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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욕망에 솔직한 보수 윤석열, 한국 체제의 산물이다"

[2023년, 묻다] 구세진 인하대 교수-김윤철 경희대 교수 대담 ①

 

"솔직한 보수" 윤석열 대통령. 진보성향의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하다가 사표를 던지고 1년 만에 보수정당의 대통령으로 당선돼 집권한 지 9개월이 지났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적은 표차(25만 표, 0.73%)로 당선된 대통령이라 집권 직후의 '허니문' 기간도 없이 20~40%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통치 점수를 매기기엔 "아직 이르다"고 정치학자들은 평했다.

프레시안이 마련한 2023년 신년 대담에서 구세진 인하대 교수는 윤 대통령은 당선되고 3개월 뒤 "대선 연장전 같은 지방선거"를 치른 덕에 "'아웃사이더'가 선거로 정치를 배운 셈"이라면서 "2022년 하반기부터 통치 모드에 들어갔기 때문에 점수를 매기기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윤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으로서 존재감은 부족하다"며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한국 사회 입장에서는 아니지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 한 보수의 시각에서는 '잘하고 있구나' 정도는 될 것 같다"고 평했다.

점수 매기기엔 이르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격은 분명히 드러났다. "대의를 좇고 개혁에 순응하던 정치적 태도와 완전히 작별한 솔직한 보수가 됐다"고 김윤철 교수는 평가했다. 

이런 솔직함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란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심지어 외교 무대에서도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180도 뒤집고 "남한 핵무장"을 주장해 북한 김정은 정권뿐 아니라 미국 바이든 정부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지만, 그를 지지한 일부 한국의 극우세력들은 환호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낙마를 떠올리게 하는 최근 '나경원 사태'에서 재확인된 '윤심(尹心)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전방위 검찰 수사 등 여야 상황을 돌아봐도 거듭 "솔직한 윤석열"이 보인다. 

구 교수는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은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결단주의 헌법 이론'으로 잘 알려진 카를 슈미트 방식의 정치인으로 분류했다. 카를 슈미트는 나치에 미친 영향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후 드물게 행위가 아닌 사상으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을 받기도 했다. 구 교수는 윤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대결 구도' 때문에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두 교수의 대담 주요 내용이다. 

▲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왼쪽)와 구세진 인하대 교수(오른쪽). ⓒ프레시안(이명선)
 

"집권 9개월 차 尹대통령, 점수를 매기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프레시안 : 정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설 연휴다.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현 정부에 점수를 매긴다면?

구세진 :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지 9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수치화해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당선되고 석 달 뒤 바로 지방선거가 있었다. 대선 연장전 같은 지방선거를 치렀다. 정치 신인이 정치를 한참 배워야 할 시기에 선거로 정치를 배운 셈이다. 일종의 '아웃사이더'다. 그렇다 보니, 윤 대통령은 2022년 하반기부터나 선거운동이 아닌, 정치 모드·통치 모드에 들어간 것 같다. 

조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가 바뀐 만큼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아직은 학기 초다. 잘 메워 나가라. 점수를 매기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김윤철 : 솔직하게, 대통령이 있는지 실감이 잘 안 난다. 학기 초라 학생 이름 기억 못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으로서의 존재감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한 75점? 집권 9개월의 행적을 보면, 한국 사회나 정치 특성상 '대단히 잘한다'는 아니지만, 보수의 시각에서 보면 '잘하고는 있구나' 정도는 될 것 같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 한 보수나 핵심 세력 입장에서 보면, 못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지지층에게는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는 잠재력을 엿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또 구세진 교수가 굉장히 중요한 말을 했는데, 윤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서 정치를 배웠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적·사회적 양극화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체제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해 현지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소수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尹대통령은 '체제의 산물'이다" 

프레시안 : '선거를 통해서 정치를 배웠다' 또 '보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일반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특히 현 야당 성향에 조금 더 가까운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는 '대립의 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난해 대선 때부터 주요 이슈였던 '정치적 양극화' 문제를 오히려 더 가중시키고 있는 것 아닐까? 자신의 지지 세력에게만 만족감을 주는 그런 정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김윤철 :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보수 중에서도 더 극단적인 극우에 가깝다. 그런데 이때 주목해야 할 게 있다. 예를 들어, 원자력 확대나 수출 문제는 한국의 산업 부분뿐 아니라 이념적 부분에 있어서도 대척점에 있는 이슈다. 그런데 이 이슈를 대선후보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성 있게 펼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원자력 산업으로 대표되는 이익집단이 누구일 것 같은가. 원자력이 한국 자본주의에서 어떤 분파를 대표하고 있는지, 이런 부분도 잘 살펴봐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단순하게 <조선일보>나 이념 보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소수 이익집단을 대변하게 되면, 결국은 대결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에게는 한국의 미래 자본주의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비전이나 구상은 없다. 그런 게 없으니까 소수 이익집단을 충실히 대변하는 것이고, 그래서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게 선거 정치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체제의 산물'이라는 말을 했는데, 여의도 정치 문법을 모르는 신인이라고 해서 그를 '일탈적인 정치인의 등장'이라고만 보면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지구적인 차원에서의 전환의 시기에 한국이 기존의 자본주의 산업구조를 그대로 가져갈 것이냐 하는 중요 노선을 둘러싼 갈등 속에 등장한 산물이다. 윤석열의 등장은 한국 정치가, 특히 보수 진영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로의 전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보유한 새로운 정치인이나 인물을 만들지 못한 결과다.

프레시안 : 구세진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을 '아웃사이더'라고 표현했는데, 기존의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한 면이 있다. 아웃사이더의 특성이라면? 

구세진 : 국회와 같이 중앙 정치 기관이 아니라 그 바깥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대통령이 된 케이스를 정치학에서는 '아웃사이더 대통령'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케이스다. 서울시장을 하다가 대통령이 됐으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어느 정도는 아웃사이더였던 측면이 있다. 미국에서는 클린턴이나 레이건 같은 사람들이 아웃사이더로 분류된다.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아웃사이더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 자리에 오르기 전에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익숙한 방식, 자신이 하던 방식대로 정치를 할 것이라는 예측은 쉽게 할 수 있다.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난 것처럼 세상을 '우리 아니면 적' '우리 편 아니면 남의 편'으로 구분 짓는 경향이 엿보인다. 이를 두고 독일의 법학자이자 정치 사상가인 카를 슈미트 식의 정치 이해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타협과 협상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무조건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웃사이더 대통령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정치를 '카를 슈미트적(的)'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검찰에서 오랜 시간 커리어를 쌓았다는 점이 이러한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 대통령을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 즉 국회가 여야 간 대립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까지 꾸려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는데, 국내·국제 노동 기준상 무리한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입법부가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 지난 18일 대전 중구 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가운데)과 '윤심'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전 의원(왼쪽 첫 번째),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당대표 선거 출사표를 낸 황교안 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尹대통령 '사당'은 안 돼도 '삼당'은 될 듯"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이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방식은 '나경원 사태' 등 지금 여당 내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 지분이 없는 윤 대통령이 '윤심(尹心)'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분을 늘리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 

구세진 : 아무리 당 대표를 뽑는 당내 선거라고 해도 '100% 당원 투표'라는 경선 룰을 서둘러 결정했다는 데 있어 민주적인 절차 문제는 있다. 제대로 된 토론도 반대자들에 대한 설득도 없이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너무 간단하게 결정했다.

그렇지만, '100% 당원 투표'라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정당조직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당내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것은 정당의 중심에 있는 엘리트들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권한을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한 방식'이라는 접근도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어떤 정당에 가입한 당원이라고 하면, 일반 대중보다는 당의 일에 관심을 더 가진 이들이기 때문에 정치 엘리트들이 일일이 컨트롤하기가 더 까다롭다. 그렇기에 '100% 당원 투표'를 한다고 해서 과연 윤 대통령의 지분이 지금보다 늘어날 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금 회의적이다. 

김윤철 : '윤석열 사당화(私黨化)' 성공 여부를 묻는 것이라면, '사(四)'당화는 안 돼도 '삼(三)'당화는 가능할 것 같다.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그리고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만만치 않아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완전히 장악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쥐락펴락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치적으로나 입법적으로나 국민의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100% 당선 투표'라는 무리수를 둔 것 같다. 그렇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시절처럼 '진박(眞朴)이냐, 친박(親朴)이냐'와 같은 혼란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아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00년대 초반 '정치개혁' 바람이 불 때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 정당들도 정치적 민주주의나 사회적 대의(大義)에 따라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최근 국민의힘은 그런 데 별로 구애 받지 않는 것 같다. ‘화물연대 파업’ 건처럼 철저하게 자기 지지층에만 호소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솔직한' 보수가 됐다. 대의를 쫓고, 개혁에 순응하던 정치적 태도와 완전히 작별했다. 윤석열 계열의 보수 또는 국민의힘은 자신의 이익이나 권력욕에 솔직해졌다. 그런 만큼 100% 완전 장악(사당화)은 안 돼도 75%(삼당화)는 가능할 것 같다. 

구세진 교수가 당내 선거와 관련해 중요한 지점을 짚었는데, 진보 진영에서 당내 민주주의 실현 방법으로 '진성당원제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누가 이용하느냐에 따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100% 당원 투표'가 이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윤석열, 박근혜와는 다르다" 

프레시안 : '보수가 솔직해졌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김윤철 :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사익 추구를 정당화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개인이나 조직 할 것 없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드러내는 게 더는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봉투법'을 두고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다'라고 주장만 내세우지 않나.

자신의 이익만을 관철하려다 보니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갈등도 커져서 문제를 해결할 때는 힘 싸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누가 덜 갖고 누가 더 많이 가질 것인가 만 중시하면서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질서가 만들어진 결과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의 정치민주화 이후 자본과 보수 진영이 사회의 가치 부분을 그런 식으로 집요하게 몰고 온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도 외교적으로 훈련이 전혀 안 된 실언이지만, 보수를 대표하는 윤 대통령의 솔직함이 그냥 일관되게 적용된 것이라고 본다. '남한 핵무장' 발언도 그렇고…. 그동안 보수가 숨겨왔거나 조심해왔던 심중에 있던 솔직함을 윤 대통령은 다 드러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은 보수의 심정적·정서적 부분 또한 대리하고 있다. 

보수 진영이 떠받들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얼마나 점잖은 척 했나. 스스로를 엘리자베스 여왕에 빗대지 않았나. 윤 대통령은 점잖은 척, 아닌 척 하던 기존의 보수와는 다른 이익과 욕망에 솔직한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의 민주당, 앞날은… 

프레시안 : 현 정치권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제1여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야당 대표를 어떤 식으로든 옭아맬 것이라는 걸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로 여야 간 협치는 커녕 정쟁만 오가는 상황이 됐다. 

구세진 : '공안 정부'라는 비판도 있고 '방탄 국회'라는 비난도 있는데, 양쪽 모두 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혹은 '검찰 리스크' 이슈가 너무 커서 민주당이 민생 등 다른 이슈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에는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의회를 작동시켜야 한다.

김윤철 : 지금 상황을 '공안 정국'이라고도 하던데, 납득하기 어렵다. '공안 정국'이라고 하면,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을 힘으로 누르려고 할 때 '공안'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여러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공안 정국'이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물론 검찰이 좀 과도한 측면도 있지만…. 또 강력한 경쟁자를 묶어둘려는 정략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과거 '김영삼 대 김대중' 시절에는 라이벌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를 벌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정 운영을 위해 수사를 중단하는, '통치적 결정'을 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에서는 그런 접근이 실종된 상황일 뿐 아니라 두 사람 모두 너무 강성이다. 

이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움직임은 '방탄적' 성격이 크다고 본다. 방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검찰 수사의 과도함이나 집권세력의 정략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특히 그렇다. 문제는 그 방탄이 불량 방탄이라는 것이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은 이런 식으로 '이재명 지키기'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굉장히 힘들어지지 않을까? 이러다가는 큰일 난다. 좋은 방탄 조끼를 만들어가야 한다. 

민주당 살 길은 두 가지밖에 없는 것 같다. 우선 뒷전으로 밀려난 '민생'을 다시 앞세워 이를 중심으로 리더십을 정립해야 한다. 그 방법이 교체든 뭐든. 

다음으로 '범개혁연합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한 개혁연합을 구성하든, 내년 총선을 위해 정의당과 선거연합을 하든, 윤석열 정부 이후의 대안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과 힘을 가지려면, 그에 대한 포석(布石)이 필요하다. 

2012년 대선 때 민주당이 말했던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 같은 이슈를 되짚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이런 이슈를 주도했는데, 지금 그때와 같은 리더십을 세우지 못한다면 앞으로 민주당은 어떤 가능성을 다시 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 

* 구세진 교수와 김윤철 교수의 대담 ②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