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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에서 아동 시신 소각했다" 의혹 제기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인권 유린의 상징 중 하나인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아동들의 시신을 소각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와서 주목된다. 

7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충격 증언 '형제 지옥원'"편에서는 1970-80년대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불법 납치, 감금, 구타, 성폭행 등 무자비한 인권 유린의 실태에 대해 취재, 보도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프레시안>에서 최초로 보도했던 형제복지원이 수용됐던 아동들을 해외로 입양보낸 사실 뿐 아니라 아동들이 질병 등으로 사망했을 경우 불법으로 소각했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관련 기사 바로 보기 : [단독] 형제복지원도 입양기관과 공생관계였다) 

"쓰레기장에서 사람을 태웠다. 소각 후 뼈를 직접 봤다" 

형제복지원에서 '선도실 소지(심부름하는 사람)'로 있었던 김모(가명)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걷지도 못하고 그냥 울기만 하는 아기들을 관리했다. (관리자들은) 아기에 대한 영·유아 지식이 없었다. (그때) 애들이 많이 죽어 나갔다, 조그마한 애들이"라고 '유아소대'의 실상에 대해 증언했다.  

김 씨는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마대 포대 등에 담아서 나왔다"면서 "그 야밤에 선도실 요원이 손수레를 끌고 목욕탕 불로 태웠다. 사람 타는 냄새는 나무 타는 냄새와 확연히 다르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에 무려 22년간 수용됐던 하인복 씨도 이날 인터뷰에서 유사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어린 나이에 배가 고프면 주워 먹는데 최고 만만한 게 쓰레기다...그런데 쓰레기장이 목욕탕 옆에 있었다. 그렇게 먹다가 불 때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간부 세 사람이 와서, 밑에 세 사람이 들고 와서 온갖 쓰레기 섞어서 뚤뚤 (마대자루로) 말아서 갖고 왔다. 이 세 사람이 안 가고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사이에 다 탔을 거 같으니까 한 사람이 할아버지에게 '꺼내봐라' 했다...사람을 태운 거죠. 그거는 그 말을 그렇게 하는데 나는 처음에 얘기할 땐 안 믿었다...저는 그거(뼈) 모아둔 걸 보여주는 걸 직접 내가 봤죠."

하 씨는 머리뼈, 골반뼈 등의 모양을 봤을 때 다른 동물의 뼈가 아니라 사람의 유골이었다며 "어른 뼈는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 형제복지원 생존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린 아동 시신 소각 당시 상황. ⓒJTBC 화면 갈무리


▲ 형제복지원 생존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린 아동 시신 소각 당시 상황. ⓒJTBC 화면 갈무리


"가족이 있는 아이들도 부랑아로 둔갑시켜 불법 수용...보조금, 노동착취, 해외입양으로 아동 팔아 돈 벌었다"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다수의 아동이 실제로는 오갈데 없는 부랑아나 고아가 아니라 멀쩡히 가족이 있는 경우도 다수였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강호야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길거리 단속 과정에 경찰에게 잡힌 뒤 형제복지원에 가게 된 상황을 증언했다.  

"(집이 있다고) 했다. 했는데 시청으로 보내주더라. 영도다리 건너입니다. 우리 집이' 이랬더니 '응 그래 집 보내줄게' 이러는데 그때부터 형제복지원 차가 와서 우리를 싣고 가 버리는데, 그때부턴 내 인생이 내 정체를 잊어버렸다. 그때부터." 

'부랑인 단속' 과정에서 잡힌 아이들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와 머리를 깎이고, 헌옷을 입고 깡통을 들게 한 뒤 '부랑아'로 조작돼 사진이 찍힌 뒤 불법 수용됐다. 이처럼 형제복지원은 빈곤층 아동을 사실상 납치해 '고아', '부랑아'로 둔갑시킨 뒤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받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날 방송은 형제복지원이 이처럼 불법 납치, 감금, 수용한 아동들을 정부 보조금, 노동 착취, 해외입양 등 세 가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면 그 과정에서 부산의 경찰, 시 공무원들이 형제복지원과 결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 형제복지원에서 조작한 부랑아 사진들 ⓒJTBC 화면 갈무리



"박인근 일가, 사상 온천, 호주 골프장 등 상당한 부 축적"

형제복지원은 1987년 검찰 조사로 충격적인 실상의 일부가 외부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인근 원장(2016년 사망)은 당시 2년 6개월형만을 살고 풀려났고, 이후 재단 이름을 바꿔가며 사회복지시설을 계속 운영했다. 그는 아들에게 법인 대표직을 물려주는 등 그가 형제복지원을 통해 축적한 엄청난 부는 자식들에게 상속됐다. 2014년 '느헤미야'로 법인명을 변경한 형제복지원은 설립 55년 만인 지난 2017년에서야 허가가 취소됐다.

이날 방송은 박인근 일가가 형제복지원이 있던 부산 사상구의 한 온천과 그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인근 전 원장의 최측근은 박 전 원장이 "'내가 그래도 가족들한테 (건물) 한 개 씩은 다 물려줬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방송은 "온천, 골프장을 비롯한 상당 수 건물과 재단 운영권이 박인근 일가로 넘어갔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민성 부산시의원은 "대부분은 목욕탕 사업을 하는데 쓰이거나 호주 골프장을 구입하거나 이런 비용으로 지출이 된다. 박인근의 재산을 은닉하고 재산을 불리는 데 쓰였다"고 밝혔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태에 대해 수사한 김용원 전 검사(현재 변호사)는 당시 형제복지원 수사가 청와대의 압력에 의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형제복지원이 정치권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이 (수사) 외압의 주체는 청와대"라며 "시설 운영 주체가 누구냐? 박인근 원장이 운영했냐? 천만이다. 전두환 정권이 운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바로 보기 : "전두환은 왜 형제복지원 수사를 방해했나")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날 방송에서 형제복지원 문제에 대해 "진상 규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목격자의 제보를 취합하고 시굴도 하는 등 사전 작업을 거치고, 필요하다면 앞으로 유해발굴 작업까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18년 취임 후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진상 규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11월 20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만나 당시 검찰 수사가 외압에 의해 조기 종결됐다고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검찰은 1987년 당시 내무부 훈령을 근거로 박인근 전 원장이 특수감금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법원의 판결에 법령위반이 있다며 형제복지원 사건을 대법원에 비상상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