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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프간 문제' 비판 직면한 바이든...북미 대화에 미칠 파장은?

[워싱턴 주간 브리핑] "혼란 불가피하다"는 바이든, 결국엔 웃을까?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거짓이 장밋빛으로 포장된 조작된 전쟁이다."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 직접 관여한 고위 당국자, 군장교, 외교관 등을 인터뷰해 작성한 2000쪽 분량의 미공개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위싱턴포스트>는 2019년 12월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이같은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WP는 당시 "정부 비밀문서는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아프간전에 대해 18년 동안 진실을 말하지 못했고 거짓에 대해선 장밋빛으로 포장해왔고, 전쟁에 승산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를 은폐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를 숨겨준다는 이유로 그해 9월 26일 아프간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서 2021년 5월까지 미군 철수를 탈레반 세력과 약속하고, 후임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2021년 8월 31일까지 미군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끝났다. 

명분만 놓고 보면 바이든은 "거짓으로 포장된 전쟁"을 끝냈다는 점에서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탈레반이 너무나도 쉽게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아프간 정권과 정부군이 와해되면서 모든 비난의 화살이 바이든으로 향하고 있다. 바이든의 국정 운영 지지율도 16일(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로이터 공동 조사) 46%로 전주에 비해 7%포인트나 떨어졌다.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 뿐 아니라 이라크 전쟁을 수행한 부시 행정부, 오바마 행정부,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로부터도 비판이 나온다. 

국내 정치 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수세에 몰렸다. "전쟁 종식"이라는 명분은 좋았지만, 미군과 미국 시민들, 더 나아가 미국과 국제사회에 협조하던 아프간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방안을 채 마련하기도 전에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면서 눈앞에서 '지옥도'가 펼쳐졌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를 자처하던 미국이 국익을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아프간 내 미국인은 1만-1만5000명으로 추정되며 미군 및 아프간 정부에 협력했던 8만 명 이상의 아프간인들이 탈레반 치하에서 일차적으로 생명을 위협 받는 이들로 알려져있다. 이들 중 20%도 안 되는 이들이 아프간에서 빠져나온 상황이라고 <더 힐>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 사태는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전 세계인들에게 던져준 셈이 됐다.

▲ 16일 백악관에서 아프간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바이든 "아프간과 대만, 한국, 나토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당장 한국처럼 동맹관계에 있는 일부 국가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18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도 그 범주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70여년이 지났지만 매우 발전한 한국군조차 단독으로 북한을 억지하지 못해 미군 2만8000여 명이 주둔한다"며 올해로 전쟁 20년이 된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한 것은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19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아프간과) 한국과 대만, 나토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미군 철수 등의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바이든은 "누군가 나토 동맹을 침략하거나 불리한 조치를 할 경우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며 "(이는) 일본, 한국, 대만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또 이라크 철군과 관련해 "미국은 믿을 수 없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누가 그렇게 말하냐. 내가 이 결정을 하기 전에 나는 모든 동맹, 유럽의 나토 동맹과 만났다. 그들은 동의했고, 우리는 나와야 한다"고 항변했다.

바이든은 아프간에 남은 모든 미국인이 빠져나올 때까지 미군이 주둔할 것이라면서 그 의미에 대해 미군 임무 종료 예정일인 8월 31일까지 "철수를 마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다만 그 이후에도 "미국 시민이 남아 있다면 군도 남아 구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간 사태로 북미대화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아프간 사태가 주한미군 감축 등 엉뚱한 의혹 제기로 불똥이 튀는 것에 대해 한국 외교당국도 당혹스러운 눈치다. 이날 바이든도 인터뷰를 통해 직접 이런 의혹을 부인한 것처럼 오히려 한미동맹의 공고함이 더 강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19일 워싱턴DC에서 특파원간담회를 갖고 아프간 사태로 미국 정부와 빈번하게 접촉하고 있고 전날도 미 고위 당국자와 이에 대한 의견 및 정보를 교환했다면서 "한미간 긴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미정부 양측에서 '동맹관계 는 공고하다'는 답변이 나오고 있지만, 아프간 사태로 양국 사이의 최대 외교 현안 중 하나인 북핵 문제에는 '이상 신호'가 들어온 것만은 분명하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 북한 문제는 한동안 외교안보 문제에서 우선 순위가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교수는 19일(한국 시간)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현실적으로 현 상황에서 북미대화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하게 되면 미국 내부적으로 공화당의 큰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어떤 조치를 취하든 간에 양보로 비춰지기 때문에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앞서 언급한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현재의 아프간 사태에 대해 "이제 와 돌이켜 봐도 혼란 없이 그렇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며 불가피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지난 한 주 동안 일어난 일이 정보 수집과 계획, 실행 또는 판단에서 실패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는 단순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선택의 의미에 대해 "(이번 사안은) 우리가 약속한 기간 내에 떠날 것이냐, 아니면 9월 1일까지 연장하느냐, 아니면 훨씬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느냐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때인 2010년부터 줄곧 아프간에서 철군을 주장해왔다. 그는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아프간 파병 규모를 늘리는 결정을 했을 때도 반대 입장이었다. 그의 첫째 아들인 보 바이든은 2008-2009년 이라크에 자원 참전해 무공 훈장을 받았으나, 델러웨어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뇌암으로 돌연 사망했다. 바이든이 아프간 철군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 군인들의 희생"을 언급한 것은 이런 개인사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82006435196861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