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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군주제 새로운 기로에…아들에도 뒤지는 찰스 3세 신뢰도

애도만 하기 힘든 과거 英 식민지 국가들…윤대통령, 19일 여왕 장례식 참석키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영국과 영국연방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70년 동안 재위하면서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통치한 군주라는 기록을 남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8일(현지시간) 사망하면서 아들 찰스 3세가 즉위했다.

불륜으로 인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이혼과 다이애나의 비극적 죽음으로 찰스 3세의 인기는 급감했다. 그의 신뢰는 최근까지도 크게 회복되지 않았다. 2022년 5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영국인들 중 57%는 찰스가 군주로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그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가 "잘할 것"이란 응답은 77%에 달했다고 <뉴스위크>는 11일 보도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겨우 25세의 나이인 1952년에 여왕으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와 정반대로 찰스 3세는 영국 역사상 그 어떤 군주보다 그 역할을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그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웨일스공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역시 세계 2차대전 이후 식민지의 독립, 민주주의의 발전 등으로 인해 영국연방 군주로서 큰 시대적 과제를 헤쳐나가야만 했지만, 그의 뒤를 이은 찰스 3세 역시 마찬가지다.  

'여왕'이 가질 수 있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군주제가 가진 시대착오, 억압, 착취, 폐쇄성 등의 문제를 크게 중화시킬 수 있었던 엘리자베스2세에 비해 찰스3세 앞에 놓여진 과제는 크고 손에 쥐어진 자원은 작다.

지난 5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유고브' 조사에서 영국 국민의 62%가 '군주제 지속'을 찬성했지만, 70년이나 자리를 지켜오던 여왕의 서거로 영국 군주제의 앞날엔 물음표가 던져진 셈이다.  

영국 내에서도 연령별로 군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같은 조사에서 영국 국민 중 65세 이상은 74%가 군주제에 찬성한 반면, 25-49세는 절반 이하인 49%가 찬성, 18-24세는 24%만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심지어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도 지난 1994년 자유민주당 내부 컨퍼런스에서 군주제 폐지를 찬성하는 내용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트러스 총리는 자유민주당 학생회장을 맡기도 했지만, 1996년 보수당에 입당해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여왕 죽음으로 재조명받는 식민 통치 

<AP 통신>은 11일 아프리카, 카리브해, 중동, 아시아 등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국가들에선 여왕의 죽음에 마냥 애도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1952년 케냐에서 있었던 독립투쟁인 '마우마우 봉기'에 대한 잔혹한 진압, 1967-70년 나이지리아 내전 개입 등을 통해 아프리카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을 막으면서 학살, 폭행, 고문, 성폭행 등 인명 피해를 가져온 직접적인 책임이 여왕에게 있다는 비판이다. 

또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영연방 해체가 가속화되는 움직임도 보인다. 영연방은 과거 영국 식민지로 지금은 독립했지만 여전히 영국 국왕을 국가 원수로 여기는 54개국 연합체를 말한다. 

11일 <가디언>에 따르면, 영연방 소속 앤티카 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는 찰스3세를 새 국왕으로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면서도 "3년 안에 공화국 전환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에는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했다. 

19일 여왕 장례식…각국 정상들 참석,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 예정 

한편, 지난 8일 서거한 여왕은 10일간의 애도 기간을 거친 뒤 19일 웨스크민스터에서 장례식이 엄수될 예정이다. 찰스 3세는 오는 16-18일 장례식 참석을 위해 방문한 전세계 주요 인사 및 외국 사절을 맞이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19일 있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11일 대통령실이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의 뒤를 이어 즉위한 영국 찰스 3세 국왕. ⓒBBC 화면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