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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프간전쟁 후 군수업체 주가 1200% 상승...美정부의 20년 국민 기망사 공개

"2007년 11월 9일 활기찬 아침이었다. 나는 아프가니스탄 동부의 미군 전초기지인 벨라에 주둔하고 있었다. 순찰을 돌고 돌아오는 2개 분대가 부대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었다. 탈레반은 그들을 매복 공격했다. 나와 다른 병사들이 우리 부대를 향한 탈레반의 공격을 막았을 때, 우리는 매복 당한 동료들이 무전기로 도움을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지를 지키기 위해 머물라는 명령을 받았다. 나는 탈레반이 내 친구들을 살해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며칠 뒤 장례를 치렀다. 끝나자마자 '빨리 움직여라, 순찰을 돌아야 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땅에 쓰러진 동료를 묻었다. 동시에 우리의 인간성도 같이 묻었다.

고작 10대나 20대밖에 안된 우리는 이해했다. 이 전쟁은 이길 수가 없다. 나는 그때 지금과 마찬가지로 의문을 가졌다. '내 친구들이 헛되이 죽었을까? 우리의 피값이 그렇게 싼가?' 

지난 2006년 아프간 전쟁에 참전해 2007년 동료를 잃었던 스티븐 컨스 변호사가 지난 22일 <USA투데이>에 기고한 처절한 경험담이다. 이 가슴 아픈 글을 통해 그는 "미국은 쓸모 없는 '영웅-숭배' 때를 제외하곤 전쟁과 군인을 무시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20년간의 아프간 전쟁이 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묻고 있다. 

"3명의 대통령과 펜타곤은 20년 동안 미국 국민들을 속여왔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세 명의 미국 대통령과 미국 고위 장성들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 국민들을 속여 왔다." 

컨스 변호사가 아프간전에 참전한 군인 입장에서 아프간전에 대해 조망하고 있다면, <워싱턴포스트>(WP) 크렉 위트럭 기자는 4년 넘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탐사보도를 한 뒤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는 아프간 전쟁과 관련된 수백명 이상의 인터뷰, 정부 관련 문서 등을 통해 찾아낸 아프간 전쟁의 숨겨진 진실을 담은 책 <아프가니스탄 문서(Afghanistan papers) : 전쟁의 숨겨진 역사>를 오는 31일 낸다. 공교롭게도 아프간 전쟁을 수행한 네 번째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은 이날까지 아프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앞서 2019년 <WP>에 심층취재 기사를 연재했고, 관련 취재를 계속해 이번에 책을 내게 됐다. 

위트럭 기자는 이 책의 발단이 된 인물이 트럼프 정권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플린이었다고 2019년 <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보장교 출신이기도 한 플린은 2016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상대로 "그녀를 감옥으로(Lock her up!)"라는 구호를 외치며 누구보다 열심히 트럼프 대선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플린이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찰관실'(SIGAR, The Special Inspector General for Afghanistan Reconstruction)과 인터뷰에서 아프간 전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이야기를 듣고 위트럭 기자는 플린의 인터뷰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아 보였던 취재가 공교롭게도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고 플린이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것이라고 알려지자 관련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결국 <WP>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처음에는 대선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었던 인물인 플린의 발언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된 취재가 정보공개 청구소송으로 SIGAR에서 진행한 수백건의 인터뷰 자료를 받아보게 되면서 아프간 전쟁 자체에 대한 취재로 확장됐다. SIGAR에서 인터뷰한 백악관과 국방부 인사들, 직접 전투에 참여한 군인들과 구호요원들은 그때까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부시 대통령은 또다른 전쟁인 이라크 전쟁에 정신이 팔려 아프간 전쟁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부시는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고, 그를 만날 시간을 내지도 않았다고 위트록 기자는 밝혔다. 또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악당들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다"고 시인했으며, 그의 후임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우리는 알카에다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한 관리는 2001년 이후 아프간에 대한 미국 지원금의 40%가 부패한 관리, 군벌, 범죄자, 반란군들의 주머니로 사라졌다고 추정했다. 

아프간 전쟁과 관련해선 오바마 정부의 책임이 부시 정부 못지 않게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바마는 집권 직후 군 장성들의 아프간 병력 증파 권고를 수용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은 이에 반대했지만 결국 군 장성들의 입장이 관철됐고, 2010년 8월경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은 10만여 명에 이르렀다. 특히 오바마 정부 당시 감행한 '드론 폭격'으로 아프간 민가와 민간인들의 피해가 급증하면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커졌다. 이는 미군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젊은 남성들이 자발적으로 탈레반 등 무장조직에 가세하면서 역설적으로 테러리스트 세력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바마 정부는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을 파키스탄에서 사살하는데 성공했고 2014년까지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다음 대통령에게 아프간 전쟁을 물려주고 말았다. 

이미 군 고위장성들과 행정관료들은 아프간 전쟁에서 이길 수 없으며, 아프간 재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의회 청문회 등에서는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 '폭탄 돌리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7일 발간된 SIGAR의 아프간 재건 사업 평가 보고서의 결론과도 유사하다. SIGAR는 "미국의 아프간 재건 사업의 일부는 성공적이었지만 너무 많은 실패로 점철됐다"고 밝혔다. 

미국 브라운대 전쟁비용프로젝트(Costs of War Project)에서는 2001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아프간 전쟁 비용을 총 2조2610억 달러(2653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년간 아프간 전쟁에서 2600여 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2만 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전쟁으로 사망한 아프간 군인들과 민간인의 숫자는 17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아프간인 사망자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글에서 컨스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인터셉트>의 분석에 따르면, 2001년 9월 11일 이후 지난 20년간 미국의 상위 5개 방위산업체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보잉 주가는 974.97% 올랐다. 록히드 마틴은? 1235.6% 올랐다. 2001년 이후 방산주는 전체 주식시장 상승률 보다 58% 더 많이 올랐다. 미국의 방위산업은 우리의 세금을 따냈고, 일부 납세자들은 우리가 9.11의 복수를 했다고 느꼈고,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얻어냈다. 이게 미국이 내 친구들에게 죽음을 요구한 결과인가?" 

▲<WP> 기자가 5년 넘게 집중 취재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숨겨진 진실을 담은 책이 오는 31일 출간된다. ⓒ<아프가니스탄 문서> 표지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8250541391738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