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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美 고교 총기난사로 4명 사망, 그래도 꿈쩍 않는 美 여론, 왜?

[워싱턴 주간 브리핑] 美 초중고교 총기 사고로 20년간 382명 사망-805명 부상

미국 미시건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 등 다른 이슈에 밀려 크게 여론화되지 못하고 지나가는 듯 하다.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미시건주 옥스포드 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2학년 이던 크럼블리(15세)가 학교 교실에서 총기를 난사해 학생 4명이 숨지고, 교사 1명을 포함해 7명 이상이 다쳤다. 용의자 크럼블리는 사고 발생 며칠 전에 아버지가 구입한 총을 학교에 갖고 와 범행을 저질렀다. NBC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오클랜드 카운티 검사는 2일 크럼블리가 1급 살인, 테러 등 12건의 중죄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이던 크럼블리. ⓒABC 뉴스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학교 총기 사고 증가 추세....매년 100여 명 죽거나 다쳐 

미국에서는 학교 내 총기 사고로 매년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학생들이 죽거나 다친다. 올해 들어 29건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59명이 다치거나 사망했다(ABC 보도). 이는 지난 9월 이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년 넘게 학교들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줄어든 숫자다.

미국 교육통계 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al Statistics)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2020학년(2019년 9월-2020년 8월)에는 112건의 총기 사고가 발생했으며, 32명이 사망하고 88명이 부상당했다. 2018-19학년엔 112건의 총기 사고로 사망 33명, 부상 79명이 발생했다.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2017-18학년에는 87건의 총기 사고로 52명이 사망하고 130명이 다쳤다.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총 886건의 학교 총기 사고가 발생해 383명이 사망하고 805명이 부상당하는 등 118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총기 사고는 3분의 2가량이 고등학교(543건)에서 발생했지만 초등학교(175건)와 중학교(102건)에서도 무시못할 숫자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2년 일어난 샌디훅 초등학교(코네티컷주 뉴타운)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20세 청년이 학교로 뛰어들어와 총기를 난사해 6-7세 어린이 20명과 학교 직원 6명이 사망했다. 

총기 난사 대피 훈련이 유일한 대응책? 사고 직후에만 들끓는 여론 

학교에서도 총기 사고가 빈발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유아원에서부터 총기 사고 관련 훈련을 받는다. 지난 2016년 미시건에 사는 한 부모가 세살 난 딸이 화장실 변기 위에 올라선 모습을 찍은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딸이 장난을 치는 것인 줄 알았던 이 여성은 딸이 유아원에서 총격 등 긴급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피하는 '락다운 드릴(Lockdown Drill)'을 배웠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그는 "겨우 3살짜리가 화장실 변기 위에 숨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분노하면서 정치인들에게 "당신들의 결정이 만든 세상에서 이 아이는 살게 된다"고 책임을 추궁했었다. 

옥스포드 고등학교 총기 사고 직후에도 일부 미국 언론에서는 학교 총기 사고와 관련한 대응책으로 평소 얼마나 대피 훈련을 철저히 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연중 실시하는 대피 훈련, 방범 카메라,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한 검색대 등 외형적인 예방조치만으로 학교 총기 사고를 근절하기 어렵다. 

12분에 1명꼴로 총기 사고로 사망하는 미국...학교 총기 사고는 '빙산의 일각' 

미국 인구 3억3200여만 명이 소지한 민간 총기는 약 4억 정이다. 세계 인구의 4%인 미국인이 세계 민간 총기의 42%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총이 많은 이유는 성인(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사냥용 장총은 18세 이상, 권총은 21세 이상이면 간단한 신원조회를 거쳐 구입 가능)이면 누구나 쉽게 총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원조회에서 중범죄 전과자, 마약중독자, 정신이상자 등과 같은 기록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 때문에 미국에서 '술보다 총이 더 사기 쉽다', '투표하는 것보다 총을 사는 것이 더 쉽다(미국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선 유권자등록이 필요한데 유권자등록 당일 투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총을 구매 당일 바로 소지가 가능하다)' 등의 비판이 나온다. 

인구 1명이 1정 이상 가진 총 때문에 총기사고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일어난다. 총기 사고와 관련된 통계를 집계하는 ‘총기 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2일까지 4만1219명이 총기사고로 사망(자살 포함)했다. 12분에 1명 꼴로 총기사고로 죽는다. 총기사고 사망자 중 11세 미만의 아동은 283명, 12-17세 청소년은 1118명에 이른다.

학교 총기 사고는 이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총격 사건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총기 사고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옥스포드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처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매번 총기 규제와 관련된 여론이 제기되지만 그때 뿐이다. 매년 1500명에 가까운 미성년자가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어도 여전히 미국 국민의 다수는 수정헌법 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무기를 가지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2020년 대선 때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당신에게서 수정헌법 2조의 권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텍사스주에서는 지난 9월 1일부터 허가나 교육을 받지 않아도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더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왜 이렇게 총기 규제가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선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계속)

▲총기사고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옥스포드 고등학교. 학생들이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슬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2031033409425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