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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명박

MB, '강부자' 목에 방울 달 수 있을까?(2008.4.25)

24일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 103명의 재산내역이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강부자'(강남의 땅부자)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평균 재산은 35억6000만 원, 국무위원들의 평균 재산은 29억8000만 원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정권 때와 비교해 평균 재산이 3배에 가까이 많은 '부자 정권'에 대한 비난여론이 부담스러웠는지 청와대는 "재산이 많다고 무조건 공격해서는 안 된다"며 서둘러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런 궁지에 몰린 항변만으로 '부자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우려를 잠재울 수는 없다.

▲ 한승수 국무총리 취임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초대장관들. ⓒ뉴시스

특히 '강부자' 내각의 열에 아홉은 부동산값이 급등한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지역에 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하고 있고,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장관도 65%나 됐다. 주요 경제부처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단연 으뜸이었고, 특히 부동산 관련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가 84%로 가장 높았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 '알토란' 같은 땅과 아파트를 대거 보유한 이들이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해 있으니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매번 자신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믿기는 힘들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제껏 불거진 각종 도덕성 시비를 떠올리건대, 이들이 하루 아침에 자신의 이해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성인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믿으라고 하는 건 무리다.

"실수요 증명 못하는 토지 백지신탁하도록 해야"

그래서 이런 '강부자' 정권의 원죄를 덜고 정책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주식 백지신탁제도와 마찬가지로 공직자윤리법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2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토지정의시민연대는 24일 성명을 발표해 "이명박 정부는 고위공직자들의 부정한 축재를 막고 고위공직자들이 보유한 많은 재산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을 없애기 위해 서둘러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정의는 "재산 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가 실수요임을 해명하지 못하는 토지는 백지신탁을 하도록 하고, 이런 토지에 대해서는 퇴직 시 그 토지의 시가와 매입가의 원리금 중 낮은 금액을 돌려주도록 하면 '백지'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백지신탁을 하는 고위공직자는 불로소득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행위가 투기가 아니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선 당시 백지신탁제 찬성 의사 밝혀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이미 지난 2005년 지병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들어 있다. 이 개정안은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 때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들이 소유한 부동산에 데헤 실소유임을 해명하지 못한 부동산은 '부동산백지신탁위원회'(가칭)에 처분을 맡기도록 하고 있다. 백지신탁된 부동산은 신탁계약 체결 60일 안에 매각해 취득 당시 가격에 법정 이자를 더한 금액을 지급하고 나머지 매각액은 국고에 넣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아직도 통과되지 못해 5월말 17대 국회가 끝나게 되면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국회의원들도 재산공개 대상이므로 자신들의 목에 스스로 방울을 다는 격인 이 법안의 처리를 차일피일 미뤄온 것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산 백지신탁제도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첫 TV 합동토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와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강력한 환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백지신탁 제도는 동의한다"고 대답했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 2005년 4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주식은 물론 부동산까지 포함하는 '자산 백지신탁제도'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