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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조국 "2017년, 새 '진보집권플랜'이 필요하다" (2015.1.12)

[단박 인터뷰] 서울대 조국 교수

 

<진보집권플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가 주 활동무대였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대중적', 내지는 '정치적' 영역으로 불러낸 책이다. 이명박 정권인 2010년 조 교수는 201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정권을 되찾는 것을 전제로 '플랜'을 고민했다. 그 이후 조 교수는 보수세력의 집중 타깃이 됐다. 명예훼손 등으로 날라온 고발장만 10여 장이라고 한다. 최근엔 <경향신문>에 쓴 칼럼으로 '살인교사'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2012년 '진보집권플랜'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형법이 전공인 조 교수가 최근 낸 책 <절제의 형법학>을 통해 비판하는 '과잉 범죄화'의 사례 중 하나가 '표현의 자유' 문제다. '국민통합', '경제 민주화'라는 대선 공약을 사실상 포기한 박근혜 정권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지지자들의 결집'뿐이며, '법치'라는 미명 하에 사법기관을 조정해 보수정권과 그 지지자들의 정치적 '소원수리'를 하는 식의 통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골수지지자인 35~40%의 대통령을 추구하고 있다"고 조 교수가 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밝힌 견해는 12일 박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 '예언'이 됐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윤회 문건 파동에 대한 특검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소위 '문고리 3인방'의 퇴진도 모두 거부했다.  

결국 박근혜 정권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가 아닌 다수 국민들은 이 나라에서 호모 사케르(Homo Sacer, 벌거벗은 생명)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를 집권세력이 나서서 깨는" 박근혜식 '통치'는 조 교수가 2017년 범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물론 현재의 야권 상황을 보면 결코 낙관적이지는 않다. 당장 2월 8일로 예정된 제1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에 대중들은 큰 관심이 없다. 조 교수는 "이번 전당대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순을 전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당 대표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이대로라면 향후 총·대선을 이기기란 어렵다"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명운도 2015년 정당 개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새해 초 정동영 전 대선후보의 탈당으로 가시화된 새 진보정당 창당 움직임 등 범진보진영의 상황은 혼란스럽지만,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목표로 철저한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새정치연합의 새 당대표, 그리고 진보정당 각각의 사람들이 정당 개혁과 혁신을 하지 않으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기회가 모두 없어진다"며 "지금은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범진보 혁신의 시기이며, 혁신된 범진보를 전제로, '집권플랜'이 새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와 인터뷰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편집자    


박근혜, '35% 대한민국' 대통령?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중 하나가 '100% 대한민국'이었다.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줄여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 3년, 그런데 대통령으로서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조국 :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가 공약한 것 중 30%, 그중에서도 '경제 민주화' 약속은 지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년간 한 게 뭔가. 공약 수행 의지가 없다는 사실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특히 경제 민주화는 할 의사가 없었고, 경제 살리기는 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선 당시 여야 모두가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다. 박근혜 대선후보도 김종인 박사(전 국민행복특위 위원장)를 데려오면서 강력하게 얘기했다. 국민 중 '경제민주화가 대세네, 그런데 난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가 좋아'라는 의견이 51.6%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 동안 경제 민주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경제 살리기'는 결국 재벌 특혜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벌 특혜는 경제 민주화에 대한 완전 부정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재벌 특혜 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노동과 복지를 강화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책(경제 민주화)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에 경제는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무엇으로 박수를 받을 것인가. 대한민국을 지킨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고, 범(凡)보수진영의 박수를 받았다. '100% 대한민국'은 포기한 지 오래고,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 35~40%의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한국 범보수세력의 실력과 밑천이 다 드러났고 소진됐다. 남은 사람이라면 김종인, 이상돈 정도인데,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바로 버려졌다. 현재 박근혜 정부 인물을 보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한 올드보이, 공안보수파 및 성장론자들뿐이다.

적과 나를 가르고, 전선을 그어 지지자를 결집하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고 '정치의 여왕'이다.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도 매우 잘했다. 아버지에게 교육받은바, 거의 생리적 정치인이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통합'(100% 대한민국)을 추구한 적이 없다.   

"호모 사케르에겐 희망을 주지 않는다"

프레시안 : 정치적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인 '지지자 결집'을 상황 타개책으로 삼고 있다는 말인데, 정치적 틀을 벗어나는 일이 자꾸 발생하고 있어 걱정된다. '일간베스트' 회원이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에서 황산을 뿌린 일이라던가, 단식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는 등 갈등이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조국 : 박근혜 정부는 '일베'의 황산 테러나 폭식 투쟁에 대해 공식적으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을 이용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하는 있는 것이다. '일베'라 불리는 극우적·야만적 집단이 자기 세상이 왔다고 느껴 '나서도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해 '종북콘서트'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보수 우파 대통령이었다면, 동시에 황산 테러를 비판했어야 한다. 보수적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토크콘서트 비판을 이해한다고 해도, 실제 범죄 행위인 황산 테러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뒤집어 말하면, 박 대통령이 테러를 자행한 고등학생을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독일 보수정당 출신인 기민당 메르켈 총리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메르켈 총리는 단호하게 나치를 비판하고 있다. 그 점에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될 수도 없고, 두 사람은 다르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의 말을 지켰다면, 메르켈 총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 '메르켈 코스프레'를 한 셈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사회 공동체가 깨지고 있다. 첫째, 집권 세력이 공동체를 깨뜨리고 있다. 국가를 양분해서 아군의 나라, 즉 자신들의 나라로 만들고 있다. 둘째, 호모 사케르(Homo Sacer, 벌거벗은 생명), 수많은 버려진 인간들을 양산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든, 청년들이든 호모 사케르에겐 희망을 주지 않는다. 과거 노예제 사회에서 왕이 노예에게 희망을 줬나. 채찍질만 했다. 현(現) 집권 세력은 상당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포기했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희망을 주지 않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진보·보수·좌우 모두가 다 같이 살아야 하는 나라다. 그런데 호모 사케르를 양산하고 방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2022년까지 이어진다는 것 아닌가. 아찔하다. 그때가 되면,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 태어난 아이들이 15살이 된다. 아이들은 '대통령은 매번 새누리당에서 나오고, 야당은 늘 무능하고, 지식인들은 자기 좋은 얘기만 하고, 엄마와 아빠는 가끔 울분을 터뜨리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럼, 난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변화의 희망이 없으면 사람들은 자포자기하게 마련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2017년에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과잉 우경화된 법치, 털어내야…"

프레시안 : 책 얘기를 좀 해보자. 지난해 12월 <절제의 형법학>(박영사 펴냄)을 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엄격한 법적용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책에선 형법의 절제를 말하고 있다. 

조국 : 1987년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87년 헌법체제'(민중 요구에 의한 자율적 헌법)도 만들어졌다. 재벌, 복지국가, 노동에 대한 '경제적 민주화'는 2012년 대선을 전후해 대중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형법의 민주화' 또한 민주주의 내용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권위주의 정권과 일제 식민지 시대 등의 영향으로, 보수·진보 어느 정권이든 형법의 과잉 현상이 계속됐다. OECD 국가에서 애초에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까지도 우리는 '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민주화 영역에서 시민 스스로 나서 재벌이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형법이 동원된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경찰·검찰이 개인의 집과 몸을 옥죄는 것이다. 죄가 확정되면, 극단적으로는 생명·신체·자유·명예·재산 등이 박탈된다. 유죄 판결이 나지 않아도 검경의 수사를 받는 순간,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 

'형법이 가장 조심스럽게 쓰여야 한다'는 건 민주주의 국가의 합의다. 그런데 우리는 도덕적 보수주의와 정치적 보수주의가 연대해 형법을 과하게 쓰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형법을 통하여 특정 도덕이나 사상을 강요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적 기본권을 제약·억압하는 것에 반대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법치(法治)'를 유독 강조해왔고, 대중들은 법치를 굉장한 '선(善)'으로 이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검찰과 법원을 이런 식으로 이용해 왔다. 이를 정치적 언어로 풀면 대중의 반발과 비판이 뒤따르지만, '법'에 따른 것이라고 하면 대중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조국 : 법 자체가 신성화되어 있다. 대중은 법의 신성성, 법의 중립성 자체를 믿는다. 정치적인 얘기보다는 법을 먼저 내세우면 사람들은 끄덕끄덕할 수밖에 없다. 

'법치란 게 무엇인가'에 대한 전제는 '법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잘 만들어져 있다'는 얘기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법이 세 가지 즉, '제정-해석-집행된다'는 전제로 사람들이 법치를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적·도덕적으로 입장이 다른데, 법만큼은 합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을 지켰을 때 힘이 생긴다.  

OECD 국가에서 '노동자의 파업은 기본권이다' '파업에 형법이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좌우가 합의했기 때문에 파업은 법을 지키는 것이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 쪽도 비판하지 않는다. 군인 간 동성애나 간통 문제에 대해서도 도덕적 문제이기 때문에 좌우가 관여하지 않는다. 살인, 강도, 기업 범죄, 강간 등에 있어서는 정치적·도덕적 보수든 정치적·도덕적 진보든 합의 사항을 만들고 무조건 지킨다. 나머지 부분은 '정치적 자유'라고 해서 우파 또는 좌파의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인정해준다. '프라이버시 문제' 또한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며 인정한다. 이렇게 양쪽의 동의하에 '법을 지킨다'라는 말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런데 우리는 '법치'의 내용 자체가 과잉 우경화 상태다. 정치적으로 과잉 우경화되어 있고, 도덕적으로는 과잉 윤리화된 채 고착되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보수는 '법치'라는 말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항상 강조한다. 그러나 진보는 '법치'를 말하면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뭔가 좀 불리한 것 같이 느낀다. 

'법치'에 대한 관념을 바꾸려면, 기존의 법에서도 특히 형법 질서와 제도를 털어내야 한다. 정리할 게 너무 많다.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보낼 것,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으로 보낼 것을 정리한 뒤에 '법치'를 강조해야 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식 '법치' 중 문제로 지적되는 게 '법 적용의 불균형'이다. 대표 사례가 노동자와 기업인이다. 

조국 : 법 제정-해석-집행의 불평등 문제다. 예전보다는 상당히 좋아졌다. 유전무죄·무전유죄에 대한 비판이 워낙 많아서 2007년에 양형위원회(대법원 산하 양형정책 연구기관, 초대위원장 김석수)가 설립됐다. 2013년부터 4기 양형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기 양형위원회 위원이었다.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감옥에 있다. 가진 자, 있는 자에 대한 형벌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진보가 이뤄졌다고 본다. 

그러나 노동자 파업은 쉽게 말하면, 왕조 시대 때 민란 수준으로 진압하고 있다. 형사적으로 업무방해죄로 잡아 놓고, 민사적으로 가압류 청구해 월급·집값·전세금·예금 등을 다 뺏는다. 파업은 헌법상의 권리인데, 이를 행사하면 감옥에 가고 패가망신한다. 부부는 이혼하고, 자식과는 뿔뿔이 흩어진다. 

이 정도의 강도로 기업 범죄를 처벌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거보다는 강화됐지만, 형사·사법 권력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아니다. 지금도 기업가 가석방 논란이 뜨겁다. 기업가에게는 관용의 원칙이 먼저고, 노동자에게는 무관용의 원칙이 먼저다. 어느 쪽이 먼저인가를 보면, 차별은 분명하다.  

표현의 자유, 정권에 따라 다르다? 

프레시안 : 사회 민주화 측면에서 볼 때 현재 형법 질서에서 털어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보수 논객들이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하고 법적 처벌을 받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조국 :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부터 지금까지 고소장이 정기적으로 날아온다. 한 10여 장 되는 것 같다. 변희재, 정미홍, 강용석 비서관, 서북청년단 등이 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절제의 형법학> 중 제8장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재구성'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라는 게 맞는 말 같지 않나. 그러나 명예훼손을 범죄로 처벌한다는 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권이 언론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는 처벌대상이지만, 사후적으로 봤을 때 부분적 허위가 발견됐다고 해도, 문제가 됐던 당시 시점에 충분히 의심할 만한 합리적 근거와 이유가 있으면 애초에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했어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권 들어, 대통령에 대한 풍자와 비판에는 바로 수사기관이 작동한다. 진보 정권이냐, 보수 정권이냐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보수 관계없이, 특히 공인에 대한 비판과 풍자 및 야유는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한다. 지금은 범죄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정권이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고 있다. 

현 정부는 명예훼손죄에 대한 비판을 고려해 '백설공주 박근혜' 풍자 포스터를 붙인 팝아티스트 이하 씨,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 일부를 닭의 부리로 묘사한 대학생 등을 선거관리법, 주거침입죄, 손괴죄 위반 혐의로 문제 삼았다. 외관상 중립적으로 보이게 처벌한 셈이다.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때 그 사회 공동체의 창조성은 최대치가 된다. 국가가 검열하고 허용한 표현만 보장되는 시대를 수십 년 겪었다. '통합진보당, 안 돼!'라고 하면 일반 시민들의 언어, 문화 등 모든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통진당 당원만 위축되는 게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 사법 권력까지 장악

프레시안 : 법 자체가 가진 보수성도 있지만, 그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문제도 큰 것 같다. 검찰과 법원 등 인사 문제 때문에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개선할 방향은?

조국 : 그 사람들이 경찰, 검사, 판사들이다. 그런데 이들 인사권자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이다. 경찰, 검찰, 법원, 헌법재판소까지 대통령 인사권이 4곳 모두에 적용된다. 청와대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총장을 통제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임명된 대법원장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한다. 거기에 대통령이 직접 3명, 대통령의 영향력이 관철되는 여당이 1명, 또 여야 합의로 1명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다. 9명 중 8명이 대통령 영향력 아래 있는 헌법재판관이다.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에서 8명이 해산 의견을 낸 게 우연이 아니다.  

이를 다 분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한다는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제1공화국 때는 대법원장은 법관회의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했다. 김병로 대법원장이 당당하게 이승만 정권의 견제와 통제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제도적 배경이 있다. 제2공화국 헌법은 대법원장을 판사들의 선거로 선출하도록 규정했다. 첫 대법원장 선거(1961년 5월 18일)는 시작되려던 차 5.16쿠데타로 좌초돼 버렸지만. 

또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명하고, 검찰총장이 검사장을 임명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미국은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검사장을 직선한다. 서울시장을 뽑을 때 서울시 검사장도 뽑는 식이다. 이렇게 뽑힌 검사장은 대통령과 여당 눈치도 봐야 하지만, 또 자신을 뽑은 시민이라는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따로 생기는 셈이다. 

경찰청장도 현재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경찰청장 인사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한다고 하면, 주로 정치적 권력을 얘기한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정치가 아닌 법을 통해서 투쟁이 벌어진다고 본다. 과거에는 '법을 통한 투쟁'보다 '거리의 투쟁'이 훨씬 강했다. '법을 통한 투쟁'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즉 합법적 통로가 없었기 때문에 거리에서 싸웠다. 그러나 민주화가 되면서 정치적 투쟁이나 논쟁이 법을 통해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 온갖 논쟁이 법원과 헌재에 가 있다. 사람들은 법원이 자기편을 들어주면 좋아하고, 아니면 싫어한다. 그러나 법원이나 헌재 재판관들은 우리가 뽑은 사람이 아니다. 이번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박한철 헌재 소장과 김이수 재판관에 대한 관심처럼 중요한 결정이 나면, 그때 비로소 관심을 가진다.  

각 나라에서는 사법기관이 장이 누가 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사법 권력이 나름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한다. 그런데 우리는 진보정권 포함해서 왜 하지 않았는가 하면, 'All or Nothing Game'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정치권에서 분권화를 얘기하는 것은 서로 한 번씩 찌르고 찔려 보면서 '(사법 권력을)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은 것 같다. 개헌과 관계없이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다. 국가 권력 중 형벌권을 여야에서 중립화한 위원회로 보내면, 그때는 정치권도 시민도 법에 대한 권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법원의 존재 이유가 국가 권력과 행정 권력을 통제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통제와 견제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 법원도 심지어 기강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행정 권력에 대한 사법부의 통제도 약화되고 있어 걱정이 많다. 

검사장 직선제도 필요하다. 시민 입장에서는 어색할 수 있지만, 과거 시장 직선제와 교육감 직선제 또한 어색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권력을 잡으면 사법 권력도 함께 거머쥘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하고 있다. 서울시장과 교육감 등 직선제 부작용도 있지만, 민주주의를 믿는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 좋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과잉 범죄화 대표 사례" 

프레시안 :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판결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한 정당이 법원의 결정으로 붕괴될 수 있다니 . 행정권이나 입법권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사법권을 얘기하지만, 정치적 갈등이 커질수록 사법권에 의지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통진당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나? 

조국 : '법치'에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가 제대로 됐다면, 지금쯤 통제받고 있는 사법 권력도 같이 연구돼야 한다.

통진당 해산 판결 메시지는 '국가 권력이 정당을 해산시키고, 그 사람들을 다 수사하는구나!'라는 것이다.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헌재 판결문에 나와 있지만, 읽어 보면 정치적 판결에 가깝다. 이유는 헌재 재판관 9명 중 8명이 사실상 대통령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과 당의 공안 라인이 작정한 것이다. 

2016년 예정되어 있는 시민들의 투표권을 헌재가 빼앗았다. 그 점에서 옳지 않다. 정당 자체를 없앤 것이야말로, 과잉 범죄화의 대표 사례다. 

프레시안 : 법원 상급심으로 갈수록 재판관이 보수화된다거나 대법원이나 헌재처럼 구성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미 50대 좋은 대학을 나온 법관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보수성이 뚜렷하다. 

조국 : 현재 대법관 자체가 엘리트이며, 정치적·도덕적 보수주의를 체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바깥에서는 끊임없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이뤄졌던 때가 노무현 정권에서다.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박시환, 전수안 대법관이 들어가면서 좋은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져 버렸다. 이 말은, 즉 '보수 대통령이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체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럴 때 관심이 사법적 권력의 분권화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판사가 대법관을 뽑는 것 외에 대통령이 임명할 수도 있다. 여러 조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판사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해결법은 배심제 도입이다. 지금은 1%에 불과한데 빠른 시일 안에 10%까지 확보해야 한다. 판사는 정치적으로 보수적 경향이 강할 수 있고, 도덕적으로도 보수인 경우가 많다. 좋은 대학을 나와 로스쿨까지 가서 판사로 임용돼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들의 마음과 고통, 꿈, 희망, 욕망 등을 아는 데 한계가 있다. 


"차기 집권, 2015년 정당 혁신에 달렸다" 

프레시안 : 최근 대표적인 두 가지, '통진당 해산'과 '정윤회 문건 파동'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충격과 분노가 큰 사안이다. 하지만 야당은 너무나 순응적이다. 문제의식이 있나 의심스럽다.

조국 : '정윤회 문건 파동'만 해도, 여야 합의로 상설특검법이 통과됐다. 정확히 상설특검법이 발동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관여돼 있고, 대통령이 검찰 수사 초기에 입장 표명을 했는데 대통령의 인사권이 작동하는 검찰이 어떻게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정윤회 씨와 관련된 의혹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승마협회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아주 의심되는 수사 발표다.  

조중동까지 사설을 통해 정윤회 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우리는 수가 부족해 특검을 못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비겁하다. 이 말은 '2016년 총선 이전까지는 아무 일도 못 한다'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대중 다수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다. 이번 전당대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순을 전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당 대표 선거가 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어떤 세력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분명히 표를 까는 확인의 의미는 있겠지만, 현재의 모습 그대로라면 향후 총·대선을 이기기란 어렵다고 본다.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명운도 2015년 올해 정당 개혁에 달려 있다고 본다.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진보정당보다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현대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체제가 훨씬 더 잘 잡혀 있다. 단적으로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를 만든 조동원 전 홍보기획단장이 이미 '크레이지 파티'라는 네트워크 정당을 시작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논쟁을 여전히 하고 있다. 

정당 개혁 논쟁은 사실 오래된 것이다. 진성 당원으로 가느냐, 지지자 정당으로 가느냐 등의 논쟁을 거쳐 지금 정치학자 대부분은 '네트워크 정당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당에 가입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손뼉 치는 것에만 만족하게 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묶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세가 약한 경우에 집권하려면, 사람들이 열광해야 한다. '노무현을 지키자'라던가,  오바마에 대한 개인적인 열망 등을 이유로 사람들이 일어서야 한다. 그래야 조직 세를 엎을 수 있다. 지금 사람들이 정치권에 비관적인 이유는 스타가 있어도 내 마음을 격동시키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스타에게 가려면 로켓 발사대에서 로켓을 쏴야 갈 수 있다. 그런데 스타에게 갈 로켓발사대도 없고 연료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로켓발사대라고 하면 구조와 조직의 문제고, 연료라고 하면 열정의 폭발이다. 야권 지지자들의 열정이 부족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정당이 시민들 마음의 불길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

2015년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당대표, 그리고 진보정당 각각의 사람들이 정당 개혁과 혁신을 하지 않으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기회가 모두 없어진다. 위험하다.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범진보 혁신의 시기다. 그리고 혁신된 범진보를 전제로, '집권플랜'이 새로 나와야 한다.

2017년에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권을 바꿔야 한다. 보수정권에서 2022년까지 보내야 한다면, 15년 동안 쌓일 정신적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흰머리도 많이 늘었다.

 

(이 기사는 이명선 기자와 함께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