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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31세 한인 '드리머'의 고통 "美 10년 합법 취업했는데 다시 원점"

한인 10명 중 1명이 서류미비자, '오바마 실패' 반복 되면 안된다

홍주영(Ju Hong, 31)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이사장은 지난 7월 직장을 잃었다. 자동으로 의료보험도 잃었다. 그는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질환이 있었는데 갑작스런 실직과 의료보험 자격이 박탈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그가 벌어오는 돈에 크게 의지하고 있던 가족들의 생활도 위태로워졌다.

"다카 연장 승인 늦어지면서 직업도 잃고 의료보험도 잃어"

홍 이사장은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수혜자다. 그는 다카 승인 연장(Renewal) 신청을 했는데, 계속 보류 상태로 있다가 승인 기간이 끝나면서 실직을 하게 됐다. 다카는 미국에 어린 시절 불법으로 입국한 청년들에 대해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신분승인서와 취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노동허가증을 주는 제도다.

"서류 적체가 심해서 기간이 만료되기 120일(4개월) 전에 연장 신청을 하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어서 충분히 시간을 계산해서 연장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승인 기간이 끝날 때까지 연장 승인이 되지 않아 직장을 잃게 됐습니다." 

홍 이사장은 지난 2012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다카를 처음 도입했을 때부터 수혜자였다.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10년 가까이 일을 해 온 그는 최근 다시 자신의 체류 신분과 노동허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를 해야만 했다. 주변 사람들이 이민국에 진정을 넣고, 지역 하원의원에게도 사정을 알리는 등 도움을 준 덕분에 그는 가까스로 7월 14일 이민국으로부터 다카 연장 신청이 승인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가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른 수혜자들과 이야기를 했더니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희가 알아본 결과 3월 30일 기준으로 적체 되어 있는 서류가 10만여 개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16일) 텍사스 소재 연방지방법원의 판결로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홍주영 NAKASEC 이사장 ⓒCNN 화면 갈무리

홍 이사장은 22일(현지시간)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경험한 다카 프로그램의 문제에 대해 밝혔다. NKASEC, 민권센터, 우리센터, 우리훈토스, 하나센터, 함께센터 등 한인 이민자 권익운동단체들은 이날 DACA 관련 판결과 연방 의회에서의 이민 개혁법안 진척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미국 텍사스주 소재 연방지방법원 앤드류 해넌 판사는 지난 16일 "다카 프로그램의 내용은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권한을 초과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이유로 다카 신규 신청서에 대한 승인을 중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드리머'(Dreamer)라 불리는 다카 수혜자들은 현재 6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한번이라도 수혜를 받은 인원은 80만 명). 아시안 중에서는 한국 출신이 6000-8000명으로 가장 숫자가 많다고 한다. 

"텍사스 판결로 가장 영향을 받는 이들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다카를 처음 신청한 이들입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다카 존폐 여부를 놓고 4년 내내 실랑이를 하는 것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는데, 이들의 꿈과 희망이 산산조각이 났지요. 커다란 꿈도 아니고 직장을 갖고 건강보험을 갖고 운전면허증을 따고 추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다카는 이민국의 서류 적체 문제 때문에 연장 승인이 늦어질 경우 일정 기간 자동으로 연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류의 신분은 연장이 제때 안될 경우 120일간 자동 연장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다카는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합니다. 이번 기회에 모든 서류미비자들을 위해 영구적인 법률적 해결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뉴욕 한인 6명 중 1명이 서류미비자...이민개혁법 꼭 통과돼야" 

지난주 텍사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비판적 입장을 밝힌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다카 수혜자들 뿐만 아니라 서류미비자 1100만 명에게 시민권을 획득할 기회를 제공하는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내걸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중도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을 끌어들여 '초당적 법안'으로 이민 개혁법안을 통과시키기를 기대하면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현재까지 다카 수혜자들이 3년 안에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드림법안(Dream Act)'조차도 찬성한다는 공화당 상원의원이 한명도 없다. 

결국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이민개혁법을 예산안과 연동시켜 통과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버니 샌더스 의원이 상원 예산위원장이므로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50명)이 찬성하면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미셀 리앙 NAKASEC 정책담당은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은 예산안에 이민법안을 연동시키겠다고 밝혔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일부 민주당 진보진영 의원들은 이민법을 연동시키지 않은 예산안은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1억2000만 달러가 이민법과 관련된 예산으로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에 이민개혁법이 통과되면 다카 수혜자, 계절 노동자, 농장 노동자, 핵심 인력 노동자 등 800만 명이 수혜 대상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차주범 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는 "뉴욕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5-6명 중 1명이 서류미비자로 추정된다"며 "지금의 상황이 오바마 정부 초기와 매우 유사하다. 오바마 정부 때도 취임 100일 안에 이민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번에 예산안과 연계한 우회 방식이지만 이민개혁법 통과가 꼭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이민서비스국에 따르면, 한인(5만5600여 명 중 서류미비자는 16.7%에 달한다. 미국 전체 한인(200만 명) 중에 서류미비자는 20만 명(10%)으로 추정된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 이민개혁안 통과를 약속했지만 실패했고 다카를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추진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정부가 이번에 이민 개혁법 통과에 실패할 경우, 내년에는 11월 중간선거 분위기로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개혁 법안 통과를 추진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들 단체들은 매주 수요일 백악관과 연방의회에 이민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는 이메일 보내기 및 전화 걸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3일 뉴욕에서 '이민자가 중요하다' 집회와 행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로 가기 : https://nakasec.org/c4all-action) 

▲22일 이민자 권익 운동 단체들이 화상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프레시안(전홍기혜)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7230726578336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