각제를 채택해 일종의 명예직 성격이 강한 오스트리아의 대통령과 '제왕적'이라는 말까지 듣는 한국의 대통령은 그 성격이 크게 다릅니다.

 

반 총장의 대변인 격인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지난해 외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지난해 119일자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보도에 따르면, 두자릭 대변인은 반 총장이 모국인 한국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19461월 유엔 1차 총회 결의안에 위반되지 않는지 여부를 놓고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반 총장은 그의 유일한 관심사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반 총장은 언제나 최고 수준의 윤리적 규범을 준수하고 있다. 물론 반 총장은 1946년의 유엔 총회 결의안에 대해 매우 잘 알고(fully aware of)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