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르브론 "그 눈물 집어치워"...美법원은 백인 살해범들에 또 면죄부 줄까?

[워싱턴 주간 브리핑] 2020년 BLM 기폭제가 된 사건들, 법정에선 어떤 결론 내려질까

18세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는 10일(현지시간) 법정에서 2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부상을 입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증언을 하면서 오열했다. 그는 증인석에 앉아 "나는 그들을 죽일 의도가 전혀 없었고 나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을 막으려 했다"며 정당방위임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감정이 복받쳐 말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가 되자 판사가 10분간 휴정하겠다고 했다.

리튼하우스는 지난해 8월 25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항의시위에서 시위대에 반대하는 민병대로 활동하면서 AR-15 반자동소총으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쏴서 2명을 죽이며 1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리튼하우스 총격의 직접적 피해자들은 모두 시위에 참여한 백인들이었지만, 이 시위는 작년 8월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이 쏜 총 7발을 맞고 중태에 빠진 사건을 계기로 일어났다. 특히 블레이크는 경찰의 지시를 받으면서 차량 운전석으로 가다가 뒷좌석에 탄 세 어린 아들(8세, 5세, 3세)이 보는 앞에서 경찰의 총에 맞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흑인들에 대한 경찰 과잉 진압의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때문에 작년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불붙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또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됐다. 인근 일리노이주 안티오크에 살고 있는 리튼하우스는 당일 누나의 남자친구 등과 함께 민병대로 활동을 하는 도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17세로 총기를 소유할 수 없는 미성년인 그가 자동소총을 소지하고 거리를 활보한 것 자체의 위법성을 강조했다. 반면 그의 변호인단은 목숨의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에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위스콘신 주법은 임박한 죽음이나 큰 신체적 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무력을 사용해 자기방어를 할 수 있다고 허용하고 있다. 

리튼하우스에 대한 판결은 미국의 백인 우호적인 사법 시스템을 재확인시켜줄 것인지, 아니면 지난해 미국을 휩쓸었던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법정에서 증언하며 오열하는 리튼하우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눈물 흘리며 정당방위 주장하는 18세 피고, '피해자' 용어 사용을 금지시킨 판사 

이런 가운데 리튼하우스의 눈물은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양복을 입고 재판에 참석해 사건 발생 당시 위협감과 공포를 느꼈다고 증언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소년의 모습은 동정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미국 프로농구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는 리튼하우스의 눈물에 대해 "집어치워(Man, Knock it off!)"라고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일부 흑인들은 그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리튼하우스는 이미 백인 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선 영웅 내지는 무고한 희생양으로 여겨졌다. 그는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구호인 "경찰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동참해왔으며,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 여러 차례 참여하는 등 우파 정치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열혈 지지자 중 한명인 마이크 린델 마이필로 사장이 그를 위해 모금운동을 벌여 200만 달러(약 22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보석금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당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자기방어 차원의 공격일 수 있다며 리튼하우스를 감싸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사건을 맡은 판사 브루스 슈뢰더의 편향성을 문제 삼는 보도들도 있다. 슈뢰더 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면서 리튼하우스가 살해한 이들에 대해 "피해자(victim)”이라는 용어를 법정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검사의 태도에 불만을 표하며 "내게 뻔뻔하게 굴지마(Don't get brazen with me!)"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재판 도중 울린 판사의 휴대전화 벨소리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의 벨소리는 '주여 미국에 축복을'(God Bless the USA)이라는 노래였는데, 이는 트럼프 유세가 시작할 때 사용되는 노래 중 하나다. 

백인 부자에게 살해된 흑인 청년 알버리 사건 배심원 12명 중 1명만 흑인 

한편, 지난해 2월 주택가에서 조깅하다가 백인 부자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청년 아머드 알버리 사건에 대한 재판도 현재 진행 중이다. 알버리는 작년 2월 23일 낮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동네를 조깅하던 중에 근처 공사 현장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생겨 잠시 들렀다가 다시 조깅을 했다. 그는 잠시 후 강도로 오인하고 총을 갖고 픽업트럭을 타고 쫓아온 맥마이클 부자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이들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바로 숨졌다. 

전직 검찰 수사관 출신인 아버지 그레고리와 아들 트래비스는 알버리가 공사 현장을 들렀다는 이유로 그를 강도라고 생각해 체포하려 했다고 주장했고, 조지아주 검찰은 '시민 체포권'을 근거로 이들 부자를 풀어줬다.

그러나 이웃 윌리엄스 브라이언이 찍은 당시 동영상이 공개돼 사건 윤곽이 드러나면서 맥마이클 부자는 사건 발생 두달이 지나서야 가중 폭행과 살인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브라이언도 맥마이클 부자와 함께 알버리를 추격했던 것으로 알려져 체포됐다. 

조지아주에서 진행 중인 이 재판 역시 미국의 사법적 정의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12명의 배심원 중 단 1명만이 흑인으로 선정돼 알버리의 부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과연 공정한 재판이 될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ABC 보도에 따르면, 판사는 검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 대다수의 흑인 배심원 후보자들을 이 사건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했다. 

▲흑인 청년 알버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맥마이클 부자(왼쪽 2명)과 브라이언. ⓒABC 화면 갈무리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11206410215530#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