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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인이 된 해외입양인 자살률 2배, 정신병원 입원률 2배

스웨덴서 20년만에 추가 조사…입양인, 결혼 가능성은 낮고 이혼 가능성은 높아

스웨덴에서 자국내 국제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스웨덴에서 태어난 이들에 비해 자살, 정신질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이 연구는 스웨덴 통계청과 보건부에 등록된 8세 이전에 스웨덴으로 입양된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출신 국제입양인들(1972-1986년생)을 대상으로 이들의 건강 및 사회 생활에 대해 조사한 것이다. 국제입양인들의 자살, 정신질환 발생, 실업, 결혼 및 이혼 등의 상태를 스웨덴 태생 일반인들과 비교한 결과다. 이번 연구는 2002년에 실시된 조사를 20년 만에 업데이트한 것으로, 당시 조사했던 연령대의 입양인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다. 이 조사는 스웨덴 가족법 및 부모 지원 기구(MFoF)와 스톨홀름대학교가 공동으로 실시했다. 

입양인 자살률, 일반인에 비해 2배 높아…18-22세 사이에선 3배 

이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 된 국제입양인(1973-1986년 출생)의 자살율은 스웨덴 일반인에 비해 2배 높았다. (1990-2016년 연구대상인 국제입양인 1만8000명 중 104명 자살) 다만 국제입양인의 자살률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2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입양인들의 자살률은 일반인에 비해 3.7배, 자살 시도는 2.7배 높게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제입양인 여성의 4분의 1과 남성의 5분의 1이 18세 이후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는 스웨덴 일반인들보다 약 60% 높은 비율이다. 특히 국제입양인들은 정신병원 입원률, 즉 중증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들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할 확률은 스웨덴 일반인에 비해 2배나 높았으며, 발병 위험은 나이가 들어도 감소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알코올 및 약물 중독 가능성, 이혼 가능성도 일반인에 비해 높아 

또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비율도 일반인들에 비해 높았다. 특히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해 (연구 기간 동안 연구 대상) 국제입양인 27명이 사망했으며, 알코올 중독으로는 국제입양인 12명이 사망했다. 이는 스웨덴 일반인들에 비해 50% 높았다.  

국제입양인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동거나 결혼을 하는 비율이 떨어졌다. 특히 국제입양인 남성은 다른 이들에 비해 동거/결혼할 가능성이 20% 낮았으며, 아프리카 출신 입양인들의 결혼 비율은 다른 지역 출신에 비해 더 낮았다.

반면 국제입양인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이혼 가능성은 50% 높았다. 국제입양인 여성들은 동거/결혼 비율에서는 크게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출산 빈도는 더 낮았다. 

보고서는 이처럼 친밀한 관계 형성과 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제입양인들은 혼자 사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이로 인한 외로움이나 소외감이 자살과 약물 중독 등의 비율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이런 결과는 입양인과 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2002년 연구 당시에도 국제입양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 국제입양인과 그 가족을 위한 지역 상담 센터 설립, 지원 방법 개발 및 연구를 책임지는 연구소 설립 등을 제안했지만, 스웨덴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2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연구 결과는 정부가 반드시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국제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보고서 표지. ⓒ프레시안(전홍기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