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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EU 후보국 지위 획득...푸틴, 중국 등에 '서방 빼고 우리끼리'

러시아, 브릭스 회의서 서방 맹비난…중국은 동조하지만 인도는 물음표

 

유럽연합(EU) 지도부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대한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리고 "역사적인 합의,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EU의 규칙, 규범의 약 70%를 이행했다고 EU 측은 밝혔다. 그러나 부패와 관련해 여전히 정치와 경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U 후보국 지위는 정식 회원국 자격을 보장하지 않으며, 수년 이상의 협상이 요구된다. 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군사적 안전도 보장하지 않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주 특별하고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EU에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함께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 받은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로, 러시아가 몰도바를 흑해까지 육상 회랑을 건설하기 위한 목적으로 침략할 수도 있다는 공개적 위협이 나오기도 했었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지난 2월말 공식적으로 EU 가입을 요청했으며, EU는 이례적으로 서둘러 가입 후보국 지위를 이들 나라에 부여했다. 

푸틴,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해 '다극체제' 거듭 강조 

이에 맞서 러시아는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5개국 모임인 브릭스(BRICS, 5개 나라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를 통해 "새로운 국제 결제 시스템"을 제안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 <BB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국가간 관계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 규칙과 유엔 헌장의 핵심에 기반한 진정한 다극 시스템 구축을 향해 통일되고 긍정적인 경로를 형성하는 데 있어 브릭스 국가들의 리더십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22일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국제 결제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대안 매커니즘을 개발 중"이라며 "브릭스 통화 틀(basket)에 기반한 국제 준비 통화를 만들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됐다. 

푸틴은 또 서방의 제재에 맞서 브릭스 국가들과 다른 '신뢰할 수 있는 국제 파트너들'로 무역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이 경제제재 차원에서 석유 등 수입을 줄이자 중국과 인도에 싼값으로 수출하면서 제재를 피해가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푸틴의 주장에 동조했다. 시 주석은 23일 "우리는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결집하고 거시정책 조정을 강화하며,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되고 원활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냉전적 사고와 집단 대결을 지양하고 독자 제재와 제재 남용에 반대하며 인류 운명공동체의 '대(大) 가족'으로 패권주의의 '소그룹'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브릭스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서방을 제외한 우리끼리' 라는 푸틴의 주장이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지는 의문이다. 인도, 남아공, 브라질은 미국 등과 관계를 중국, 러시아처럼 등한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전략적 자율성과 비동맹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멤버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개최된 이번 브릭스 회의는 22일부터 24일까지 화상으로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화상 회의가 각국의 코로나 관련 대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힘든 회원국들의 사정을 감안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 화상으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