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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새 집'이 필요합니다"

20주년 맞은 '뿌리의 집', 청운동 게스트하우스 문 닫는다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해온 '뿌리의 집'이 7일 20주년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과거 대통령이 거주하던 청와대 근처에 있던 '뿌리의 집'은 "지난 20년간 해외입양인들에게 모국이지만 낯선 나라인 한국에 있는 '집'이었다"고 해외입양인 제인 정 트렌카 작가가 이날 기념식에서 말했습니다.

뿌리의 집은 모국이라고 하지만 정작 아는 사람도, 찾아갈 곳도 없는 해외입양인들에게 거의 유일한 환대의 공간이자, 친교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 역할을 했습니다.

▲'뿌리의 집'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해외입양인들. ⓒ프레시안(전홍기혜)
 

"2003년 모국 방문하는 해외입양인들을 위해 문을 연 '뿌리의집' 게스트하우스에는 지난 20년 동안 5천명이 넘는 입양인들이 머물렀고, 5만 숙박일을 훌쩍 넘기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또 그들의 가족찾기와 한국에서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뒷바라지했습니다. 세계 각처에 흩어진 입양인들이 만나 우정을 나누는 공동체적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명절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적 이벤트를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는 이날 기념식에서 그간 성과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뿌리의 집'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입양특례법과 보편적 출산등록제 등 해외입양인 인권과 관련된 입법 활동도 앞장 서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유령'처럼 비가시화된 존재였던 해외입양인들이 '뿌리의 집'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내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300명이 넘는 해외입양인들은 지난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에 해외입양 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고, 진실화해위는 작년 연말과 지난 6월 271명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습니다. 한국이 지난 1953년 해외입양을 시작한 이래로 첫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입니다.

이날 20주년 기념식은 그동안의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면서 동시에 현 청운동 게스트하우스와 이별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뿌리의 집'은 지난 20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했던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을 종료했습니다. 새로운 게스트하우스 공간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인근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지원, 출판 사업 등을 할 계획입니다.

"뿌리의집은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에서 사는 동안 비빌 언덕이었습니다. 이 비빌 언덕이 사라지는 일로 많은 입양인들이 상실의 아픔 혹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새 게스트하우스의 마련이 절박한 상황입니다. 모국을 떠나야 했던 그들이 돌아오는데, 비빌 언덕을 제공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책무가 아닐까요." (김도현 목사)

▲제인 정 트렌카 작가. ⓒ프레시안(전홍기혜)
▲김도현 목사 ⓒ프레시안(전홍기혜)
▲ 지난 20년간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해온 집을 무상으로 임대해준 '뿌리의 집' 김길자 이사장이 감사의 뜻을 담은 선물인 옥잠화 그림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 프레시안(전홍기혜)
▲'뿌리의 집'은 지난 20년 동안 해외입양인들의 모국 방문을 지원하는 게스트하우스 역할을 해왔다. ⓒ프레시안(전홍기혜)
▲'뿌리의 집'에서 출판한 해외입양 관련 서적들. ⓒ프레시안(전홍기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