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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양된 '무국적 한국인' 2만명 구제 법안 통과될까

미 의회, 추방입양인 포함 '입양인시민권법' 통과 여부 관심

 

국제입양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새로운 가정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아동이 태어난 나라에서 양부모가 거주하는 나라로 아동을 이주시키는 행위다. 국제입양 대상이 되는 아동은 태어난 나라에서 법적으로 '고아'나 입양이 필요한 상태로 처리되지만, 한국을 포함해 국제입양을 보내는 국가에서 실제로 양쪽 부모 모두가 있거나 한부모가 있는 아동이 국제입양을 보내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아동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비자발적'인 국제이주 과정에서 이 아동은 태어난 나라의 국적과 언어와 문화를 박탈당한다. 따라서 입양아동에게 이 이주 과정에서 최소한의 안전권이 확보되는 조건은 이주한 나라의 국적(시민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래야만 학대, 폭력, 파양 등 양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 입양아동의 안전을 위해 긴급한 보호나 사회적 개입이 필요할 경우, 혹은 입양아동이 성인이 되어 양부모로부터 독립을 할 경우, 입양인이 그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존의 국제입양은 이 가장 기본적인 조건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곧바로 입양인 개인의 피해와 고통을 야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16만5305명 중 국적 취득 미확인자가 2만6822명, 이들 중 미국으로 입양된 이들이 1만9429명이다. 물론 이 숫자는 정확하지 않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국적 미취득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국제입양 관련 법과 제도의 문제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허술한' 국제입양 관련법 때문에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인들 중 미국 국적 취득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입양인은 전체 한인 입양인의 약 18%에 이른다. 한국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2013년도까지 입양아동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비자(IR-4)로 국제입양을 보냈고, 상당수의 미국 입양부모들은 자신들의 의무인 입양 아동의 시민권 취득 과정을 진행하지 않았다.

시민권 취득의 문제는 입양인 개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양인 개인이 책임져야 하며,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추방당하는 입양인들까지 생기면서 이들의 시민권 문제는 긴급한 인권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인 아담 크랩서 씨는 지난 1월 대한민국과 입양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클린턴 정부 시기인 지난 2000년 '아동 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이 연방 의회를 통과됐지만, 이 법은 제정일(2001년 2월 27일) 기준 만 18세 미만의 입양 아동들에게만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도록 했고, 당시 이미 성인이 된 많은 입양인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여전히 1945년부터 1998년까지 해외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인 중 2만5000명에서 4만9000명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들에게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입양인 시민권법(Adoptee Citizenship Act)을 지난 5월 아담 스미스(민주당, 워싱턴-9) 의원과 랍 우달(공화당, 조지아-7)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2019년 10월 말 현재 민주당 12명, 공화당 13명 의원이 공동 서명(co-sponsor)했다. 이 법안(H.R. 2731)은 '아동 시민권법'에서 적용이 제외된 입양인들에게 자동적이고 소급적인 시민권 부여를 목적으로 한다. 또 이번 법안은 적용 대상에 현재 미국 내에 거주하지 않는 입양인들, 즉 추방 입양인들도 포함시켰다.  

상원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S.1554)이 지난 5월 로이 블로트(공화당, 미주리) 의원이 발의했다. 에이미 클로버차(민주당, 미네소타)의원과 수전 콜린스(공화당, 메인) 의원이 공동 발의했으며, 10월 말 현재 민주당 3명, 공화당 1명이 서명했다.

'입양인 시민권법'은 2016년부터 매 회기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해 입양인, 미주 한인 등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번에 세번째로 발의된 입양인 시민권법이 통과되기를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주한인유권자연대(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입양인권익운동(Adoptee Rights Campaign), 홀트 등 20여개 단체가 연대체를 만들어 공동으로 법안 통과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11월 13일 아담 스미스 의원 등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과 함께 '전국 입양인 평등권 연대'(National Alliance Adoptee Equality) 발족식을 갖는다.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국장은 1일 워싱턴 D.C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입양인 시민권 문제가 지난 두 번의 회기 때 통과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소수자 문제이다 보니 법안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이민 문제로 인식해 반대해 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이번에는 공화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 의원 2명이 법안에 서명하는 등 공화당 내에서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 연말까지 서명 의원을 100명 확보하는 게 목표"라면서 "200명 이상 의원들의 지지를 얻으면 정식 청문회를 열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 정도 규모의 의원을 확보해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입양인들이 증인으로 나서서 청문회를 열 경우 법안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추방 입양인'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송 국장은 "입양인들이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것은 입양 시스템의 문제이지 입양인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며 "추방 입양인들은 상당 수가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등 결과적으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고 이런 문제들이 쌓여서 추방을 당하게 됐다. 이들이 미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은 미국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출신 입양인들은 그나마 본국에 출생 기록과 입양 기록이 남아 있어서 추방될 경우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지만, 남미 등 입양제도가 더 허술한 국가 출신의 입양인들의 경우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