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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공무원들, 우병우 만나면 다리 벌벌 떨었다더라"

[인터뷰] <권력과 검찰> 저자 최강욱 변호사

 

'검찰 개혁'은 그저 검찰만 개혁하는 일이 아니다. 최강욱 변호사는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의 해체 작업의 일환으로 본다. 

"군사독재 정권을 떠받들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은 검찰과 군대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부터 살펴보면, 검사와 군인(육사) 출신 국정원장이 많다. 검찰(수사기관), 군(무력기관), 국정원(정보기관)이 강하게 연결돼 있고, 이들 뒤에는 사실상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이 존재한다."

"과거 독재군사 정권을 떠받든 두 개의 기둥이 검찰과 군대였다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떠받들었던 것은 검찰과 언론"이었다는 점에서 언론 개혁은 '박근혜 적폐'를 청산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제다. 최근 YTN 사장 공모 과정에서, 대주주 측 3명이 담합해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에게 '0점'을 줘 서류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 사태는 '적폐 청산'을 위해 언론을 바로 세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보여준다.  


최 변호사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맡고 있다. 

최 변호사는 "방문진 회의록은 주어(발언자)를 표기하지 않는 '복면 회의록'"이라면서 현재 MBC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폭로했다. 최 변호사는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은 지금 버티고 피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검찰 개혁, 경찰 개혁, 언론 개혁 등 대한민국 적폐 청산의 일선에 서 있는 최 변호사에게 '직접 정치할 생각은 없느냐'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물었다. 그는 "나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태평성대에는 안 맞는 사람"이라며 '직업 정치인'의 자질과 소명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풀어 놓았다. 궁금하신 분은 인터뷰를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다음은 지난 21일 최강욱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청맥 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후반부다. 

(☞ 최강욱 변호사 인터뷰·上 : 검찰이 민정수석실을 노리고 있다


▲ 최강욱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청와대 캐비닛 문건, 박근혜 막장 보여줘…" 

프레시안 : 검찰이 박근혜 청와대에서 발견된 '캐비닛 문건'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정권의 보위를 위해 작성된 문건이 지금은 정권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어떻게 보고 있나.  

최강욱 : 캐비닛에서 문건이 줄줄 나오는 것을 보고, '박근혜 정권은 끝까지 '막장'을 보여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다른 한편으로는 '하늘의 그물이 성글어 보이나 절대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맹자의 말처럼 주권자가 깨어있으면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 같아 반가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내부 문서를 없애는 일에 매진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최순실 씨의 태블릿PC가 보도된 뒤, 총 네 차례에 걸쳐 파쇄기를 구입했다. 또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이 특검의 압수수색을 기를 쓰고 막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문서를 파쇄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자발적인 충성자가 한 줌도 안 됐다고 할까? 일방적 지시와 복종을 강요하며, 이행하지 않으면 보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정권이다. 어떻게 보면 자초한 일이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공무원들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하도 당해서 업무로 민정수석실을 찾을 때면 다리를 벌벌 떨었다고 하더라.(웃음) 민정수석실은 "인사검증 권한은 물론이고 공직자 감찰 등 여러 곳에 관여"한다.(191쪽)  

개인적인 바람은 문건을 작성한 사람들이 스스로 나섰으면 한다. 법원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진행 중이지만,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이 증거로서 가치를 지니려면 누가 언제 작성한 것인지 확인돼야 한다. 당시 공포에 짓눌려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고 해도 후배나 자식은 그러지 않게 보다 떳떳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공무원들도 이제는 비루한 모습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공동취재단


 

군 비리 수사했다고 쿠데타 걱정?  

프레시안 : 검찰 개혁과 경찰 개혁뿐 아니라, 국방 개혁과 국정원 개혁 또한 시대적 요구다. 2005년 군검찰 소속으로 군납비리를 수사하며 현역 장군을 구속시켰다. 또 진급비리로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사실상 물러나게 했다. 남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첫 국정원장을 지낸 뒤, 친박계 지지로 지난 대선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 

최강욱 : 소령 신분으로 육군 참모총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니, 그 일로 군검찰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웃음)  

노무현 정부 때였는데, 일개 소령이 장군을 구속하니까 정부 관계자가 '쿠데타라도 일어나면 어떡하려고 그러느냐' 우려하더라. 하도 어이가 없어서 '교통체증 때문에라도 쿠데타는 못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당시 수사를 해보니,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 구(舊) 체제)'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겠더라. 병역비리를 수사하면, 군인들이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저항하더라. 특히 군에서도 가장 힘을 많이 가지고 있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제일 강하게 저항했다. 사실상 이들 뒤에는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이 있었고, 이런 저항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군사법제도 개혁도 좌초된 것이다.  

한 번은 '한국형사소송법학회'에서 군사법제도와 관련한 발제를 하면서 '군사법제도는 별도로 있을 필요가 없다.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검찰과 법원이 모두 반대했다. 그러면서 '군은 민감한 정보도 많고 무력도 가진 곳인데 외부에서 수사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 하고 질문하더라. 너무 허탈해서 이렇게 말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비밀이 없어서 검찰이 수사하나. 통일부와 같은 정부 부서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은?' 

책 <권력과 검찰>(창비 펴냄)에서도 '군사독재 정권을 떠받들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은 검찰과 군대'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부터 살펴보면, 검사와 군인(육사) 출신 국정원장이 많다. 검찰(수사기관), 군(무력기관), 국정원(정보기관)의 뿌리에는 일종의 문화 같은 게 정착되어 있다. '우리끼리는 서로 지키는 게 있으니,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그런 것? 그리고 이들 뒤에는 사실상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연결 고리를 깨뜨리는 게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검찰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검찰 조직이 바뀌면, 다음은 좀 더 쉽게 깰 수 있지 않겠는가.  

'복면 회의록' 작성하는 방문진, 떨고 있다 

프레시안 : 2012년부터 지금까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방송 개혁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 퇴진 목소리가 높다. 또 MBC, YTN 해고 언론인 복직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내년까지 해직 언론인을 복직시키겠다고 했다. 

최강욱 :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자신이 할 때는 물불을 가리지 않으면서 나쁜 짓을 바로잡으려고 하면 오히려 법과 원칙을 따진다. 지금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이 딱 그 꼴이다.(웃음) 김장겸 사장은 올해 2월에, 고대영 사장은 2015년 11월에 각각 취임했는데 두 사람은 지금 버티고 피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금 MBC는 대표적인 공안 검사 출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때문에 더 나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할 때부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나. 고 이사장은 이 발언으로 지난해 9월 법원으로부터 3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에 방문진은 10월 이사회에 고 이사장 불신임 안건을 올렸다. 그런데 고 이사장과 극우 성향 이인철 이사가 약 3시간 동안 반박 글을 낭독하며 필리버스터를 진행, 결국 이사회가 파행됐다. 그래도 이때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어 막무가내로 버티는 모습이었는데, 최근에는 불안해 보인다. (☞ 관련 기사 : "문재인 공산주의자" MBC 고영주는 형사 처벌 받게 될까?) 

보수를 지배하는 것은 '공포'라는 말이 있지 않나. 기가 막힌 게 방문진 회의록에는 '주어'가 없다. 기록을 봐도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사회에서 방문진 회의록은 '복면 회의록'이라고 말했다.(웃음)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안한 것이다. 이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지난 6월 2일 '김장겸·고영주 퇴진행동, MBC 선언의 날' 집회 모습.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프레시안 : 과거 이명박 정부는 KBS를 장악하기 위해 정연주 전 사장에게 배임 혐의를 씌워 몰아냈다. 정권이 언론 장악을 목적으로 편법을 쓴 것인데,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겠다고 같은 방법을 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최강욱 : 안 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 노조 파괴, 부당 인사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또 '세월호 유가족 우는 장면 삭제 지시'와 같은 보도 통제를 내세워 압박할 수 있다. 그리고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도 중요하다. 방송법과 방송제도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 관련법이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과거 독재군사 정권을 떠받든 두 개의 기둥이 검찰과 군대였다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떠받들었던 것은 검찰과 언론이었던 것 같다. 지금 방문진 이사나 KBS 이사는 언론 생태계만 망가뜨린 게 아니다. 고 이사장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특조위가 제 기능을 못 하게 했고, 이사들 중에는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나눠진 유인물에 칼럼을 쓰며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  

사람들이 검찰 개혁에 관심을 갖는 것만큼 언론 개혁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  

"나는 태평성대에는 안 맞는 사람"  

프레시안 : 마치 대한민국 적폐를 모두 청산하고 개혁하려는 선도자 같다.(웃음) 혹시 정치할 생각은 없나?  

최강욱 : 그런 제안은 오래전부터 받았다.(웃음) 문재인 정부에서도 하마평(下馬評)이 무성했는데, 기자들 전화도 많이 오고 해서 농담으로 '여성부 장관직 빼고는 다들 한마디씩 하더라'라고 했다.(웃음)  

첫째, 정치인은 '정치를 왜 하려고 하느냐?'에 대한 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헌신하며 최소한 무엇 하나는 선물로 남기기 위해 정치합니다'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자기 삶의 궤적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유권자가 인정해 대표로 뽑아줬을 때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정치를 할 수 있다. 나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둘째, 정치인 중 법조인 출신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5000만 인구 중 법조인은 은퇴한 사람까지 포함해도 2만 5000여 명 정도로 전체의 0.05% 수준이다. 그런데 20대 국회의원 중 법조인은 50명으로 약 16~7%를 차지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법조인이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시국사건에 많이 관여한 인권변호사, 어떤 사건으로 이름을 알린 판검사, 아니면 거물 정치인을 따라다니며 집사 역할을 한 사람이다. 하지만 대개는 다소 실망스럽다. 물론 민주주의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노무현·문재인 등 대통령이 두 명이나 나왔고, 박주민·이재정·진선미 의원 등 잘하고 있지만…. 


특별한 직업적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처럼 여기저기서 '허명(虛名)'을 얻었다는 이유로 정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웃음) 

그리고 좋게 말하면 명쾌하게, 나쁘게 말하면 버릇없이 말하는 스타일이라 말이라도 속 시원하게 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 파악한바, 밖에서 떠드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문재인 시대'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나라다운 나라 아닌가.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태평성대에는 안 맞는 사람이다.(웃음) 


"'하지 말라'고 지적하고 촛불 들었던 것처럼 연대하자" 

프레시안 : 최근 권력과 검찰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은데, 어떻게 보고 있나. 

최강욱 : 1990년대 경찰 이야기를 다룬 <투캅스>(강우석 감독, 1993)와 2000년대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한 <친구>(곽경택 감독, 2001)가 인기였다. 그러다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2010), <베테랑>(2015)과 한재림 감독의 <더킹>(2016) 등 최근에는 영화의 주인공이 검사로 바뀌고 있다.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는 반증인 것 같아 반갑다. 

프레시안 :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아이가 문과면 진경준(검사장)처럼 되기를 원하고 이과면 김정주(NXC 대표)처럼 되기를 원하느냐?'라고 한 말이 화제가 됐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강욱 : 예전부터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경험했고, 지금까지도 가장 큰 관심사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굴종하라고 태어난 게 아니다. 오히려 힘에, 지위에 무릎 꿇지 말라고 책도 읽게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군 비리 수사를 기점으로 조직의 논리, 가진 자의 태도 등을 고민하게 됐다. 그러면서 조직에 짓눌리기보다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논의를 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검찰을 비판하는 댓글을 쓰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갑에 대항하기 위해 을이 무조건 힘을 합치자고 할 게 아니라, 을이 갑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지적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주문만 한 채 뒤에서 손가락질하며 스스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자.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의 기득권이라는 장관, 교수, 변호사 등이 보여준 비굴하고 교활한 모습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날씨가 추워서 사람이 없을까 봐 머릿수 채우는 마음으로 매주 나온 촛불의 정신도 잊지 말자. '연대'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