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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노무현의 신민주연합은 3김정치 부활”

<인터뷰>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2002.5.6)



'양김 집권 10년'에 대해 대표적인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민주노동당의 '양김 집권 10년'에 대한 평가는 최근 정계개편과 관련,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추진하고 있는 '신민주연합'에 대한 '정당성' 논란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양김 집권 10년'에 대해 "희망을 절망으로 바꾼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랜 군부독재를 청산한 김영삼 정권과 50년만에 정권 교체를 이룩한 김대중 정권은 모두 국민들의 환호 속에 등장했지만 결국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양김집권 10년, 희망을 절망으로 바꿨다"**

"오랜 군사정권을 청산하고 들어선 문민정부인 YS정권에 국민들은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그 기대를 저버리고 마침내 나라 경제를 거덜낸 정권으로 끝났다. 국민들에게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청산을 약속했지만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칼국수 먹는 동안 그 아들은 비리를 저질러 감옥 가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5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다는 환호 속에 등장한 DJ정권도 YS 정권도 똑같은 길을 걸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를 초국적 금융자본의 예속경제로 만들었다. DJ도 아들 셋이 비리에 연루돼 있다."

권 대표는 특히 김대중 정권에 대해 "남북간의 긴장관계를 완화시켜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의 문을 넓히는 역사적 성과를 거뒀다"면서 "그러나 IMF의 요구사항을 무비판적으로 과도하게 받아들임으로써 그 성과를 넘어서는 역사적 과오를 범했다"고 말했다.

이런 평가를 기반으로 권 대표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추진하는 '신민주연합'은 청산돼야 할 3김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라며 "구정치인들의 야합이자 역(逆)지역주의"라고 비판했다.

***"신민주연합, 구정치인들의 야합이자 역(逆)지역주의"**

더 나아가 권 대표는 노 후보가 "청산해야 할 3김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YS와 DJ는 집권 이전에는 민주화 세력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집권 후에는 부패세력이 됐다. 또 과거에 YS를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하던 노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자마자 YS를 찾아가 부산시장 후보를 천거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표 되니까 연대하고, 표 되니까 버리지 말아야 할 것도 가차 없이 버리고... 청산해야 할 3김정치를 노 후보도 그대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 도대체 신민주연합의 성격이 뭐냐. 사람들만 모인다고 '민주연합'이냐."

권 대표는 "지역주의 청산은 영남사람이 호남 가서 표 얻고 호남사람이 영남 가서 표 얻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노무현 후보는 지역주의 청산을 주장하지만 YS와 연대를 모색하면서 역(逆)지역주의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은 울산에서 민노당을 흔들면 안 된다"**

권 대표는 정가의 최대 화두인 '정계개편'에 대해 한 마디로 "관심없다"고 일축했다. 30여년전부터 되풀이해온 보수정치인들의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는 것.

권 대표는 특히 "노무현씨는 울산에서 민주노동당을 흔들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노 후보는 "대선후보가 되면 6.13 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 광역단체장 가운데 반드시 한 곳을 승리할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재신임을 묻겠다"고 호언장담해 왔다. 이는 울산의 송철호 변호사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송 변호사가 민노당 후보로 확정돼 민주당 입당이 물 건너가자 민주당이 민노당과 송 변호사를 연합공천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송철호 변호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연합공천 하겠다는 얘기가 떠돈 다음부터 지지율이 정체하는 등 굉장한 어려움에 처했다. 민주당이 우리 표를 가져간다 할지라도 민주당 독자 후보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떠도는 악화된 여론을 잠재울 방법이 없다."

그는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울산에서 민노당을 흔들었으며 이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은 성역이 아니다"**

그러나 권 대표는 '노무현 바람'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노풍은 IMF 이후 위축되고 억눌려온 20-40대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폭발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또 "노풍으로 지금 당장 민노당의 입지가 위축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바람이 진보정당을 대안세력으로 만들고 노동자 농민들이 스스로 진보정당을 찾는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권 대표는 "민노당이 노무현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노풍'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진보적인 관점에 입각해 노 후보의 정치철학 및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노무현이 성역이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노 후보를 무조건 옹호하려는 시각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민노당이 이회창씨와 노무현씨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분명히 다르지만 노무현씨와 권영길은 더 많이 다르다."

권 대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해 "냉전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정치인"이라고 보는 반면 노무현 후보는 "부분적으로 개혁적인 정치인이지만 노동자를 억압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수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도 언론은 민노당을 배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민노당으로 쏠리지 않았나. 이에 대해 권영길 대표는 "현 시점에서 제도언론이 민노당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정책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하나도 알려지지 않으니까 어떻게 국민들의 주목을 받겠는가. 제도언론에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의도적 배제와 무의식적 배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 의석을 갖지 않은 정당이기 때문에 정치부 기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배제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터뷰나 기획 취재를 하는데도 반영이 안 되는 건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대통령 아들들 문제로 부정부패가 최대의 이슈인데 부패청산의 상징적 인물인 이문옥 전 감사관이 민노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는데도 제도 언론은 한 군데도 보도를 안 했다."

결론적으로 권 대표는 "진정한 정치개혁은 보수 대 진보의 구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제도언론의 무의식적ㆍ의식적 배제를 극복하고 진보정당의 위상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당위와 연결된 과제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면 지역주의가 청산될 것인가. 아직 요원하다고 본다. 민노당과 같은 진보정당, 정책 중심의 정당이 제1야당이 되고 집권 여당이 될 때라야 진정한 정치개혁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약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권 대표는 민노당 후보로 이번 대선에 출마한다. 진보진영에 다른 후보가 있으면 예비경선을 통해 범진보진영 단일후보를 만들 계획이다. 진보진영 단일후보가 내걸 최우선 공약은 "신자유주의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