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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카톡 실시간 검열 불가능? 거짓말이다!" (2014.10.15)

[인터뷰]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

 

'감청 영장 불응' 표명으로, 하루아침에 '반체제 인사'가 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공권력 행사 거부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카카오톡을 믿고 쓸 수 있을까? 

IT전문가인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는 지난 1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수사기관의 영장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구글이나 애플보다 더한 저항(대정부적 거부 행위)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카오톡이 '통신제한조치'(감청)에 대해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지금 어떤 얘기를 하더라고 검증이 되어야 한다"며 "정보보호자문위원회 구성, 투명성 리포트 발행,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서비스 개선 등은 지난 대선 당시 네이버처럼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선언적 발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합병 법인 상장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인 만큼 "상당히 목적을 가지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주가는 14일 코스닥 시장 개장과 함께 급격히 뛰어 8.33퍼센트(%) 오른 13만9100원을 기록했다. 


김 전 교수는 카카오톡 측의 '실시간 검열 불가능'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기술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라며 "'안 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톡 서버에 있는 사용자 A의 데이터를 저장할 때 검찰이 지정한 영역에 중복 저장하는 이중화 작업을 통해 '실시간 검열'이 사실상 가능하다"는 것. 이때 검찰은 중복 저장 영역만 지켜보면 된다. 따라서 그는 "'실시간 검열'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설정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2일 "카카오톡은 '실시간 검열'을 요청받은 적도 없으며, 영장 요청이 있어도 기술상 불가능하다"며 전날 보도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대화내용 검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는 8일 사법당국의 감청 요청을 받은 바 없다던 말을 뒤집었다. "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과 더불어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집행을 요청 받고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로서 통상적 절차에 따라 요청 내역을 제공해 왔다"는 것. "실시간 검열"에 대해서도 "기술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통신이 완료된 상태'에서 통신내용을 제공해 왔다"고 실토했다. 

대화 내용 암호화에 대해서도 김 전 교수는 다음카카오가 "어려운 것처럼 말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라며 "표준화된 종단 간 암호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텔레그램 역시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카카오톡이 적용할 경우 "큰 비용 추가 없이 암호화 수준에 차이가 거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모바일 메신저를 써야 하느냐?'고 물으면, 애플의 '아이메시지'를 추천할 것이다. 아이메시지가 보안상 가장 안전하다. 애플은 처음부터 '우리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지 않겠다'라는 원칙을 갖고 암호화했다. 애플이 대화 내용을 볼 수도, 알 수도 없다. CIA나 NSA 같은 곳에서 데이터를 가져가도 확인할 수 없다."    

朴 대통령, 카카오톡을 '가카오톡'으로 만들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모독죄가 도를 넘었다"라는 말한 지 한 달 만에 "카카오톡은 '가카오톡'이 됐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톡 사태의 출발점은 '대통령 모독' 처벌 운운한 대통령이었다"며 "검경은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 나서 사이버 사찰을 일삼았고, 카카오톡은 아무 생각 없이 이에 협조했다. 법원은 영장발부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잘들 한다!"라고 비꼬았다. 


김인성 전 교수는 "사법 당국은 예전부터 다양한 감청 행위를 해왔다"며 상업적 목적이나 범죄 수사 목적으로 사이버 감시와 감청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나 검찰이 공개석상에서 노골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톡 사태가 "한국 IT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국가 경제 상황과 연결된 IT산업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는 건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이르기까지 줄곧 IT산업을 강조해 왔다. 14일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 참석해서도 "IT기술의 발달로 발명가가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IT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교수는 "현재 카카오톡은 '바이버(viber)' 등과 전 세계 모바일 메신저 분야 2군에 속해 있다"며 "다음과 합병해 1군 진입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검찰이 나서 카카오톡을 죽이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카카오톡은 페이스북이 지난 2월 인수한 '와츠앱'(WhatsApp), 중국의 '위챗'(we chat), 동남아와 일본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네이버 '라인'(LINE)과 경쟁 중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세계 1등 IT강국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자 "박근혜 정부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해외로 뻗어가야 할 토종기업은 불의한 정부에 협력한 죄로 성난 민심의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검찰이 사이버 감청에 대해 '잘못했다. 앞으로는 최소화하겠다. IT업체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라며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톡을 기술적으로 암호화 할 수 있느냐 없느냐"라는 공방보다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게임 업체와 포털사이트 등은 압력에 떠밀려 사법당국에 협조하고, 대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터넷 이용자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으며, 정부는 불리한 여론이 있을 때마다 해당 업체에 삭제 지시를 내리거나 댓글·검색 아르바이트를 투입해 여론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 

"카톡 내용, 머릿속 들여다보는 것"

다음카카오는 지난 2일 대화 내용 저장기간을 기존 5~7일에서 2~3일로 대폭 축소한다고 밝혔다. 영장 발부에 통상 2일이 걸리므로, 저장기간이 줄면 검찰이 서버를 압수해도 피의자의 대화내용을 볼 수 없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만약 영장이 2~3일에 한 번씩 발부된다면, 저장기간 축소에 실효성이 있을까. 

카카오톡이 밝힌 정보제공 현황에 따르면, 2013년 감청 영장 요청 건수는 86건이며 압수수색 영장 요청 건수는 2676건이다. 올해 상반기 감청 영장 요청 건수는 61건이며 압수수색 영장 요청 건수는 2131건이다. '감청'은 수사상 꼭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피의자의 통화·통신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압수수색'은 통신이 '완료된' 내용을 대상으로 한다. 


김 전 교수는 "사법당국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본다는 건 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이를 실시간으로 본다는 것은 너무나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에 한 번 사용에 검경이 유익하다고 느끼면 사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경기도 군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경우 경찰이 포털사이트에 사건과 관련한 단어가 검색되는지를 살피다가 IP를 추적해 PC방에서 범인을 검거했다고 한다. 현재 통신사 및 게임업체는 수사기관에 이용자의 IP추적이 가능한 가입자 정보 제공 사이트 및 패킷 필터링(packet filterin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의 일상이 사이버 상에서 일상적으로 감시되는 사회. IT엔지니어이기도 한 김 전 교수는 "사이버 검열은 엄연히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엔지니어의 방만한 태도를 꼬집었다.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개인 정보가 사법당국에 전달됐다.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닌가. IT엔지니어의 자존심상 이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사법당국과 업체 간 검열 및 사찰 행위에 대해 내부에서 고발자 한 명 나오지 않았다. 포털사이트·게임업체·메신저 회사 등 검경의 검열이 전방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데, 회사든 개인이든 자발적으로 나서 이를 문제시한 사람이 없었다. 엔지니어들이 정말 반성해야 한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프라이버시'는 유명무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문 날인이 늘 시행되고,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접속할 때마다 개인 정보가 새 나가는, 그럼에도 정부나 기업은 개인에게 손해배상조차 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옆 사람이 내 카카오톡을 보는 것은 싫어하면서 사법당국이 들여다보는 것은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쿨'한 척하는 태도가 역설적으로,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IT정책을 비판한 <한국 IT산업의 멸망>(북하우스 펴냄)과 '검색 공룡'이 되어버린 네이버를 통해 IT강국의 문제점을 짚은 만화책 <두 얼굴의 네이버>(에코포인트 펴냄), 한국 IT보안의 현실을 고발한 <도난 당한 패스워드>(홀로깨달음 펴냄)를 출간한 김 전 교수는 "한국의 IT산업은 끝났다"라고 자신했다. "관료적이고 억압적인 구조에서는 자발성과 창의성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IT가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며 "김대중 정부에서 IT벤처 붐이 일어났던 것은 정책적 지원이 아니라,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IT는 완전히 일신(一新)했을 것이다. IT정책을 후원하고 투자해서가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과는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 전 교수는 "사이버 공간은 인류의 기억저장소"라며 "온라인에 한 번 공개된 글, 이미지, 개인정보 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앱을 지우고 계정을 폐기해도 관련 업체나 개인이 캡처한 화면 등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이버 검열과 사찰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회 구조상 스스로 조절하는 "일종의 자기 방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이명선 기자와 함께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