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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의원들이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이유는?

공화당 의원 절반이 백신 접종 여부 미공개...親트럼프 의원 "마스크 강제, 홀로코스트와 같은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내나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보건당국의 권고 사항을 밝혔지만, 미국 하원에서는 아직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다.

미국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219명 전원이 백신 접종을 받았지만, 공화당 의원은 211명 중 97명만 백신을 접종했다(CNN이 개별 의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때문에 하원 주치의원실에서는 의원들에게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며 하원 회의시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주의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음모론'이 확산돼 상당수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 이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공화당 의원들 중 다수가 백신 접종을 받지 않거나 백신 접종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백신 접종율(92%)은 상대적으로 높다. 하원의원들은 당장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반면, 상원은 2년마다 의석수의 1/3만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임기가 많이 남은 의원들은 백신 접종에 크게 부담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 가운데,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신봉하는 음모론인 '큐어넌(Qanon)' 지지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의원(조지아)이 펠로시 의장의 마스크 착용 지침을 '홀로코스트'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그린 의원은 지난 21일 보수성향의 팟캐스트(<진짜 미국인의 목소리>)에 출연해 펠로시 의장의 지침에 대해 "역사를 보면 나치 독일에서 사람들이 금색 별을 달고 이등 시민으로 취급 받고 기차에 실려 가스실로 갔다"며 "정확히 펠로시가 하고 있는 학대와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홀로코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을 지칭한다. 

그의 '망언'은 당장 반발을 불러왔다. 미국 유대인회의는 "보건상의 제한 조치를 나치의 잔혹 행위에 비교해선 안된다"며 "그런 비교는 홀로코스트 피해를 폄훼하는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그린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비판이 제기됐다. 공화당 피터 마이어 의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부끄러운 정도를 넘어섰다"고 비난했다. 리즈 체니 의원도 "사악한 미친 짓"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린 의원은 23일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거듭 "나는 전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며 사과 요구를 묵살했다. 

앞서 그린 의원은 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사기"라고 주장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교수형 당해야 한다는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동조한 사실 등이 알려져 지난 2월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제명당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마스크 착용' 조치에도 불구하고 하원에서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고 있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가운데)과 공화당 의원들. ⓒ그린 의원 트위터 갈무리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2407290065657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