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클린턴·롬니, 트럼프 탄핵으로 '부활'?

[2020 美 대선 읽기] 롬니, '트럼프 이탈' 구심점?...클린턴, '폭탄 발언' 속내는?

 

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가 한 달 가까이 진행되면서 2020년 대선을 앞둔 정계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집권 이후 '러시아 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탄핵'이란 키워드가 늘 따라다녔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탄핵조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탄핵조사를 거치면서 '트럼프 월드'(미국 언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백악관과 행정부, 공화당을 지칭하는 용어로 가끔 등장한다)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우선 탄핵조사 초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하원에서 요청한 주요 증인들에 대한 증언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집안 단속'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 대사 등 '믿었던 증인'들마저 의회 증언에서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활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외교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또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권한대행이 지난 주 기자간담회에서 폭탄 발언을 해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더 몰아넣었다. 멀베이니 비서실장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뒷조사를 부탁한 사안과 관련해 '대가성 보상'을 뜻하는 '퀴드 프로 쿠오(quid pro quo)'는 없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뒤집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기자들이 '곡해'했다며 억울하며 수정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무엇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의 향방을 가를 방향타를 쥐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공화당 의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들 중 밋 롬니 상원의원(유타)이 가장 주목 받는다.

2012년 대선주자 롬니, 트럼프 탄핵에 '열린 마음'?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롬니 의언은 지난해 상원의원으로 복귀했다. 롬니 의원은 탄핵조사 초기인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관련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롬니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해 달라고 한 대통령의 요구는 부적절하고 끔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전 부자의 부패 의혹에 대해 거듭 제기하며 중국 정부도 이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롬니 의원은 지난 20일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해 거듭 비판하면서 "외국에 모종의 정치적 가치 제공을 요구하는 대통령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탄핵 찬성'으로 해석 가능한 발언이다. 실제로 <가디언> 등 일부 매체는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어 상원으로 넘어올 경우, 롬니가 상원의 탄핵재판 과정에서 탄핵 찬성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틀랜틱>은 재선 등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필요가 없는 "정치경력의 황혼기에 들어선 롬니 의원이 자신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 흔적을 나기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롬니 의원은 "나는 사람들이 이것을 미국 역사의 변곡점으로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람들이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롬니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필요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러시아 개입설' 주장하며 민주당 경선에 '폭탄' 투하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로 혼미해진 대선 정국에 재등장한 '노장'이 한명 더 있다. 바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18일 오바마 행정부 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플러프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하와이)을 겨냥해 "나는 아무 예측도 하지 않지만, 그들(러시아)이 현재 민주당 경선후보 중 누군가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후보를 3당 후보로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녹색당 대선 후보였던 질 스타인을 "러시아의 소유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주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공격 당한 개버드 의원 본인은 물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 등 다른 경선 후보들도 클린턴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군인 출신인 개버드 의원은 앞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전쟁광들의 여왕이자 부패의 화신"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닉 메릴 클린턴 대변인은 클린턴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책 홍보 투어를 하고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제약이 없다"며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계산된 발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트럼프 전 장관의 갑작스런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는 분위기지만, 그의 영향력 자체에 대해선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클린턴 전 장관의 행보에 대해 "71세의 그녀가 지난 30년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피뢰침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메릴 대변인은 클린턴 전 장관이 일부 민주당 경선 후보들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한다고 밝힌 것처럼 그의 당내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2016년 대선 후보 당시 대변인을 지낸 케런 피니는 클린턴 전 장관이 2020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결정타가 됐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국무부가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무부는 "클린턴 전 장관의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과 관련해 "기밀 정보를 조직적이고 고의로 잘못 다뤘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는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의회에 제출했다.

<에이피> 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전략가인 릭 타일러는 클린전 전 장관의 역할에 대해 "2016년 그가 우리에게 경고했던 모든 것이 실현됐다"며 "클린턴 전 장관은 이제 민주당에 부정적이 아니라 완전히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클린턴-우크라이나' 연루설 주장...롬니 맹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출신 정치인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에 대해 늘 그렇듯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연루 의혹을 또다시 제기하며 "법무장관이 알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같은 주장을 했지만, 관련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각료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롬니 의원에 대해 "민주당은 악랄하지만 단단히 뭉쳐있다. 그들에겐 밋 롬니와 같은 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이 와해되는 것을 절대 보지 못할 것"이라면서 공화당 역시 세 결집에 나서서 자신을 비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