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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출국금지' 이규원 검사가 말하는 '실용적 검찰개혁 세가지'

[인터뷰] 이규원 검사 "검찰에 기댄 윤석열 정권 심판이 시대정신"

 

이규원 검사(대구지검 부부장)는 지난 2022년 3월 10일 오전 9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가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김학의 출국금지 의혹 사건'은 명백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소가 됐다는 이유로 그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고, 2년째 휴직 상태다. 이 검사는 "그간 14번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무간지옥에 갔다고 표현하시던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고 절해고도에 유배돼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간 언론 접촉을 일절하지 않았던 이 검사는 6일 <프레시안>과 첫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이 검사는 "평범한 검사였던 저는 '윤석열 검찰'에 의해 정치의 한가운데 내던져졌다"면서 현실 정치 참여 결심을 밝혔다.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 등 뇌물을 받은 의혹을 샀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재수사하고 그가 야밤에 몰래 해외로 출국하려던 것을 막은 일에 당시 검찰개혁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쳤는데, 이 검사는 엉뚱하게 직권남용죄 등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 검찰로부터 저보다 많이 조사 받은 분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검찰이 대통령부터 요직을 독점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이 상황이 우리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모습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검찰은 국민의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하고, 검찰개혁은 22대 국회에서 근본적으로 재추진 돼야만 하고, 그 첫걸음은 이번 총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압승입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힘을 보태려 합니다." 

1년에 수만명 전과자 양산하는 자동차보험 문제가 검찰개혁 이슈인 까닭은… 

그는 이전 정부의 검찰개혁이 검사 출신 대통령과 검사 출신 여당 대표라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실패한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 의지는 있었지만 검찰의 기관 속성, 구성원들 성향, 실무관행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직언을 할 참모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은 제도적 차원의 접근도 유의미하지만 민생과 직접 연관된 실용적인 문제부터 접근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국민들은 검경 수사권 문제는 권력기관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 인식하지 자신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국민들 일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검찰개혁 이슈로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검사는 첫번째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예로 들어 행정법규에 있는 처벌규정의 비범죄화를 꼽았다.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의무적으로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보험을 들지 않고 운행하다가 적발되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저도 예전에 교통 전담을 해보았는데, 제가 처리한 것만도 1000건이 넘었어요. 이 법으로 처벌받는 사람이 1년에 수만명입니다. 입건된 사람이 자동차를 끌었고 보험을 들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하면 되니까 검사들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 몇분 밖에 안 걸릴 겁니다. 보통 벌금 30만원, 50만원 정도 됩니다. 예산이 생기면 무인단속기를 계속 설치하니까 건수가 별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보험을 안 들고 차를 운행하시는 분들은 까먹어서 그럴 수도 있고, 진짜 보험비를 낼 돈이 없는 생계형도 있는데, 시민들은 그게 전과가 되는 줄은 모르십니다. 

근데 이분들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게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벌금 내라니까 내고 마는데, 이 법으로 인해 지난 몇십년간 수십만명이 전과자가 됐습니다. 검사들은 별로 신경도 안 쓰면서 처리를 하는데 1년에 몇만 건이면 이게 검찰 조직의 예산과 인력 확대의 근거로 작용합니다. 

이런 식으로 처벌 규정이 있는 행정법규가 3000건이 넘습니다. 이를 전면적으로 한번 재점검을 해서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영역은 그대로 남겨두고, 반드시 형사처벌로 대응할 필요가 없고 과태료 등 행정형벌로도 충분하다면 비범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정법규가 어떻게든 범죄자를 만들고 보는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 등에도 활용됩니다." 

검사는 자기 방에서 수사하고 경찰은 구치소로 출장 간다 

 

두번째는 구속자에 대한 검찰 인치 문제다.

"검사는 구속자를 조사할 때 검사실로 오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교도관들이 데리고 오는데, 이걸 검찰 인치라고 부릅니다. 반면 경찰은 구치소로 출장 조사를 갑니다. 구치소에 접견조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기 방으로 부릅니다. 홈 그라운드로 오라는 거죠. 그러면서 반복 소환 조사 등 반인권적 수사 관행들을 활용해 구속자를 괴롭히면서 자백을 받아낼 가능성을 높입니다. 

문제는 이런 검찰 인치의 법적 근거가 미약합니다. 그냥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업무 협조인 거죠. 지난 정부 때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이를 금지하려고 했는데, 검찰 출신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셋째 검찰 특수활동비. 이 검사는 "검찰 특활비는 국민 세금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국정원 등과 달라서 특수 업무라고 할만한 일이 거의 없다"며 "압수수색 등과 관련한 출장 경비는 업무 점검을 해서 업무추진비 쪽으로 집어 넣는 등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를 평범한 공무원으로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 

이 검사는 "검찰이 공무원임을 자각시키고 검사를 평범한 공무원으로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의 처음과 끝"이라면서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던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이번 총선에서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1 강령을 "우리는 검찰개혁을 위해 행동한다"로 하는 등 민주당에 비해 더 선명한 입장인 조국혁신당에 합류할 생각이다.

검사 출신 정치인들의 현재 모습을 지적하면서 그들과 차별성을 질문하자 이 검사는 두 가지를 꼽았다.

"김학의 사건으로 압수수색도 당해보고, 검사실에서 조사도 받아보고,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보는 경험을 하니 익숙했던 공간이 전혀 달라보이더군요. 검사실 책상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갔을 뿐인데, 검사의 의미없는 손짓 하나도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제가 지인들에게 농담 삼아 피고인이 되어 봐야 인생을 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제가 대학생 때 고향인 원주에서 원주민주청년회,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에서 활동을 하는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원래 인권변호사가 꿈이었습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 개업을 하고 그 길로 민변에 가입을 했고,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집회 때 촛불 시민들, 용산4구역 철거민 등을 무료 변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검찰에서 경력변호사를 채용한다는 TV 광고를 우연히 보고 지원하면서 검사가 됐어요. 막상 검찰에 와보니 구성원들과 함께 수사하는 것이 힘들지만 재밌고 가끔 보람도 있어서 16년이나 있게 됐습니다. 검사하고 나와서 민변 활동하는 분들은 몇분 계신데 민변하다 검사한 사람은 저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검사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겸손과 열정과 지혜가 잘 조화된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레시안>과 인터뷰 중인 이규원 검사. ⓒ프레시안(김봉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