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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을 덮친 '한나라 낙하산'(2010.7.12)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사실상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나라당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쏟아졌다. 7.28 재보선에서 은평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측근 3명이 2008년 9월 상임경영고문으로 임명됐다. 또 현재 5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뉴라이트 정책위원장 출신 등 친(親)정부 성향이다.

남상태 사장이 지난 2006년 2월 사장으로 임명된 직후 영입한 건축가 이창하 씨를 대주주로 해서 만든 손자회사인 디에스온의 전ㆍ현직 이사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이 2명이나 된다.

이런 사실은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을 더 짙게 만드는 정황이다. 연임의 대가 내지는 연임을 위한 로비 수단으로 한나라당이나 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을 대거 임원으로 임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 이명박 정부 들어 공기업, 금융기관 등에 '낙하산 인사'가 쏟아졌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대우조선해양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 정도는 다른 기업에 비해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뉴시스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에 안세영 뉴라이트 정책위원장 등 'MB인사' 포진

대우조선해양은 IMF 경제위기로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지난 2000년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약 1조977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지난 10년간 산업은행이 31.26% 지분을 가진 대주주인 사실상 공기업 형태로 운영됐다.

따라서 사장 및 임원 인선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월 임명된 남상태 사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2009년 3월 연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KBS 정연주 전 사장 등 전임 정권 때 임명된 다수 기관장들이, 심지어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교체됐다. 때문에 남 사장 연임의 배경을 두고 재계 등에 소문이 무성했었다. 이명박 정권 인사들과 남상태 사장의 친분은 그래서 관심을 모았다. 남 사장은 작고한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 씨와 중학교 동창이며,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이 그의 매제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3월 대우조선해양은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로 이강륭 전 조흥은행 부행장, 이정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중 안세영 교수는 뉴라이트 정책위원장 출신으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당시 서강대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과 <2008 뉴라이트 한국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과정에서 "뉴라이트가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미래상은 저와 똑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협상학이 전공인 안 교수는 한 강연에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청계천 사업과 관련해 상인들과 협상 문제 등을 의논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때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라는 얘기다.

대검 차장 출신인 이정수 변호사(사시 15회)도 이명박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등 현 정부에 호의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남상태 사장의 매제인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도 김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경력이 겹친다.

이듬해인 2009년 3월 주총에서는 김영 부경대 초빙교수, 장득상 전 ㈜힘찬개발대표이사, 배길훈 전 한국델파이 대표이사, 송희준 이화여대 사회과학대 학장 등 4명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김영 교수는 부산 문화방송 대표이사를 역임한 인사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부산시당 대선 선거대책본부에 고문으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일찌감치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통령을 지지했었다. 그는 2007년 7월4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이명박 후보 부산선대본부 출범식에서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 추천으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장득상 전 힘찬개발대표이사는 대구가 고향이며 이 대통령이 CEO를 지냈던 현대건설 출신이다.

올해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안세영 교수를 재선임함에 따라 현재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는 안세영, 김영, 장득상, 배길훈, 송희준 5명이다. 이중 3명이 친정부 인사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출신 상임경영고문 3명, 부사장은 검찰 출신 영입

뿐만 아니라 2008년 9월 임명된 오동섭, 함영태, 정하걸 3명의 상임경영고문은 모두 한나라당 당료 출신이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이들 3명이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 측근"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2009년 9월 영입한 문규상 기업윤리실장(부사장)도 영입 당시 논란이 일었었다. 검찰에서 안산지청장까지 지냈던 문 부사장이 검찰을 떠난 지 보름 만에 대우조선해양으로 출근하기 시작했기 때문.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임원들의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중견 간부를 지낸 인사가 검사복을 벗은 지 보름 만에 출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검찰 수사의 '방패막이' 차원에서 문 부사장을 영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당시 문 부사장과 회사 측은 문 부사장이 총괄하는 기업윤리실 밑에 법무팀이 소속돼 있기는 하지만, 문 부사장이 법무팀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었다.

손자회사 디에스온에도 MB 대선캠프 출신이 임원으로

남 사장이 2006년 2월 취임한 뒤 영입한 유명 건축인 이창하 씨를 대주주로 2007년 4월 설립한 손자회사 디에스온(DSON, 당시 사명은 '이창하홈')의 임원진에도 MB 대선캠프 출신이 포함돼 있었다.

회사 창립 임원진 4명 중 유일하게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우조선해양건설 임원이 아닌 사람은 공형식 이사 한명 뿐이었다. 공형식 이사는 당시 김천과학대학학장으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선대위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사회복지 공약개발에 참여했다고 한다. 또 2008년 총선에서는 경기 오산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었다. 이창하 씨가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나 교수직을 그만두기 전까지 김천과학대학 교수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잘 아는 사이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2008년 7월 이사직을 그만뒀다.

2008년 5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경윤호 씨도 대선 때 이 대통령을 도왔고 대통령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종웅, 남경필 의원 보좌관 출신인 그는 김문수 경기지사 밑에서 공보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부산대 운동권 출신인 그는 '미래연대'와 '수요모임' 등 오랫동안 한나라당 내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꾸린 모임의 실무를 맡았었고, 2008년 총선에서 경기 고양 덕양을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었다. 경윤호 이사는 현재도 디에스온 사외이사다.

디에스온은 지난 2006년 남상태 사장이 오면서 영입한 건축가 이창하 씨(당시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를 통해 2007년 4월 설립한 계열사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창하 씨에서 67.55%나 되는 지분을 몰아주고, '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를 급성장시키는 등 회사 설립과 운영에 있어 이 씨에게 지나친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창하 씨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통해 협력업체의 공사 청탁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아 챙기고 회사돈 69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그해 12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한나라당 출신의 3명의 상임고문에 대해 "참여정부 때도 다 그랬던 것 아니냐"며 "이래저래 여권에서 일을 했던 인사들이 기업에 들어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사외이사들의 성향 문제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감사ㆍ사외이사, 가장 만만한 '낙하산 기착지'

대선 등에서 공을 세운 인사 등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가장 많이 가게 되는 자리가 감사나 사외이사다. 임원급이지만 기업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자리는 아니라는 점에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사회 결정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게 사외이사제도 이지만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런 일들이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가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는 '낙하산' 논란이 유독 많았다. 단적인 예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4대 민간 금융기관의 수장이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인사들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해 3월 "사외이사와 이명박 정권"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 정부의 '낙하산 사외이사'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와 금융지주회사, 민영화된 공기업 등 191개 주요 상장기업 가운데 2009년 1월 3월까지 선임된 147명의 신임 사외이사 중 14명(10.2%)가 이명박 정부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인사였다. 구체적으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행정부 관련인사 3명 △대통령 선거 지원 인사 3명 △대선 이후 취임과정 지원 인사 3명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적 측근 인사 1명 △한나라당 관련 인사 5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행정부 관련 인사로는 이춘호 KT 사외이사(여성부 장관 후보로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 김회선 두산중공업 사외이사(전 국정원 제2차장), 이두희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부인이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이 있었다. 포스코 유장희 사외이사, 대우조선해양 김영 사회이사, KT&G 김원용 사외이사 등은 2007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도왔던 인사들이다. 또 오정석 현대제철의 사외이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사위다. 대한통운 김기춘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의원 출신이다.

 

(이 기사는 박세열 기자와 함께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