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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600일을 함께한 '대통령 문재인의 마음'

[프레시안 books] 최우규 전 연설기획비서관 <대통령의 마음>

 

"태안화력발전소에 입사한 지 석 달도 안 된 24세 청년이 참담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희망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영면한 고 김용균 씨 명복을 빕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아픔으로 망연자실하고 계실 부모님께 가장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동료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모님이 사준 새 양복을 입고 웃는 모습, 손팻말을 든 사진, 남겨진 컵라면이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2018년 12월 1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故) 김용균 씨와 유족에게 이렇게 위로를 전했다. 이 발언의 초고는 최우규 당시 연설기획비서관이 썼다고 한다. 최우규 전 비서관은 최근 펴낸 <대통령의 마음>에서 이 발언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밝혔다. 그가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라고 썼는데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로 고쳤다는 것. 그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맞다. '대통령의 아픔'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이어야 했다"면서 '대통령의 마음'에 미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일간지에서 24년간 일한 기자 출신인 저자는 문재인 청와대 원년 멤버로 합류해 1년8개월을 홍보기획비서관, 연설기획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책은 "600일간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과 생각의 분투를 함께한 메시지비서관의 기록"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말과 글을 기획해 육화(肉化)하는 일"을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다양한 회의에 배석해 거의 매일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을) 칭송하려는 의도도, 부인하려는 의도도 없다. 그때 일을 가능한 한 그대로 옮기려고 했다"고 밝혔다. "코끼리 전체 모습은 아니어도 코나 귀쯤은 본게 아닐까 싶어서"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썼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관 이전에 오랜 세월을 기자로 산 저자는 그의 말대로 칭송도, 부인도 하지 않고 담담히 문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전했다. 함께 일했던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은 인간적으로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고구마 화법'이란 비판을 받던 진중한 성격인 문 전 대통령과 후임인 "좋아, 빠르게 가"라는 말과 '어퍼컷'이 트레이드마크인 윤석열 대통령의 차이도 엿보인다.

 
▲2018년 4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부제를 '문재인의 진심'으로 뽑은 것처럼, 대통령 문재인이 진심을 다했던 일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고 김용균 씨의 죽음이 계기로 만들어진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이 상징하는 노동 문제, 남북정상회담과 평양 방문,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대통령이 진심을 다해서 이루고자 했던 일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대통령의 진심과 현재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의 차이는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가 이런 '간극'을 만들었는지 살펴보도록 이끈다. 문재인 정부가 직면했던 어려움은 문재인 정부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의도한 '미시사'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당시 어려웠던 시기에 청와대가 어떤 생각, 어떤 자세로 국정에 임했는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살펴볼 수 있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 책을 추천하며 소회를 밝혔다. 

▲<대통령의 마음>, 최우규 지음, 다산북스 펴냄. ⓒ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