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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북한의 10대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프레시안 books] 서의동의 <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

 

인간이 공포를 느끼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무지다. 낯선 것, 낯선 이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발전시켜온 방어기제 중 하나였다. 이 방어기제가 사람을 향하도록 정치적으로 악용될 때, 인류는 전쟁이라는 비극을 겪는다. 

문재인 정부 1년, 가장 큰 변화는 '한반도 평화 무드'가 다시 조성됐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뒤로 지난 9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까지 두 사람은 모두 3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1950년 한국전쟁 이래로 반목해온 남한과 북한, 더 나아가 미국이 서로 합의점을 찾기까지 숱한 난관과 짧지 않은 시간이 예상되지만, 현재 중요한 역사적 기로에 섰음은 분명하다. 

▲ <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 서의동 지음, 너머학교 펴냄

과거 남한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적대감 역시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크다. 미국과 맞장 뜨는 핵무기, 3대 세습까지 완성한 정치체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모를 일 투성이였고, 그래서 강한 희망을 담은 '북한 붕괴론'이 보수정권이 집권하던 시기에 권력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1-2년 안에 망할 것이라던 김정은 정권은 7년째 집권을 이어가고 있고, 협상의 파트너가 됐다. 과거 남북의 정권 모두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무지'의 상태가 유지됐다면, 평화의 시대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은 이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다. 

어쩌면 노래 속 가사가 아니라 현실로서 '통일'(정치적 완성체의 의미라기보다는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의 상태)된 남과 북에서 살아가야할 젊은 세대들에게 서로를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서의동 지음, 너머학교 펴냄)는 이런 목적에 딱 맞는 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남북관계 및 동북아를 취재해온 현직 기자(경향신문 논설위원)이다. 이 책은 정치, 군사 일변도의 북한이 아니라 오늘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해볼 수 있을만한 생생한 정보들을 담았다.  

소학교 4년, 중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에서 생활하는 교사와 학생들, 소학교에서부터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고, 사춘기 때 <안나 카레리나>, <제인 에어> 등 외국 고전도 즐겨 읽으며, 밥만두(만두피 안에 볶은 밥을 넣어 튀긴 음식), 두부밥 등 길거리 음식을 사먹기도 한다고 한다. 또 북한 전체 인구의 10% 밖에 살지 않지만 평양의 생활 수준은 김정은 시대 들어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 평양 시내 일대는 뉴욕의 맨해튼을 닮았다는 뜻으로 외신에선 '평해튼'(평양 시내 일대가 뉴욕의 맨해튼을 닮았다는 의미)이라고 불리며, 주말이면 놀이시설(대성산 유원지, 문수물놀이장 등)을 찾거나 인라인 스케이트 등을 즐기는 어린이들을 볼 수도 있다.   

▲ 평양 시내의 간이매점 (2017년 1월) ⓒ너머학교


 

이 책은 남한의 언론에서는 그동안 잘 소개되지 않았던 김정은 시대 이후 변화된 북한 실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 대상이지만 성인들도 북한에 대한 소소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 책에는 100여 장의 넘는 북한 관련 사진과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역지사지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북한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에 머물지 않고, 왜 달라졌는지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는 설명이다. 다름이 곧 배제나 차별의 논리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