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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기념일'에 유가족들 "바이든, 기다리는데 지쳤다"

바이든 정부와 의회에 투표권 보장 법안 통과 촉구...공화당 반대로 상원 통과 어려울 듯

미국에서 매년 1월 셋째주 월요일은 미국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기념일이다. 공화당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3년 이날을 휴일로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2000년까지 보수 성향이 강한 일부 주에서는 이날을 기념하지 않았다. 공민권법, 투표권법 운동 등을 주도했던 킹 목사는 1963년 워싱턴D.C 대행진을 이끌며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역사적인 연설을 남겼으며, 196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1968년 멤피스에서 암살 당했다. 

2022년 1월 17일(현지시간),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을 맞이하는 미국 시민사회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인종차별 철폐와 민권 보장이라는 킹 목사의 유지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족들을 포함한 운동가들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연방 의회가 투표권 보장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킹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터 킹 3세는 이날 공화당이 주도하는 19개주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론'에 호응하기 위해 투표를 더 어렵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도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가 이를 상쇄시키기 위한 투표권 보장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킹 3세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법안 통과로 성공을 거뒀고 이는 대단한 일이지만 우리는 모든 미국인들이 동일한 제약 없이 투표할 권리를 갖도록 하기 위한 법안에 똑같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데 지쳤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하원을 통과한 연방 차원의 두 개의 투표권 보장법안(H.R.1, H.R.4)을 상원에서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요구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는 금주 내 이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부결이 예상된다. 현재 상원 의석수는 민주당이 50석, 공화당이 50석이고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러나 부통령까지 포함한 과반수(51표)로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상원에서 적용되는 필리버스터 규정을 변경해야만 한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60표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소수당이 표결을 지연시킬 수 있는 제도다. 결과적으로 예산안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한 일반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선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보수성향인 조 맨친 상원의원, 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은 필리버스터 규정을 변경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신성한 투표권을 수호하는 미틴 루터 킹 목사의 미완성된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미국의 모든 선출직 공직자들이 자신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공화당 주에서 통과시킨 투표권 제약 법안에 대해 "1월 6일 폭동부터 공화당의 반투표법 공격에 이르기까지 이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이상 누가 표를 많이 얻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누가 투표수를 세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는 유권자 억압과 선거 전복이라는 두 개의 음모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킹 목사 유족 등 운동가들은 17일 워싱턴DC에서 투표권 보장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A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11806560482993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