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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 아메리카'...미국은 대체 어디로 가는가?

[2020 미국 대선 전망]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안병진 경희대 교수 대담


"지금까지 미국 역대 대통령선거 중에 인류에게 이렇게까지 중요한 선거는 없었습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

"그간 미국을 이끌어 온 주류들과 소위 지식인들의 탐욕과 오만의 결과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로 미국이 급격한 몰락의 길로 접어 들어가느냐 여부가 판가름 날 것입니다."(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이제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8월 셋째주(17-20일) 민주당 전당대회, 넷째주(24-27일)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양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간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민주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확정된다. 

11월 3일로 예정된 이번 선거는 예년과 다른 몇 가지 중요한 차이와 의미가 있다. 

첫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위기, 인종차별, 경제불황 등 전쟁에 버금 가는 중층적 위기 상황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비록 정략적 목적으로 주장하기는 했지만 "선거 연기"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불안한 시국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둘째, 미국 역사상 어느 때보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조건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사태 극복 과정에서 심화된 경제적 양극화로 분노하게 된 '백인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은 2016년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분노와 불신은 실상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전혀 관심도, 능력도 없지만 당장은 '속 시원한 말들'을 쏟아내는 트럼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트럼프는 4년이라는 집권 기간 내내 자신의 지지자들을 관리하는데 힘을 쏟았고, 이들은 2020년 대선에서도 여전히 매우 중요한 변수다. 재선에 실패할 경우, 바로 범죄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는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려고 현직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최대할 활용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미국이 지난 250년 가까이 지켜온 민주주의적 원칙이 상당 부분 훼손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셋째, 이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위기와 혼란 속에서 진행된 선거로 최악의 경우 현직 대통령 임기 끝(2021년 1월 20일 낮 12시)까지 트럼프와 바이든 중에 승자를 결정 짓지 못할 수도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다수의 유권자들이 '우편투표(Mail-in-vote)'를 통해 선거에 참여하고 이 집계가 늦어질 경우, 바이든이 압승하지 않는 한 트럼프는 선거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투표 후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승자가 결정 나지 않는다면 헌법에서 보장된 권력승계 순위에 따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하게 된다. 미국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 팬데믹으로 사회경제적으로도 위기인 조건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사적 기로라고 할 수 있는 2020년 미국 대선의 의미와 전망과 관련해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와 안병진 경희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유권자 운동과 시민운동을 해온 김동석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미국 선거 현실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현장 전문가다. 미국 정치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안병진 교수는 2016년 트럼프 부상의 의미를 선구적으로 분석한 책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2020년 트럼프 정부의 본질을 분석한 책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를 쓰는 등 트럼프 정부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이 있게 분석해온 학자다. 김 대표와는 서면과 전화 인터뷰, 안 교수는 서면 인터뷰를 했으며, 각자의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여러 차례 거쳐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1) 2020년 미국 대선의 의미와 전망,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예상되는 문제들 2) 이번 대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으로 나눠서 대담을 게재한다. 편집자 

▲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전국적인 지지율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뒤지지만 아직 결과를 단정적으로 말하기엔 이르다. 간접선거로 승패가 결정되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 각종 탈법과 불법까지 서슴지 않는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중국이나 민주당 탓이라고 굳게 믿는 열성적인 트럼프 지지자들 등을 감안할 때 여전히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   ⓒAP=연합뉴스

 

1. 코로나19 사태 

프레시안 : 2020년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코로나19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미국인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19일 오후 현재 확진자 550여만 명, 사망자 17만여 명). 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며 오는 11월에 있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동석 : 코로나19 사태를 이해하려면 트럼프 정부 탄생의 배경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그의 측근들뿐 아니라 2010년대 초반 '티파티'(Tea Party)가 출신 배경인 공화당 내 전투적인 우파들 - 의회 내에서는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 - 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는 2017년 초반부터 국가를 지지파와 반대파로 분리해야만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전임인 오바마 정부에서 한 일을 뒤집는 것으로 일관했습니다. 올해 초 민주당 대선 경선에 대응하는 트럼프 진영의 전략이 이를 잘 보여줬습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바이든으로 결정이 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 됐습니다. 민주당 지역(블루 스테이트, Blue state)인 뉴욕 등 도시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상황을 트럼프 정부는 국가적인 비상상황으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팬데믹을 국민 생명이 달린 안전, 의료 문제가 아니라 정파적인 선거의 눈으로 봤다는 것에서부터 재앙적 수준의 실패가 노정됐습니다. 

안병진 : 트럼프와 강경우파 성향의 트럼프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21세기 이슈인 감염병, 기후위기 등에 대해 이를 사소한 문제이며, 민주당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클린턴 정부가 인수위에서 이런 이슈에 대해 경고했지만 듣지 않다가 '조류독감' 사태로 크게 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는 훨씬 더 무감각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3월초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훨씬 전인 1월초부터 수차례 정보당국에서 위기 가능성을 백악관에 보고했지만 묵살했습니다. 

물론 팬데믹 자체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시스템의 잔인함은 트럼프 행정부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응과정에서의 무지, 무능, 지나친 정치적 판단은 명백히 인재이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면 트럼프가 아무리 중국과 민주당 주정부에 책임을 돌린다 하더라도 이를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프레시안(최형락)

 

김동석 : 맞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한 미국이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의 25%를 차지합니다. 미국이 전 세계 평균보다 5배나 사망률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자신의 대응을 자화자찬하거나 비과학적 사실을 퍼뜨리는 대통령을 매일 TV 생중계로 봐야 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트럼프의 완벽한, 완전한 실패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지지층이나 반대파나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웃지 못할 일이지만 트럼프는 대도시(민주당 지역)에 집중되었던 코로나19 사태가 6월초부터 자신의 지지층 지역으로 확산되자 비로소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가 실패한 원인이 이 지역으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러스트벨트(중공업 밀집 지역)과 바이블벨트(남부 보수적인 기독교세력 밀집 지역)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이지 않은 것입니다. 때문에 트럼프 재선캠프에서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11월 대선판을 뒤흔들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는 코로나19 백신이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앞으로 70여일간 대선전의 절대적인 변수입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프레시안(전홍기혜)

 

2. 경제 

프레시안 :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서 실업률 등 경제 지표가 급격하게 나빠졌고 있고, 일반 서민들이 온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하반기에 경기가 급격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바이든에 비해 대응을 잘 할 것이란 의견도 존재합니다. 경제 문제가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십니까? 

안병진 : 트럼프의 마지노선이 경제는 트럼프가 더 잘 다룰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인식입니다. 지금까지 트럼프의 지지율을 떠받치는 기둥, 이후 반전 모색을 해 볼 수 있는 요소로 작동해왔습니다. 또 제가 이전부터 강연, 인터뷰 등에서 줄곧 예고했듯이 트럼프는 재난구제소득 조치 등을 통해 경제 이슈에서 효과를 봤습니다. 파월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의 교과서적인 수준을 넘어선 양적 완화 조치도 크게 기여를 했습니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경기부양책을 의회를 무시한 채 행정조치를 취해 결정지으려고 해서 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조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계속된 경기부양책들과 맞물려 다음 행정부에 폭탄을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경제를 잘 다룰 것이라는 관념은 코로나 악화와 맞물려 경제 불황이 계속될 경우 지속되기 힘듭니다. 이럴 경우 트럼프의 유일한 버팀목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할 수 있겠죠. 

김동석 : 저도 경제는 코로나19 상황 진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트럼프 캠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더욱 더 백신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10월에 나오는 백신은 개발과 공급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연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트럼프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일성이 '경제'("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경제 호황기에 정권을 물려받았는데 이를 바닥으로 처박았다.") 였습니다.

지난 4월 실업률(14.7%)이 대공황 이래로 가장 최악을 기록한 뒤, 5월(13.3%), 6월(11.1%), 7월(10.2%) 실업률이 약간 호전되자 트럼프가 2번이나 직접 브리핑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여론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경제가 급격하게 회복될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이처럼 자신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경제'를 선거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3. 인종주의 

프레시안 : 지난 5월 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번 대선에서 인종 문제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트럼프는 오히려 백인우월주의를 부추기는 언행으로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인종 문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동석 : 약 두달 동안 미 전역을 휩쓴 인종차별 항의시위는 분명히 이번 대선전의 양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인종 이슈('Black Lives Matter, 이하 BLM)의 시위지만 이는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가 미국 사회를 얼마나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시위의 확산(시위를 주도하는 사회단체들의 확산)을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빈곤' 과 '인종'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종문제 빈곤문제가 코로나바이러스 만큼이나 시민사회의 불안과 공포라는 것입니다. 트럼프 캠페인은 백인과 비백인으로 유권자를 분열시키는 전략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백인과 비백인의 전선은 도시와 시골, 이민자와 백인, 그리고 사회 가치로 보수적 우파와 진보적 리버럴로 나뉘어집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발생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는 누가 보아도 트럼프를 반대하는 시민들입니다.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트럼프 캠프에서는 시위대가 트럼프를 공격하는 극렬 좌파(Anti-fa)라고 주장하면서 대응을 했습니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만일 6월 초순에 코로나19 상황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이 있는) 플로리다, 텍사스로 확산이 되지 않았다면 트럼프의 광적인 지지층이 행동에 나섰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선거전에서 유리한 도구로 쓰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오레곤주의 포틀랜드,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등지의 시위에 대해 트럼프는 연방요원을 투입했고, 이로 인해 시위의 양상은 더 과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안병진 : 현재로서는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시도가 매우 심각한 형태의 폭동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그런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트럼프의 닉슨 벤치마킹은 실패할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리처드 닉슨은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등으로 전국적으로 시위와 폭동이 번진 상황에서 치러진 1968년 대선에서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승리했다.) 트럼프는 BLM 시위에 닉슨보다 더 강경한 '법과 질서의 대통령'을 내세운 것은 1968년 미국과 2020년 미국의 다양성과 인종 이슈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 대해 간과해 오판을 했다고 봅니다.

지금 미국은 한편으로는 백인 우월주의 강도가 확산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뉴밀레니얼 세대, 인종차별 이슈에 어느 정도 각성한 백인 중산층, 전세계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 등 전방위적으로 다원성의 사회로 더욱 진화 중입니다. 저는 이를 하이브리드 제국 지향이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따라서 현재 트럼프의 인종 정책보다 더 세련된 형태의 코드화된 인종주의 전략이 향후 공화당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실제 BLM 시위 참가자들을 보면 20-30대의 (백인) 젊은이들의 참가가 두드러졌습니다. 또 포틀랜드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백인인) '엄마들의 벽'이 등장하는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반 시민들의 반발과 저항도 트럼프의 정치적 공격을 의미 없게 만드는 흐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 대해선 저도 동의합니다. 말씀하신 '하이브리드 제국 지향'에 대한 추가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또 공화당이 과연 '세련된 형태의 인종주의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안병진 : 과거 2000년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론'은 오늘날 미국 리버럴들의 지향성을 너무 일찍이지만 제기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 리버럴들은 국내외적으로 다원성을 통한 열린 리눅스적 네트워크, 탄력적 확장을 추구합니다. 이는 부드러운 방식으로 지구적 질서를 주도해 나가기 위한 전략입니다. 지금 트럼프의 백인 우월주의, 패권주의보다는 일보 더 전진한 더 실용주의적인 전략입니다. 미국은 향후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면서 인종적으로 다원화되는 추세 속에서 공화당은 선택의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프트 인종주의를 통한 보다 확장적 연합이냐 아니면 백인 우월주의 소수의 광기어린 동원이냐 둘 중 어느 것을 택하게 될까요. 

김동석 : 장기적으로는 그 지적이 맞습니다만, 당장 대선에서는 트럼프의 인종주의 정책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 일상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변 환경의 변화(정보통신의 발달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의 변화)에 미국 시골(농촌을 포함)이 그렇게 둔감한줄 미처 몰랐습니다. 미합중국이 완벽하게 시골과 도시의 두 나라입니다. 저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주로 트럼프 캠프가 주목하는 경합지역(아이오와,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오하이오)을 열심히 다녀봤습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에이미 클로버셔(미네소타 상원의원)나 피트 부티지지(사우스밴드 시장)의 선거판 어젠다가 트럼프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종, 환경, 민권 등 트럼프 정부의 가장 뚜렷한 실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아직 유권자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시골(특히 경합지역)의 저학력.저소득 백인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거전문가들이 '선거판의 트럼프'를 쉽게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현대정치역사를 이해하는 지식인들의 눈으로 도저히 볼 수 없는 영역의 사회가 의외로 선거판에서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학력의 백인들이 갖고 있는 백인 우월의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란 지위에서 그렇게 반복해서 인종주의 발언을 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선거용입니다. 인종주의가 이번 선거전에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7개 경합주로 대안우파(Alt-Right)들이 몰려든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현재 선거전에서 정치 지형은 민주당과 트럼프, 그리고 전통적인 공화당 세력, 이렇게 세 그룹이 존재합니다. 트럼프 정부를 양당 구도의 민주, 공화로 구분해서 볼 수 없는 현장의 내용들이 너무 많습니다. 민주당 내의 사정도 같은 문제가 있지만 공화당도 강경한 전투적 우파들이 트럼프 정부와 결합해서 지금은 완전하게 주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지형이 완화되고 해소돼야 양 정당이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의 정책방향을 정비하고 안정화를 꾀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트럼프의 비선 캠프(로저 스톤 등 공식적인 선거캠프가 아닌 비공식적인 조력자들. 실제 선거 전략에 이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을 위한 행동대를 동원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얼마 전 포틀랜드에서 시위대가 성경책을 불태우는 동영상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크게 확산이 됐습니다. 실제로는 러시아 통신사에 의해 부풀려진 '가짜 뉴스'였는데, 이런 장면들이 수십만 구독자를 갖고 있는 우파 유튜버들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바이든 측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전략적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선거에서는 인종주의와 기독교 이슈가 맞물려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6년 대선에서는 바이블벨트(보수적 기독교인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이 밀집된 남부지역)가 투표장에 덜 나왔습니다. 당시 공화당 경선주자인 테드 쿠르즈를 더 많이 지지했습니다. 복음주의자들은 트럼프를 성서에 나오는 페르시아의 '키루스 왕'(악인을 들어 하늘의 뜻을 펼친다는 의미로)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인 프랭크 그레이엄, 버지니아 리버티 대학의 제리 폴월 주니어 목사 등이 트럼프 선거운동에 적극 가담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종교전문기자(Elizabeth Dias)가 수개월 동안 이 문제를 집중 취재해서 보도('Christianity Will Have Power')하기도 했는데, 2018년 중반부터 트럼프 측에서 이들 보수우익 기독교 세력과 긴밀하게 정치적 거래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카멀라 해리스는 지난 12일 부통령 후보 지명 후 첫번째 대중연설에서 "만 3년 전의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2017년 8월 12일은 버지니아 샬롯츠빌에서 인종 폭동이 일어난 날입니다.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를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무장을 한 네오나치주의자들, KKK단원들 등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거리로 몰려 나온 사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서로 다른 입장, 서로에 대한 증오와 편견"이라고 이들 폭도들을 옹호했습니다. 해리스는 검찰 출신이므로 이를 트럼프의 범죄 행위로 본 것입니다. 

▲17일부터 진행 중인 민주당의 온라인 전당대회.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부통령도 전당대회 행사장인 위스콘신 밀워키에 가지 않고 델러웨어 자택에서 전당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 대선 전망 

프레시안 : 현재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오차범위를 넘어서 앞서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미시간 등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근소한 차이로 이기면서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주요 경합주에서도 바이든이 이기는 지역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대선 전까지 급격하게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바이든 승리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동석 : 오늘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겠지요. 현재 경합주(플로리다, 펜실베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미시간, 오하이오)에서의 지지율과 민심조사를 놓고 볼 때엔 바이든이 싹쓸이를 할 정도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8월 들어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7월말의 여론조사에서는 경합주에서도 평균 4, 5%이상 바이든이 우세했는데, 지금은 그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적인 지지율도 좁혀졌습니다.(8월 17일 보도된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와 바이든의 전국적인 지지율 격차는 4%포인트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의 지지율은 사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이라기 보다는 트럼프와 반트럼프의 지지율이라 보는 편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낙선을 하면 그는 전직 대통령이 아니고 범죄자의 신분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트럼프와 그 측근들 입장에서는 낙선이 아니고 '트럼프 왕국'이 무너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달려들 것입니다. 현재 지지율이 불안한 트럼프가 정상적인 선거판을 흔들고 깰 궁리를 함께 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이유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캠페인은 4년 전에도 그랬지만 비선 참모들이 중심이었고, 불법, 탈법 선거전을 감행합니다. 4년전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모든 사람들이 비선 캠프를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그들은 '선거 자금만 있으면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식입니다. 현재 바이든에 비해서 트럼프 캠프가 쓸 수 있는 현금은 약 1.7배 이상 많다고 알려졌습니다. 미국 대선전에서는 현직 프리미엄이 정말로 많습니다. 비선캠프가 중심이 될 네가티브 캠페인이 앞으로 70여일간 경합주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로 모릅니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깜깜이 선거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현장이 없으니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안병진 : 현재로서는 바이든이 치명적 실수가 없다면 승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는 선거 초기부터 6대4로 바이든의 승리를 예상해왔습니다. 다만 일생일대의 가장 큰 위험이 걸려 있는 트럼프는 절대 그냥 지지 않을 것입니다. 중동 등에서의 '옥토버 서프라이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체국 예산 삭감(디펀딩) 등 투표 방해 전략, 선거 이후 우편투표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내세운 선거 결과 불복 전략,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의혹 제기 등 네거티브 선거전, 2016년 러시아 정부의 선거 개입 사태와 같은 해외 정보기관과의 담합, 대대적 경기부양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합법, 불법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할 것입니다.

쓰러지는 것 같다가도 튀어오르는 트럼프의 개인적 성격, 이미 닉슨도 못 넘은 선을 넘었다고 평가 받는 트럼프의 무소불위의 정치 스타일, 과거 조지 부시 책사인 칼 로브는 상대적으로 순진하다고 할 수 있는 로저 스톤, 스티브 배넌 등 비선 핵심 책사들의 술수 등을 볼 때 트럼프를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누구의 승리를 단언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분석입니다. 

5. 트럼프 대선 불복 가능성 

프레시안 : 트럼프가 우편투표에 대해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대선 연기론'까지 언급하고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대선에 패배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대선 후 임기 마지막 날까지(2021년 1월 20일 낮 12시) 대통령이라는 권한을 이용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관측들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안병진 : 저는 사실 몇년 전부터 트럼프의 대선 불복 가능성과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해 주장해왔는데, 당시만 해도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을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트럼프라는 존재의 특성과 오늘날 미국 정치 지형이 얼마나 극단적 대립으로 달라졌는지에 대한 지식인들의 체감이 떨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내 주류 지식인들조차 당연히 트럼프 선거 불복 가능성 시나리오에 심각하게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프레시안 : 트럼프의 선거 불복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물론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면 이미 언급이 다 됐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대응 방법들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병진 : 그래서 민주당은 다양한 법적, 정치적 대응의 시나리오도 만들고 가급적 우편 투표가 아니라 코로나19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투표를 강력하게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금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트럼프의 투표 방해를 비판하고 민주당 의회가 청문회를 급히 소집한 이슈도 트럼프의 선제공격에 맞불을 놓기 위함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바이든이 랜드슬라이드(압승)로 이겨 트럼프의 불복이 찻잔 속 태풍이 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동석 : 트럼프는 져도 절대 승복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긴 2016년 선거도 부정 개표가 있었다고, 그래서 표차가 적게 났다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점잖은 전문가들, 지식인들은 TV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서 법과 원칙에 대해 설명하지만 트럼프에겐 통하지 않는 얘기입니다. 트럼프는 '그래서 뭐?' 이렇게 트윗을 날려 버리면 그만입니다.

트럼프는 절대로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습니다. 바이든 쪽에서 이런 혼돈의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이겨도 아주 큰 격차로 이겨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낙관적인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 11월 3일에 있을 상원, 하원의원 선거와 관련해 예비 선거가 각 주별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에 반기를 든 후보들이 예비 선거에서 줄줄이 떨어져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탈출'(Exodus)을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백인들만 이끌고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새로 짓겠다고 합니다.(남북전쟁 이전의 남부의 가치와 영토를 근거로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나라로 살자는 주장은 대안우파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2000년 대선 때 이미 한번 겪었던 것처럼 이제까지 미국에서 선거결과는 득표수만 갖고 이겼다, 혹은 졌다를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패자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이기고, 진 것을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6.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 의미는... 

프레시안 :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김동석 : 이번 선거 결과를 예측하면서만 이런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미국을 이끌어 온 주류들과 소위 지식인들의 탐욕과 오만의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이란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들의 팩트 체킹에 따르면, 트럼프는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집권 기간 동안 2만 번 이상을 했습니다. 그래도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 일반 시민들이 그만큼 소위 정치 지도자, 주류, 지식인들에 대한 반응이 조롱에 가까울 정도로 냉소적입니다. 미국 시민사회가 미국이 이렇게 빨리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충격을 받겠지요.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 고립주의, 반환경주의 등으로 지구촌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기후변화, 인권, 분쟁지역이 안정과 평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 리더십도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트럼프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미국이 급격한 몰락의 길로 접어 들어간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지금 미국의 이 혼돈스러운 상황은 단지 트럼프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이든이 집권을 한다고 해도 당분간 이와 같은 상황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자의 관용'을 상실하기 시작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과 그 방향을 바로 잡기까지는 정치권이 더 큰 진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병진 :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집토끼층의 '문명충돌론'(백인 우월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난폭한 패권주의 등)과 비도덕적 방식이 승리한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이 근대 이후 초당적으로 기초를 놓았던 최소한의 정치의 합의와 규칙, 진실성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미국 건국시조들은 제도가 그 자체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운영되는 행위자의 가치와 도덕에 큰 중요성을 둔 바 있습니다. 사실 미국 대통령제는 여러 가지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모호하고 공백과 결함이 무척 많은 제도입니다. 그래서 의회 중심의 대통령제 운용에서부터 제왕적 대통령제까지 행위자의 편차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이 가능합니다. 많은 직접적, 간접적 버그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나마 미국에서 이 제도가 붕괴하지 않은 것은 건국의 시조들 이후 미국 학자들이 표현하는 '제도주의적 애국주의'(제도의 근저에 있는 가치와 작동의 윤리에 대한 존중과 사랑)와 초당적 관습 등이 전반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 트럼프 진영이 특히 보이는 모습은 예를 들어 밥 돌이나 존 멕케인의 제도적 애국주의 공화당이 아닙니다. 1995년 이후 본격화한 이 경향은 이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트럼프를 보호하는 마피아 정치와 백인 우월주의 문명의 배타적 비전으로까지 변질되었습니다. 이는 바이든이 설령 당선되어도 계속될 경향입니다. 오늘날 미국은 과거 근대 초기 토크빌이 발견한 미래의 모델로서의 미국이 아닙니다. 지금 미국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제도는 작동하지 않는데 새로운 것은 발명되지 않는 궐위(낸시 프레이저 뉴스쿨 교수의 표현)의 미국입니다. 이 미국 모델의 궐위와 중국 모델의 위험성은 향후 최소 30년간 전 지구의 가장 큰 난제이자 인류 문명의 실존적 위기와 관련한 매우 시급한 문제입니다. 

세계 정세에 미칠 영향은 현재 지구적 낭떠러지(precipice-옥스포드대 토비 오드 교수가 쓴 표현이자 신간 제목)에서 마지막 남은 약하지만 그래도 한줄기 기회조차 상실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최소한의 합의였던 '파리 기후협약'마저 탈퇴한 트럼프의 재선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기후파국에 대한 긴급한 협력을 마련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디스토피아로 가는 입구로 본격 진입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7. 미국식 간접선거 제도에 대한 개편 가능성 

프레시안 : 트럼프가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대중투표에서 졌지만, 일부 경합주에서 이기면서 선거인단 투표를 이겨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대선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안병진 : 물론 그 어느 때 보다 논란이 크겠지요. 하지만 사실상 주별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고, 트럼프는 다른 이슈로 이 논쟁을 덮을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김동석 : 정말로 이상한 일은 2000년 앨 고어 대 조지 부시 대선도 그렇고 또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대 도널드 트럼프 대선도 그렇고, 같은 맥락에서 현재 대선 제도의 맹점이 드러났지만 이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게 제기되지 않고 있습니다. 각 당의 대의원 선출 방식, 각 주별 대통령 선거인단 숫자 배정 등을 잘 들여다보면 제도적 문제도 있지만 유권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양대 정당의 정책적 변화가 더디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선거 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당장 정당 기득권의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대선 제도보다는 정당의 재편성이 우선이라고 생각됩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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