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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서방 제재 비판하며 "러시아 몰아내지 못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 식량위기에 대해 서방이 경제제재를 먼저 풀면 우크라이나 흑해 봉쇄를 풀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공급의 30%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봉쇄해 밀 수출을 막으면서 세계식량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전날 서방의 경제제재를 풀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의 봉쇄를 풀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푸틴의 발언은 이런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푸틴은 이날 구 소련국가들과 회동에서 거듭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의 공급 문제 등에 차질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의 고립을 추구하는 자들은 손해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푸틴, 이탈리아 총리와 전화통화서 "제재 먼저 풀면 식량위기 해결 돕겠다" 

2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농산물 공급 차질 문제와 관련해 현재의 문제는 생산과 운송 업무 차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서방국가들이 취한 금융정책 등과 연관돼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비난이 근거 없다고 주장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푸틴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면서 정치적 동기의 서방 제재가 해제될 경우 러시아는 곡물과 비류 수출을 통해 식량위기 극복에 기여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통화는 이탈리아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논의와 식량위기에 대한 논의 등이 있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는 러시아가 식량 공급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푸틴이 이를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푸틴, 구소련 동맹국들에게 서방 제재 비판하며 단합 강조 

푸틴은 또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공동체(EAEU) 포럼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서방이 러시아를 국제 체제에서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AEU는 서방에 맞서 러시아가 구 소련국가들과 결성한 경제협력체이며,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푸틴은 서방의 제재에 대해 "어떤 단계에서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우리가 더 강해지는데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된다"며 "우리는 분명히 새로운 역량을 획득하고 있으며, 경제, 금융, 행정 자원을 돌파구 분야에 집종하기 시작했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모든 질병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었지만 러시아는 외국 수입품의 대체품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부품 등 서방과의 기술 협력 문제에 대해 "그들(서방)이 우리를 밀어내고 싶어하지만 현대 세계에서 이는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언급하며 어떤 "세계 헌병"도 러시아, 중국을 포함해 "독립정책을 추진하는 많은 나라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제재를 사용하는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EAEU 포럼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