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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통령, 필리핀 방문해 중국 비판…中 "미국이 갈등 부추겨"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필리핀을 방문해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중국이 "위협과 강요"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 정부가 무력 충돌 발생시 필리핀 편을 들 것을 약속했다.

미국은 또 필리핀에서 미군 이용 기지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필리핀 방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경쟁 구도 속에서 외교적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가운데 성사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전임인 트럼프 정부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당시에 다소 약화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반미 감정을 표출하고 중국에 경사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해리스 "남중국해 무력 충돌시 상호 방위 의무 발동" 약속 

해리스 부통령은 20일부터 사흘간 필리핀을 방문했다. 그는 지난 6월 당선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21일 회동을 갖고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 공공 선박,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이 일어나면 미국과 상호 방위 의무가 발동된다"며 "이는 필리핀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약속"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하지 않는 필리핀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2일에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가까운 팔라완을 방문했다. 그는 해안경비대 소속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필리핀 정부의 손을 들어줬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며 "미국은 남중국해의 위협과 강압에 맞서 필리핀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등 주변국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이다. 중국은 2016년 남중국해에 9개선을 긋고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했지만,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번 방문에 맞춰 미국-필리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미군 기지를 현재 5곳에서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 직후 필리핀 방문해 속내 드러내" 

해리스 부통령의 필리핀 방문에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항상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이 역내 국가 간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가간 교류가 다른 국가의 이익을 겨냥하거나 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해리스의 필리핀 방문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갈등을 부채질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꺼려하는 중국 위협의 의도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이번 방문이 지난 15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이뤄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은 "정상회담에선 '갈등 해소'를 예고했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22일 필리핀 팔라완을 방문한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