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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이철희·유종일·최태욱이 본 '호남 민심'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장, 유종일 KDI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교수가 만나 2시간 동안 4.13 총선에 대해 좌담을 했다. 그 중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거리 중 하나인 '호남 민심'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각자의 분석을 따왔다. 자세한 기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최태욱 : 서울에 사니 체감은 못하지만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제 생각인데, 호남 민심은 두 가지를 요구하는 것 같다. 한국에는 지역주의 문제가 아니라 호남과 비호남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호남의 차별 문제다. 호남과 영남이 대등하게 싸워야 지역주의 문제가 된다. 오히려 호남의 소외 문제다. 이 호남 문제를 치유하고 다독여주고, 더 나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이게 첫째 요구다.

 

둘째 요구는 그것을 위해 정치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문 대표가 첫 번째 요구와 관련된 감정을 탁 건드린 것 같다. 치유해주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지만, 문재인 대표가 최근 광주를 방문하면서 경찰에 보호 요청을 한 적이 있다.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유종일 :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호남 쪽과 접하는 부분이 있는데, 첫 번째 요구보다, 두 번째 요구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첫 번째 요구는 '정말 믿을 수 있어?' 라는 의문을 수반하는데, 지난 대선을 보면, 이미 빈정이 상한 상태에서도 내키지 않지만 문재인 대표에게 몰표를 줬다. 그래도 정권을 새누리당에게 넘기는 것은 안된다는 심리가 있었다. 그런데 졌다. 호남 사람들은 증명이 됐다고 본 것이다. 그 후에 계속 선거에 졌다. '집권 능력'이 없다고 본다는 것 아닌가. 차라리 당장 지역에 예산 끌어오는 이정현이라도 뽑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지금, 야권에서 똑같은 사람들이 또 나온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콧방귀를 뀌는 것이다.

 

이철희 :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호남성'이 있다고 하자. 새누리당은 '영남성'을 버리지 않는다. 주로 당의 중심은 영남에서 배출된다. 대선 후보도, 당 대표도 그렇다. 영남성을 놓치 않는 정당이 그것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게 있다. 그런 반면 야당은 그게 아니다. 호남성이 옅어졌다. 왜 그럴까. 예고된 비극이다. 호남 정당의 영남 후보가 필승 카드라는 잘못된 신화가 비극을 낳은 것 같다. 노무현 후보가 그 신화였다. 영남을 반분해야 대선에서 이긴다는 논리가 나왔다. 그런데 노무현 후보가 한 번 이긴 것이다.

 

그 이후에 비슷한 노력이 다 실패했다. 달랑 두 분의 성공 모델이 있으니 이런 방법론을 성역화한 것 같다. 여기에 호남 원죄론이 작용한다. 호남 출신은 아예 대선 후보가 못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호남 출신은 클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이게 총선까지 넘어온다. 총선에서도 영남에서 의석을 갖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권도 영남으로 넘어간다. 이러다보니 호남 사람들이 열패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구조적으로 영남은 덩치가 훨씬 크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안해도 되지만, 호남은 숙명적으로 그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저는 지역 주의를 전제로 승리하는 그림을 그리는 한 이 당(더불어민주당)은 안정적으로 갈 수 없다고 본다. 끊임없이 호남은 볼모로 잡히게 된다. 지역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회적 프레임, 계층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이 대비를 해야 한다. 정당 자체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유종일 : 김대중 정권 때부터 영남에서 민주당 쪽 지지율이 그나마 올라갔던 때가 어떤 때냐. 재벌 개혁이라든지 하는, 어떤 개혁성을 선명하게 보일 때 그랬다. (영남 사람을 기용한다든지 하는 식의) 지역을 끌어안는다고 해서 올라간 것이 아니다.

 

이상돈 : 호남의 경우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는데, 우연하게 안철수라는 사람이 창당을 하니까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천정배 의원은 호남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고, 호남에 국한된 사람이다. 호남 사람들은 호남 지역성이 좀 희석시킬만한 신당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당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너무 단시간 내에 (지지율이) 빠졌다. 창당 다음 날부터 (보수 출신인) 윤여준 공동창준위원장도 하지 않는 발언을 한상진 위원장이 해서 이른바 '성찰하는 진보'의 (나쁜 의미로서) 진면목을 보여준 것 아닌가. 이번에 국민의당이 성공을 하려면 수도권 의원들 7~8명이 와야 한다고 봤다. 그래야 자기들이라도 살기 위해서 선거 때 제대로 해보려 하지 않았겠나. 호남은 우연하게 안철수 의원을 지지했다. 그런데 자기들이 주저앉은 것 같다. 안철수 의원은 영남 사람으로 보기도 어렵다. 수도권 아닌가?

 

이철희 : 호남은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을 두드려서 그 쪽 지지층을 끌어오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 것 같다.

 

이상돈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세 번째로 허무하게 돼 버렸다.

 

 

                                (사진 :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野, '노무현 당선 신화'를 넘어서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