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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덕프덕] '낙지' 재섭, '보온' 상수 옹을 데려가시고…(2011.4.29)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난 4.27 재보선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이긴 사람은 이긴 대로, 진 사람은 진 대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이 와중에도 불과 하루 만에 잊혀진, '미친 존재감'이 있으시니 바로 강재섭 후보 되시겠다. 좀더 냉정히 말하자면 이분은 27일 밤 8시 모 방송사에서 분당을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바로 '아웃 포커싱' 되셨다. 선거 다음날부터 시작된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총사퇴 난리의 원인제공자이지만 누구도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 27일 패배가 확정된 뒤 인사를 하고 있는 강재섭 대표. ⓒ뉴시스

아, 세월이란 이렇게 무상한 거다. 그가 누구인가? 대구에서 지역구에서만 내리 다섯 번 당선되는 동안 줄곧 경기도 분당을 지켜온, 그래서 '신도시' 분당에서 15년 토박이론을 창시하신 분 아닌가. 분신술의 달인 되시겠다.

또 이젠 많은 이들이 '보온' 안상수 선생의 '자연산' 발언을 떠올리지만, 사실 해산물을 정치 일선에 끌어들인 원조는 강재섭이다. 일찌기 그는 "요새 조철봉(당시 <문화일보>에 연재하던 소설 주인공)이는 왜 그렇게 안해? 옛날에는 하루에 세번씩도 하더니…요즘은 철봉이 아니라 낙지가 됐어"라는 발언으로 세상을 놀래켰다. 눈치 빠른 일부 기자들이 "대표님, 여기자들도 있는데"라고 말렸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번은 해줘야지"라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배포를 보였다.

고수는 고수끼리 통하는 법. 그의 비범함을 알아본 가카. 2007년 대선에서 "강재섭 대표 얼굴만 보면, 저거 어떻게 쥐어 박고 싶었어!"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동영상 보기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9544763&rtes=y)

그냥 잊혀지게 내버려두려 했다. 그런데 굳이 그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이유는 '보온' 상수 옹 때문이다. 강재섭의 처절한 패배로 골로 가신 억울한 양반이다. 4선 의원까지 지내면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국민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는데…. 강재섭이 분당에서 낙지처럼 흐물흐물해지면서 재보선 물 흐린 책임을 지고 물러나시기로 했다. 헌정 사상 국민을 이렇게 웃긴 정치인은 없었다는 이유로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 대선주자로까지 추대되고 있는 '보온' 상수 옹의 퇴장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선 그의 사퇴에 반대하는 청원운동까지 일고 있다.
▲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사퇴 반대 청원 운동. ⓒ프레시안

하지만 자고로 정치인은 들고 날 때를 알아야 하는 법. '보온' 상수 옹의 천부적 개그감은 이제 다른 공간에서 발휘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 또 이참에 개소리가 시끄럽다고 싸웠던 이웃과도 화해하시고 본인 때문에 억울하게 물러난 좌파 주지 스님도 찾아뵙고 사과를 드리는 게 진정 무위자연교 1대 교주다운 태도가 아닐까 싶다. '보온' 상수 옹을 옳은 길로 인도하시는 '낙지' 강재섭 옹이다. 그리고 이 모든 배후엔 자신이 14년 동안 앵커로 쌓아온 명성을 한달 만에 날려 버린,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계획적으로 한나라당에 처절한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는 뒷얘기가 나오는 'X맨' 엄처구니 선생이 계시다.

'낙지' 재섭 옹에게 하나만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분당 16년 토박이론"은 안 듣기를 바란다. 이번 재보선이 '좀비 정치인 척결'의 상쾌한 시작이 될 수 있기를….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