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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정부 "한국 해외입양, 조직적 불법 행위였다"

덴마크 정부가 과거 한국 아동의 해외입양 과정에서 "조직적인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덴마크 사회부(ministry of social affairs)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129쪽 분량의 보고서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한국에서 덴마크로의 아동 입양이 "조직적인 불법 행위로 특징지어졌다"면서 이런 불법행위들로 인해 "입양아동의 배경에 대한 정보를 변경하고 친부모 동의 없이 아동을 입양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해외입양을 감독하는 덴마크 항소위원회는 "덴마크와 한국 입양기관 간에 거액의 돈이 오가는 안타까운 인센티브 구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덴마크에서 한국 해외입양을 담당했던 민간 입양기관 3곳, 댄어드옵트(DanAdopt), AC 보에르네자엘프(AC Boernehjaelp), 테레 데 옴므(Terres des Hommes)의 사례 60건을 토대로 작성됐다. 앞의 두 기관은 합병하여 덴마크 국제 입양(Danish International Adoption, DIA)이 됐다. 테레 데 옴므는 1999년에 입양 업무를 종료했으며, 유일한 해외입양기관이었던 DIA는 지난 16일 신규 해외입양 업무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이들 입양기관들이 아동의 출생 정보를 변경하는 등 불법적인 관행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덴마크 입양기관들은 한국에 특정 연령과 건강 상태를 가진 아동의 입양 건수를 계속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고 밝혔다. 덴마크에 아동을 보낸 한국 입양기관은 홀트아동복지회와 한국사회봉사회였다.

 

이 보고서는 1970년 1월 1일부터 1989년 12월 31일까지의 기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기간 동안 한국에서 덴마크로 총 7220건의 입양이 이뤄졌다.

2013년 입양특례법 개정을 통해 가정법원을 통해 입양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한국에서 해외입양과 관련된 모든 절차는 민간기관인 입양기관이 결정했다. 특히 덴마크 정부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1970-80년대에는 입양기관들이 직접 미혼모 시설을 운영하면서 아기를 포기하도록 종용하기도 했고, 병원들과 결탁해 입양 대상 아동 숫자를 늘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특히 전두환 정권 시절엔 해외입양을 "민간 외교"라고 규정하며 적극 장려했고, 한해 출생한 아동 중 1%가 넘는 숫자에 해당하는 7000-8000여 명의 아동들이 해외입양 보내졌다. 

해외입양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 관행에 대해 인정하는 덴마크 정부의 보고서는 한국 출신 해외입양인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의 활동에 기인한 것이다. DKRG의 공동대표인 피터 뭴러 등을 포함한 372명의 해외입양인들은 지난 2022년 한국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에 해외입양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으며, 진실화해위는 이들 중 271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분영 DKRG 공동대표는 <AP>와 인터뷰에서 "입양인들은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해외입양 관련 입양송출국과 수용국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의 해외입양 관련 조사 개시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DKR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