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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와 밀월' 푸틴, 바이든에 '치명타' 날릴까

[워싱턴 주간 브리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美 정치에 미치는 영향

미국 국가정보국(DNI)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정보 공작을 벌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알고 있었고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러시아는 2016년 대선 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당선을 위해 공작을 벌였다. 트럼프는 재임 시에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푸틴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바라지 않았던 푸틴이 바이든 정권 1년 만에 '치명타'를 날리려고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 행동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침공 시점은 오는 20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가 될 수도 있고, 그 이전이 될 수도 있으며, 혹은 위기를 조장해 미국, 유럽국가들과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 실제 침공은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영국과 달리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던 독일도 13일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이 극도로 위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경제적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침공 강행 시, 주가-기름값 등 美 경제에도 직격탄...트럼프, '아프간 사태'와 연결시켜 바이든 공격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미국 정치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취임 1년을 넘기면서 지지율이 바닥 수준까지 떨어진 바이든에겐 치명적이다. 지난 3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1%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적으론 시장의 불안감을 높여 주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이든 정부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에 비해 7.5% 상승했는데, 지난 1982년 이후 가장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런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품목은 기름값이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나 올랐다.

또 러시아의 침공은 바이든표 외교정책의 실패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를 제어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미군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질서하게 철수한 일이 푸틴이 미국에 도전하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들이 이 모든 것(아프간 철군)을 지켜봤을 때 그들이 대담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라면 푸틴의 도발을 막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나는 푸틴을 잘 알고 그와 매우 잘 지낸다. 우린 서로를 존중했다"고 푸틴과 친분을 강조했다.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할 경우, 공화당은 트럼프의 이런 주장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나약한 리더십'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목적이다.

11월 중간선거에 '치명타'...바이든 지지율 회복 불능 상태 될 수도

지난해 7월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있었던 혼란상은 바이든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러시아 침공까지 겹치면 바이든의 지지율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 모든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바이든과 민주당은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크게 패하고 집권 2년 만에 '식물 정부' 상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정권 교체 후 첫 중간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집권당이 불리하다. 그런데 러시아의 침공까지 현실이 될 경우 자칫 하원에서 70석 가까이 잃었던 오바마 정부 첫 중간선거(2010년) 때와 비슷한 성적표를 얻을 수도 있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