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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국, 남자' 너희는 누구니?

[인터뷰] <한국, 남자> 저자 최태섭


한국에서 '남성'은 질문받지 않는 존재였다.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경험하고 해방 이후 냉전의 틈바구니에 끼여 분단을 겪게 된, 남한과 북한이 적대적인 체제 경쟁을 하면서 70년이 지난, 한국 사회에서 성장한 '남성'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70년 동안 한 번도 질문받지 않았던, 의심받지 않았던, 어떤 요구도 받지 않았던,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았던 한국의 남성들에게 이제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이수역 폭행 사건'에서나 '거제 폭행 사망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어떤 이유든 여성을 죽기 직전까지 때리거나, 아니면 실제로 때려서 죽이는, 또 이들의 폭력을 정당화("쌍방폭행이었다")하거나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 온갖 인터넷 사이트를 도배하는 한국 남성들,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들은 왜 같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가치나 권리조차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여성'들에게 화가 나 있는가?  

의도적으로 남성들을 미러링하겠다고 공표하고 나선 '메갈리아(메갈)'이나 '워마드'와 같은 일부 젊은 여성 집단들에 대한 각종 보도와 논란은 넘쳐나는데, 실제 행동으로 여성들을 죽이거나 때리는 한국 남성들에 대해선 왜 아무런 질문이 없는가?

<한국, 남자>(최태섭 지음, 은행나무 펴냄)은 최근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국 남성의 '남성성'에 대해 역사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에 의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화를 내는 이들을 '너의 피해의식이 정당하다'며 마냥 두둔할 수도, '그런 식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느냐'며 마냥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격렬한 '백래시'(반격)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수전 팔루디가 쓴 <백래시>라는 책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가부장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전(全) 지구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시민혁명'을 경험하지 못했다. 정치적 주체로서의 개인(시민), 보편적 인간으로서의 인권 등에 대해 전 사회적인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에 대해 교육 받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표출되는 '화난 남성들의 분노'는 사회 전체를 큰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이제라도 '한국, 남자'에 대해 질문하고, 알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으로 동년배(30대 중반) 한국 남성인 최태섭 씨가 책을 썼다. 그는 <한국, 남자>를 시작으로 한국 남성들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