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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 하원의장 탄생?...2022년 공화당 중간선거 시나리오

[워싱턴 주간 브리핑]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워싱턴 정가의 치열한 싸움

2022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나오는 주장 중 하나가 '트럼프 연방 하원의장(Speaker of the House)' 시나리오다.

지난 4일 극우 보수 진영 팟캐스트인 '웨인 알린 루트 쇼'에 출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도 "많은 사람들이 상원 출마를 권유하는데, 당신의 아이디어는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당시 진행자는 트럼프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2024년 (트럼프) 대선 출마를 얘기하지만, 나는 2022년은 왜 안되냐고 묻고 싶다. 2022년 (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해라. 크게 생각해서 크게 이겨라. 플로리다에 새로 생긴 1석에 출마해서 이기고 공화당 승리를 이끌어라. 그러면 하원의장이 되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다." 

물론 마이크 린델 마이 필로우 사장 등 또다른 극우 음모론자들은 '8월 트럼프 백악관 복귀설'을 주장하지만 현실적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트럼프 하원의장설'은 이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얻을 게 많다. 이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 좋은 유인책이며, 장외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화당을 접수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원의장은 하원을 대표하는 자리다. 양원제인 미국 의회에서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겸직하며, 하원의장은 하원 다수당 의원들이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 궐위시 권력승계 순위가 부통령 다음으로 하원의장이다. 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야당에서 가장 높은 권력 순위가 하원의장이 된다. 또 앞서 극우 팟캐스트 진행자가 말한 것처럼 하원의장은 하원에서 다룰 현안을 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을 이끌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다.

인구총조사로 하원 의석수 재배분...플로리다 등 공화당 강세주에 의석 늘어...민주당 '초비상'

하원의원(435명)은 2년마다 선거로 뽑는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218석, 공화당이 212석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며, 낸시 펠로시가 하원의장이다. 

지금도 양당의 의석 수가 불과 6석 밖에 나지 않는데, 2020년 인구총조사(10년마다 실시) 결과 공화당이 더 유리해졌다. 하원은 인구 수에 비례해 435석을 각 주에 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구총조사로 텍사스(2석), 플로리다(1석), 노스캐롤라이나(1석), 몬태나(1석), 콜로라도(1석), 오리건(1석) 등 6주에 의석이 늘었다. 오리건을 제외하고 모두 공화당 강세인 지역이다. 반면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등 7개주는 1석씩 의석이 줄었다.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는 민주당 강세,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는 공화당 강세, 미시건, 펜실베이니아는 경합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 '비상등'이 커졌다. 가뜩이나 중간선거는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 때문에 야당이 유리한데, 이처럼 의석 배분 자체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짜여졌기 때문이다. 

헌법에 하원의원 중 하원의장을 선출한다는 규정 없어...공화당 다수당 확보가 관건 

트럼프 진영에서는 트럼프가 하원의장이 되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나오고 있다. 

첫째, 트럼프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인구총조사 결과 1석이 늘게 됐으니, 이 빈자리에 (혹은 플로리다의 다른 지역에) 트럼프가 출마해 하원의원이 된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딱 1명이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하원의원이 됐다. 존 퀸시 애덤스(6대 대통령, 1825-1829년)는 연임에 실패하고 그 다음 선거인 1830년 하원의원으로 선출돼 1848년 하원의원으로 삶을 마감했다.

둘째, 연방 헌법은 하원에서 하원의장을 뽑는다고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하원의장이 반드시 하원의원일 필요는 없다. 트럼프가 굳이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연방 의회가 시작된 1789년부터 지금까지 하원의원이 아니었던 하원의장은 한명도 없었지만 트럼프와 그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런 '관례' 따위는 쉽게 무시해왔다. 

선거 분석 전문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의 평론가이자 칼럼리스트인 에이비 스터다드는 14일(현지시간) MSNBC와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장악할 경우 두번의 트럼프 탄핵에 대한 보복으로 조 바이든을 탄핵하려는 강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가 반드시 하원의원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 중 일부는 트럼프가 하원의장이 되기를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상원 다수당 되면 오바마 때처럼..." 벼르는 매코널 

상원은 하원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50개 주에서 2명씩 의원을 선출해 총 100명인 상원의원은 6년이 임기이며, 2년마다 의석수의 3분의 1씩 새로 선출한다. 

현재 상원 의석 수는 민주당이 50석, 공화당이 50석인데, 부통령이 상원의원을 겸직하므로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이지만 공화당에 정치적 색깔이 더 가까운 조 멘친(웨스트 버지니아), 크리스틴 시네마(애리조나) 의원의 '활약'으로 민주당은 기대만큼 바이든 정부 정책 의제를 뒷받침할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1.9조 달러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경기부양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로 텍사스 등 공화당 주에서 추진하는 투표권 제한 법안에 맞서는 선거법 개혁안, 군 성폭력 관련 법안, 총기 안전 관련 법안, 이민 개혁 법안, 경찰 개혁 법안 등은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소수당이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된 필리버스터 제도 때문에 60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는 법안은 소수당이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켄터키)는 14일 "만약 공화당이 다시 상원 다수당이 된다면 2024년까지 바이든은 대법원의 공석을 하나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대법관을 포함한 대통령 주요 인사는 상원의 인준 표결을 거친다. 매코널은 바이든의 정책 과제에 대해서도 통과를 최대한 막겠다는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도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였던 미치 매코널은 당시 "오바마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라고 공언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개혁 과제를 좌절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이에 맞서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트럼프 흠집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트럼프 재임 시 법무부를 통한 백악관 고문, 민주당 의원, 기자 등에 대한 사찰 의혹과 같은 트럼프의 권력 남용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15일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트럼프가 하원의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6160039493961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