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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무성

김무성, ‘대통령 유고가능성’ 발언 파문(2002.7.13)

한나라당 김무성 대통령후보비서실장이 12일 미국 정보기관을 인용해 대통령 유고 가능성을 언급,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실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여건상 미 정보기관에 많은 정보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정보에 따르면) 최근 들어 대통령 유고 가능성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장상 총리서리 임명과 관련, "김 대통령이 아파서 병원에 드러눕게 되면 총리가 국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국방을 전혀 모르는 여성이 총리를 맡게 돼 걱정된다"면서 "여성 총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해교전으로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당초 장 서리 임명을 강하게 비판하려 했는데 여성단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자제하고 있으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아들의 국적문제와 함께 이런 문제도 함께 거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그러나 자신의 발언이 파문 조짐을 보이자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이라며 "정보기관이나 이런 데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 소문으로 들은 얘기를 전한 것일 뿐"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민주당ㆍ청와대ㆍ여성단체 '발끈'**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13일 이회창 후보의 사과와 김 실장이 들었다는 미국 측 관련정보를 공개할 것을 김 실장과 미국 측에 요구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이 후보의 집권욕 때문에 현직 대통령의 유고를 바라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며 "이는 집권욕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국정을 혼란케 하고 국민을 불안케 해도 좋다는 발상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 유고시 국방을 모르는 여성 총리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은 전형적인 남성 우월주의이자 여성 비하적인 의식"이라며 김 실장 본인과 이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또 "김 실장은 미국 측 정보를 들어 대통령 유고 운운했는데 어떤 정보인지 국민 앞에 공개하고 미국 측도 이 후보 측에 어떤 정보를 주었는지 밝혀달라"며 "미국은 이 후보와 평소에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지, 그런 방식으로 한국정치에 간여하고 있는지 한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성계도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성단체연합 남인순 사무총장은 "대통령 유고 가능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전제로 한다 할지라도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명백히 성차별적인 발언"이라고 말했다. 남 총장은 "공식적인 사과 요구 등 단체 차원에서 공식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김대통령 유고 가능성' 발언에 대해 "상식 이하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라며 "대통령의 건강 문제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4월 모성보호법 개정시에도 "모성보호법이 통과되면 제2의 IMF가 올 수 있다"는 등 여성비하적 발언을 해 참여연대로부터 '의정활동 걸림돌' 의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