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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깨끗한 손’ 이문옥이 서울 시장에 출마한 이유

<인터뷰>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이문옥(2002.4.27)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제일 나은 것 같아. 노동자, 서민들은 다 나 좋아하더라구. 젊은 사람들도 그렇고. 그럼 내가 당선되는 것 아닌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이문옥 민주노동당 부패추방운동본부 본부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지난 90년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재벌들의 로비로 중단된 사실을 언론에 고발했던 이 후보가 '부패정치 청산'과 '공직사회 민주화'를 위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문옥 후보가 'CEO 시장 이명박' '생활시장 김민석'에 맞서 내세운 슬로건은 '깨끗한 손 이문옥'.

이 후보의 출마는 '3홍 비리' 등 각종 권력형 비리가 만연한 상황에서 특히 의미가 커 보인다. 벌써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민심이 '노풍'으로 이어진 것처럼 부정부패 척결을 원하는 민심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옥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이 후보는 자신한다. 

***"소신과 전문성을 모두 갖췄다"**

이 후보는 오는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민노당은 투표를 거쳐 다음달 12일 서울시장 후보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나 이 후보가 단독 출마함에 따라 사실상 후보로 확정됐다고 할 수 있다.

이 후보가 내세우는 자신의 장점은 부패 척결에 대한 뚜렷한 소신과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그는 "말만이 아니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직접 싸웠다는 것이 타 후보와의 차별지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90년 감사원의 '권금유착'을 고발한 이후 올해 부패방지법이 제정되기까지 그는 줄곧 부패척결을 위한 법 제정, 제도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다. 

경실련 경제부정고발센터 대표, 공익제보자들의 모임인 '나라사랑 양심선언자모임' 초대 회장, 참여연대 자문위원,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시민감시단장, 민주노동당 부패청산운동본부 본부장 등 지난 10여년간 그의 궤적은 '부패 척결을 위해 몸을 던졌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는 지난 96년 법원의 무죄판결로 감사원에 복직해서도 부패방지법 제정을 두 차례나 건의했다. 결국 99년 정년퇴직할 때까지도 법이 제정되지 않자 그는 '녹조훈장'을 거부했다. 

지난 2000년에는 혼자 162일 동안 '부패방지법 제정'이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다니면서 시민들에게 법제정의 필요성을 알릴 만큼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게다가 그는 서울시장을 정치적 발판으로 생각할 만큼 정치적 야심이 크지 않다. 때문에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서울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 나갈 자신이 있다"고 한다. 

이 후보는 또 행정관료 출신으로서의 전문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특히 감사원 재직시 4년간 서울시 감사를 담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민석은 노무현과 다르다"**

이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정치적 인연이 깊다.

"90년 감사원 비리 고발로 감옥에 갔을 때 우리 집에 제일 먼저 찾아와 가족들을 위로한 사람이 노무현씨다. 또 노씨와는 지난 96년 '꼬마 민주당'에 같이 있었다. 그때 이부영, 박계동, 원혜영, 이철씨 등이 함께 했다."

이 후보는 '노풍'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바람이 정당과 상관없이 노무현이란 인물에 집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꼬마 민주당 시절 '3김 정치 청산'을 외치며 함께했던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후보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를 지적했지만 그는 노 후보에 대해 깊은 애정이 있는 듯했다. 

"김민석 후보는 노무현 후보와 다르다. 살아온 과정도 그렇고. 젊은 사람들도 김 후보를 개혁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후보는 민주당 김민석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으로서 김민석은 훌륭하지만 남한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며 정부 예산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서울시의 시장을 맡기엔 경륜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DJ가 아들 잘못 키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아들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경우 친인척도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김 대통령도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받았던 구시대 정치인 아니냐. 이런 측면에서 아들들 문제의 책임은 김 대통령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젊은 의원들도 정치자금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판에 들어오면 돈 받는 것부터 제일 먼저 배운다. 내가 김민석 후보를 100%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00년 민노당에 입당했다. 부정부패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또 지역감정을 뛰어넘기 위해선 이념정당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 후보는 지난 92년 총선 당시 광주시민 1천여명의 추대를 받아 '시민후보'로 광주 동구에, 96년 총선 때는 '꼬마 민주당' 후보로 서울 노원구에 출마한 바 있다. 92년엔 27% 득표율로 2위, 96년엔 13% 득표율로 4위. 이것이 정치인 이문옥의 그동안 성적표다. 

***인터넷 통한 사이버 선거운동에 주력**

이제 진보정당인 민노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이문옥 후보의 실험이 성공할까?

이 후보는 변화된 정치 환경을 지적하며 기대를 내비쳤다. 인터넷을 매개로 진보적인 젊은층들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졌기 때문. 이번에는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도 늘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지역감정도, 이념공세도 예전에 비해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이 후보 측은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활발히 벌일 계획이다. 민노당 당원이자 대표적인 문화평론가인 진중권씨도 지난 24일 이 후보의 '사이버 대변인'을 자처하며 이에 가세했다. 현재 이 후보의 홈페이지 주소는 http://my.dreamwiz.com/redsqure1. 다음 주 중에 이 후보의 팬클럽 홈페이지(http://www.moonok.com)가 문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