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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무현

이정우 "참여정부, 분배에 집중 못 했다" (2006. 7.20)

노무현 정부 전반기의 경제정책 기조를 잡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경북대 교수)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정부의 경제정책 운영방향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일관성 여부에 달렸다"며 "남은 20개월 동안 노무현 정부가 만회 골을 넣기 위해선 처음에 세워둔 목표와 이정표대로 일관성 있게 경제를 운영해가야 한다"는 게 이 전 실장의 조언이다.
  
  이 전 실장은 특히 한미 FTA에 대해서는 "우리 제도와 정책을 미국식으로 바꾸어 경제체질을 미국화할 것이고, 결국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제관료들에게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
  
  이 전 실장은 20일 <한겨레>에 실린 '참여정부 빛나는 노을이 되려면'이라는 글에서 "경제는 너무나 중요하므로 경제관료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문제"라면서 "대통령과 새 경제부총리는 각계의 비판에 늘 귀를 열어두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장과 분배 논란과 관련해 현 정부가 오히려 분배에 집중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보수 학자·야당·언론은 입버릇처럼 참여정부가 분배에 치중하는 바람에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면서도 증거를 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보수파의 상투적 반대에 부딪혀 참여정부가 분배와 참여에 집중하지 못했고, 그래서 성장잠재력의 복원도 불충분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 쪽에서는 양극화 문제도 성장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는 양극화 현상의 발생 원인을 모르는 데서 오는 오류"라며 "과거와 같은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쓴다면 성장률은 조금 올라갈지 모르나 양극화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식 시장지상주의는 결코 최선이 아니다"
  
  한미 FTA와 관련해 이 전 실장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단순한 쇄국주의나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 충격이 너무 크고, 우리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정부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1997년의 환란을 맞아 IMF-미 재무성-월가의 권고에 따라 실시한 미국식 구조조정, 대량실업의 결과가 어떠했냐"며 "지금의 저투자, 저성장도 거기에 일부 이유가 있는데 한미 FTA는 이를 상시화하는 것"이라고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또 "한미 FTA는 우리 제도와 정책을 미국식으로 바꾸어 경제체질을 미국화할 것"이라며 "시장경제에는 영미형, 북구형 등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 중 미국식 시장지상주의는 결코 최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우리의 정책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우리의 경제체질을 악화시키려 하냐"고 반문하면서 "FTA는 늘여나가야 하지만 상대를 잘 가려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이 전 실장은 "분명히 5·31 선거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엄중 경고"라며 "이는 살기 어려운 데 대한 원성과 개혁 미진에 대한 불만이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여당 일각에서 선거 참패와 관련해 정책 후퇴 주장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무리하게 경기를 부양하자는 주장은 그것이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나든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 '분배니 뭐니 거대담론은 헛소리'란 생각은 위험하다. 이는 지도 없이 바다를 항해하자는 것이며, 등불 없이 밤길을 걷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눈앞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상적 국가를 향한 초석을 놓는 심정으로 묵묵히 걸어가기 바란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거듭 주문했다.
  
  이에 앞서 이 전 실장은 최근 <한겨레 21>과 한 인터뷰에서도 "한미 FTA가 졸속으로 갑작스레, 정부 내에서조차 소수 사람들을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성급하게 강한 상대와 준비 없이 씨름을 하면 얻을 이득은 불투명한 반면, 입게 될 피해는 명백하다"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