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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총기 사망자 1만757명...트럼프는 총기규제법 '찬물'

시민들 분노 크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콜트 "자동소총 판매 중단"

 

미국 백악관에서 약 3km 떨어진 지역에서 19일 밤(현지시각) 2차례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1명은 부상을 당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총격이 일어난 곳은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워싱턴 DC 북서부의 컬림비아 하이츠 구역이다. 이날 오후 10시쯤 1차 총격이 발생했고, 6명(남성 5명,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이중 남성 1명이 숨졌다.

이어 30분쯤 뒤에 2번째 총격이 발생했고, 3명(남성 2명, 여성 1명)이 총에 맞았다. 이중 남성 1명이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 상가에서 목격된 AK소총을 든 남성 2명을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총기 사고 4만631건, 사망자 1만757명...하루 평균 154건의 총기 사고 


미국에서 총기 사고는 매일 있는 일이다. 총기 사고 관련 현황을 집계하는 사이트 '건 바이올런스 아카이브'(바로가기)에 따르면 2019년에 일어난 전체 총기 사고 건수는 9월 20일 오후 2시 현재(현지시각) 4만631건이며,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757명이다. 하루 평균 154건의 총기 사고와 4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1세 미만의 아동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숫자는 502명으로 하루 평균 2명의 아동이 총기 사고의 피해를 입었다.

미국 인구 3억여 명이 소지한 민간 총기는 총 3억9300만여 정이라고 한다. 세계 인구의 4%인 미국인이 세계 민간 총기의 42%를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총기 사고가 빈발할 수 밖에 없다.  

 

▲ '건 바이올런스 아카이브' 사이트에서 집계한 2019년 총기 사고 현황. 실시간 업데이트 된다.ⓒ건 바이올런스 아카이브 화면 갈무리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헌법(수정헌법 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다. '무기를 가지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이 헌법 조항은 미국 건국 초기인 1791년에 만들어졌다. '개척(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침략과 약탈)'을 통해 국가를 건설한 미국인들에게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단으로서 총에 대한 인식은 수백년 넘게 자리 잡아온 것이다. 따라서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늘 치열한 찬반 논란을 불러왔고, NRA(미 총기협회, National Rifle Association) 등 총기 규제 반대 세력은 이 헌법 조항을 총기 규제에 대한 반대 논거로 제시해왔다.

"매일 새벽 4시 트위터로 정국 주도하는" 트럼프...대통령 눈치만 살피는 상원 

 

최근 대량 살상을 야기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이어지자 미국 사회에서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촉발됐다. 지난 8월 3일 23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당한 텍사스 주 엘파소 월마트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다음날인 4일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9명이 숨지고, 27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8월 31일 텍사스 오데사에서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당하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대규모 총격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총기 규제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미국 의회는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이다. 총기 구매를 원하는 이들에 대한 신원 조회(background checks)를 강화해야 한다는 큰 방향성에 대해선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어느 선까지 강화할 것이냐를 놓고 양당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 하원의원 다수와 일부 상원의원은 허가를 받은 총기 판매업자가 모든 총기 판매에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보편적 신원 조회(universal background checks)을 지지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반대한다.  

공화당은 대량 인명 피해를 낳은 총기 난사범에게 사형을 선고하도록 하거나 범죄 경력을 신원 조회 양식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등 현재의 신원 조회를 강화하자는 쪽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법안의 재탕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2018년 텍사스 파클랜드와 라스베거스 야외 공연장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뒤, 연방기관과 주 정부에서 사람들의 범죄기록을 연방정부 신원 조회 시스템에 더 철저히 보고하도록 하는 초당적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20일 "미국 상원은 몇년 만에 처음으로 총기 규제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법 개정을 떠맡기고 있다"며 의회의 법 개정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이 매일 새벽 4시에 트위터로 의제를 정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는 한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대통령이 의제 주도권을 독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입법 정책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런 현실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이 대통령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얼마나 조심스러운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주요한 총기 관련 법안이 궁극적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보기) 

 

트럼프 "시민들로부터 총을 빼앗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의회의 총기 규제 법안 마련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총기 규제와 관련해 "어떤 거래도 임박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매우 천천히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사람들"이 무기를 소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법을 준수하는 사람들로부터 총을 뺏는 어떤 계획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베토 오록(Beto O'Rourke) 상원의원(텍사스)이 내놓은 민간인이 소지하고 있는 AR-15식 소총을 정부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민간의 대량 살상 무기의 숫자를 줄여가자는 제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은 그냥 총을 빼앗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트 "AR 소총 판매 중단" 선언 

이처럼 정치권이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총기회사가 현실을 반영하는 변화를 먼저 꾀하고 나섰다. (관련 기사 보기) 

 

1830년대 설립되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총기회사인 콜트는 20일 대량 총기난사 사건으로 악명이 높은 AR-15를 포함해 민간 시장을 위한 소총 생산을 중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성명에서 "국내에 이미 너무 많은 무기들이 있어서 시장은 포화상태"라면서 경영진은 "소비자의 요구를 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사는 '총기 소유에 대한 권리'와 '소비자 총기 시장'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현대식 스포츠 소총에 대한 충분한 공급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여 새로운 상품 생산을 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R-15는 총기 난사 사건에 많이 등장했던 무기로 2015년까지 '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었다. 월마트는 2015년에서야 AR-15 등 반자동 소총 판매를 중단했다. 또 월마트는 올해 9월 초에 군사 무기용 탄약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고객들에게 매장에서 총기를 갖고 다니지 못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에 텍사스에서 있었던 총기 난사 사건이 바로 월마트에서 일어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