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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위대 살해한 소년 옹호하며 "어둠의 세력이 바이든 조종한다"

트럼프, 흑인에 총 쏜 경찰 "퍼팅 놓친 골퍼"에 비유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에게 총을 쏜 경찰을 "퍼팅을 놓친 골프 선수"에 비유하며 옹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또 이 사건으로 격렬해진 인종차별 항의시위 현장에서 트럼프 지지자인 17세 백인 소년이 자동소총으로 시위대를 공격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인 이 소년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느 편에 서 있는지 분명히 한 뒤에 트럼프는 9월 1일(현지시간)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빌 바 법무장관과 함께 방문했다. 위스콘신 주지사, 커노샤 시장 등 현지 단체장 모두가 "갈등 고조"를 이유로 트럼프의 방문을 반대했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의 로버트 코스타 기자는 이에 대해 "대선 캠페인용 방문"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는 현장을 찾아서도 자신이 원하는 목적 달성을 위해 ‘말 폭탄’을 쏟아냈다. 

트럼프 "목이 졸리는 건 경찰들...퍼팅 놓친 골퍼" 

트럼프는 8월 3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커노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가 자신의 차 운전석에 기댄 채 경찰이 등 뒤에서 쏜 총 7발을 맞고 쓰러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는 진행자인 로라 잉그러햄이 흑인을 저격한 경찰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들(경찰들은) 숨이 막힌다. 골프 토너먼트에서 3피트짜리 퍼트를 놓친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블레이크는 평생 걷지 못하는 영구 장애가 될 상황에 처한 끔찍한 사고를 트럼프가 ‘골프 경기’에 비유하고 나서자 오히려 진행자가 당황하며 "골프에 비유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트럼프는 "경찰들이 (업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목이 졸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이 졸린다"(choke)라는 표현도 지난 5월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목 졸려 사망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시위대 2명을 살해한 카일 리튼하우스에 대해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나섰다.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17세 소년인 리튼하우스는 트럼프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열성적인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졌다. 그는 리튼하우스에 대한 질문을 받자 "살펴봐야 한다"며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그는 외곽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공격을 받았다"고 자기 방어 차원의 공격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현재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튼하우스는 이미 1급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트럼프 "바이든, 어둠의 세력에 조종당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이날 인터뷰에서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어둠의 세력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나는 바이든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달갑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어느 것도 통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렇다면 누가 바이든의 배후인가? 전임 오바마 정부 관료들인가"라고 묻자 트럼프는 "당신은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다. 어둠의 그림자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무슨 뜻인가? 그건 음모론처럼 들린다"고 비판하자 트럼프는 이처럼 근거 없는 음모론을 현재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시위와 연결시켰다. 

그는 특히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8월 27일) 백악관 앞에 모인 인종차별 항의시위대가 "일부 매우 멍청한 부자들의 자금으로 동원된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전당대회 참석자 한명이 워싱턴행 비행기 안에서 "어둡거나 검은 옷을 입은 폭력배 무리를 봤다"고 이런 이야기를 전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큰 손실을 입히려는 사람들이 그 비행기 안에 많이 있었다"면서 "그들이 성공하면 한 번도 보지 못한 늑대들에게 자신들이 내던져질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일부 매우 멍청한 부자들에게서 그 돈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멍청한 부자들'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인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에 기부를 한 기업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누가 망상에 가까운 이야기를 전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그는 "언젠가"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이같은 주장은 광신도에 가까운 트럼프 지지자들인 '큐아난(QAnon)'들의 주장과 동일하다. 2018년경부터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큐아난'은 미국이 '딥스테이트'(사탄을 찬양하고 아동 성착취를 하는 집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민주당은 이들 '딥스테이트'와 규합한 세력이며, 트럼프 만이 이들에 맞서 미국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다. 하지만 트럼프 캠페인에 가면 'Q'나 'QAnon'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거나 티셔츠나 모자 등을 착용한 지지자들을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최근 '큐아난'에 대해서도 "주로 나를 지지하는 애국자들로 알고 있다"며 옹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커노샤 찾은 트럼프, 블레이크와 그 가족은 안 만나 

한편, 1일 커노샤를 방문한 트럼프는 예상한 대로 경찰 총격의 피해자인 블레이크나 그의 가족은 만나지 않았다. 블레이크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문 목적에 맞게 항의시위에 피해를 입은 장소나 이에 대응하는 사람들만 만났다. 그는 화재로 파괴된 상점, 주 방위군의 임시 지휘센터 등을 찾아 시위 폭력에 맞서기 위해 4000만 달러가 넘는 연방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커노샤 방문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선거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혈사태까지 발생하자 백인, 중산층, 중도성향의 일부 유권자들이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위스콘신은 이번 대선에서 매우 중요한 대표적인 경합주(민주당과 공화당 지지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주)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0.7% 차이로 겨우 이긴 곳이다. 미국 대선은 유권자들의 직접 투표가 아니라 각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승자가 결정되는 간접 선거다. 또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숫자를 승자가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로 선거인단 투표 득표 계산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일부 경합주의 선거 결과가 사실상 승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클린턴에 비해 300만 표 적게 득표했지만, 일부 경합주에서 이기면서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해 최종 승자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커노샤를 찾아 시위대에 의해 피해를 입은 장소만 방문해 시위의 폭력성을 각인시키는 행보를 했다. ⓒA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0207000306217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