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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서 10년 복무한 난 미국 시민이 아닙니다"

[현장] 입양인시민권법 통과 위해 美 '입양인 평등권 연대' 발족

 

"나는 1982년 한국에서 태어나고 버려졌다고 합니다. 내가 두 살 때인 1984년 양부모에게 입양돼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안타깝게도 나를 입양을 한 직후 양부모는 이혼을 했고, 그들은 내 귀화를 마무리 짓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 나는 내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10대 때 이를 알게 됐어요. 하지만 엄마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얘기해서 그렇게 알고 지냈습니다. 실제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나는 멕시코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나는 대학에 진학한 뒤 미 해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속한 부대가 2007년 이라크로 파견을 가게 되면서 나는 기밀 정보 취급 허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미국 시민권이 필요했는데 거부당했습니다. 왜냐면 '아동시민권법'이 2001년부터 적용됐는데, 그 법이 효력을 갖기 6개월 전에 만 18세가 됐고, 나는 아동시민권법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군 복무를 계속하면서 시민권을 획득할 생각이었는데, 2012년 다치게 되면서 군을 나와야 했습니다.  

나는 군인으로 미국에 10년 동안 헌신했습니다. 이제 미국이 입양된 아동을 미국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헌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한 리아 씨.ⓒ프레시안(전홍기혜)

 

군인 출신인 리아 리(Leah Lee, 37) 씨는 1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의회에서 열린 '입양인 평등권 전국 연대'(National Alliance for Adoptee Eguality) 발족식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두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으나 양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법적으로 그의 입양 수속을 마치고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 미국 시민권을 따지 못했다.

1982년생인 그가 시민권을 받지 못한 것은 미국 시민에게 입양된 아동들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아동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 법은 제정일(2001년 2월 27일) 기준 만 18세 미만의 입양 아동들에게만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도록 했기 때문에 리아 씨는 '6개월의 차이'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내 법적 신분 상태는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한국 국적자입니다.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나는 한국 여권을 만들 수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한국말을 하지 못하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전혀 모릅니다.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습니다.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들은 본국으로 추방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에 내가 한국으로 추방이 된다면 살아갈 수 있을까요?"

리아 씨는 발족식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시민권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일상적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입양인 평등권 연대'는 입양인 시민권 문제 등 입양인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연대기구로, 미주한인유권자연대(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김동석 대표), 입양인권익운동(Adoptee Rights Campaign, 조이 김 알레시 대표), 홀트인터내셔널(수잔 콕스 부회장) 등 25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의회에 발의된 '입양인 시민권법'(Adoptee Citizenship Act)의 통과가 일차적인 목표다.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입양부모가 입양절차를 완료하지 않아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입양인들은 최대 4만9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한인 출신 입양인들은 약 2만 명으로 알려졌다. 또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입양된 아동들 중 최대 1만4643명이 성인이 되어도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아동을 국제입양 보내는 송출국과 국제입양을 받는 수용국 미국의 '허술한 입양 법제'에 있다. 국제입양을 아동의 출신국에서 법적으로 완료하지 않고도 미국으로 이주가 가능하도록 송출국과 수용국에서 허용하고 있다. 입양아동의 권리보호가 최우선이 아니라, 입양기관의 수익과 입양부모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다보니 발생한 일이다. 자의도 아닌 타의에 의해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아동의 안전을 최소한 담보할 수 있는 '국적' 문제가 일차적인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캄보디아, 캐나다, 중국,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공화국, 엘살바도르, 독일 영국, 과테말라, 아이티, 인도, 이란, 아일랜드, 일본, 멕시코, 파나마, 필리핀, 러시아, 사모아, 한국, 세인트키츠, 태국,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에서 온 입양아들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서도 한국, 유고슬라비아, 캐나다 출신의 입양인들이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입양인으로서 직접 증언했다.  

입양인시민권법을 발의한 아담 스미스(민주당, 워싱턴-9) 의원, 랍 우달(공화당, 조지아-7) 의원, 공동 발의한 그레이스 맹(민주당, 뉴욕-6) 의원, 길 시스네로스(민주당, 캘리포니아-39) 의원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아담 스미스 의원은 "이 이슈는 이민제도의 문제로 여겨지면 오늘날 정치적인 환경에서 정책을 통한 해결이 어렵다"며 "이 법안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지지를 기반으로 발의가 된 것은 랍 우달 의원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현재 법안이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랍 우달 의원은 이 법안이 아동시민권법을 보완할 수 있는 진전된 법안이라고 평가하며 "입양인들이 수십년간 미국에 거주하고 나서도 시민권을 받지 못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웃을 향한 사랑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입양인시민권법안'(H.R. 2731)은 '아동 시민권법'에서 적용이 제외된 입양인들에게 자동적이고 소급적인 시민권 부여를 목적으로 한다. 또 이번 법안은 적용 대상에 현재 미국 내에 거주하지 않는 입양인들, 즉 추방 입양인들도 포함시켰다. 2019년 11월 13일 현재 민주당 15명, 공화당 16명 의원이 공동 발의(co-sponsor)했다.  

상원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S.1554)을 지난 5월 로이 블로트(공화당, 미주리) 의원, 에이미 클로버차(민주당, 미네소타)의원과 수전 콜린스(공화당, 메인) 의원이 발의했으며, 10월 말 현재 민주당 3명, 공화당 1명이 공동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