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바이든 대북정책, 오바마 아니라 클린턴 정부를 복기해야"

김동석 KAGC 대표 "한국, 미국에 잘못 보이면 어쩌냐 걱정할 필요 없어"

"아직까지 한국과 미국 관계에서 (워싱턴에서 보기에는)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중요도가 더 크게 보인다. 미국에게 한국이 더 중요하다. 한국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한미관계가 흐트러지면 정부 외교정책이 실패한 것처럼 부채질하는데 이런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미국에 강하게 이야기하면 얻어낼 수 있다. 자꾸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잘못 보이면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을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그때의 한국이 이미 아니다. 변화된 국제 정세 속에서 유럽은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균형점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5월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17일(현지시간) '섀도우캐비닛'(대표 김경미) 온라인 강연에서 한미관계를 평가하는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권의 시각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한국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양국 관계를 '재단'하는 목소리들이 오히려 한국의 외교적 이익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 4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김 대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교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미국 정치상황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언론들에서 이와 관련한 뉴스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공화당은 현재 국내 정치적 문제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미국 방문에 크게 관심이 없다.

공화당은 온통 2022년 중간선거 밖에 관심이 없다. 미국에서 정권교체 후 첫 번째 중간선거에서는 야당이 이겼다. 하원의원 선거에서 보통 10-20석 이상 야당이 앞섰다. 미국 정치 역사상 트럼프 집권 기간은 혼란기였기 때문에 조금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 선거 전문가들은 80% 가량이 공화당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다. 공화당이 최근 하원 지도부에서 '반 트럼프 진영'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을 의원총회 의장에서 몰아낸 것도 선거체제로 정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바이든 정권도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경우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중간선거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한미정상회담이 크게 이슈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정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외교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이슈 등에서 비교적 준비를 잘해왔다고 평가했다.

"최근 완료했다고 밝힌 바이든 정부의 북한 정책을 보면 집권 직후와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 동북아시아 정책에서 북핵 문제를 따로 떼어 내는데 성공했고, 이는 한국 정부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금 워싱턴 정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의 성과를 부인하는 정치인은 없다. 바이든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정했고 지금 계속 인내하는 게 이를 반증한다고 본다. 북한도 크게 미국을 도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바이든 정부 정책을 반대할 생각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큰 도발을 했을 것 같다. 

다만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나는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오바마 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클린턴 정부 때의 '연착륙 정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바마 정부 때 부통령으로서 바이든이 아니라 클린턴 정부 때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바이든의 리더십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정부 때 백악관 안보보좌관인 수전 라이스의 정책이지 바이든의 것이 아니다. 

바이든은 집권 후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공식화 했고, 아르메니안 학살을 '제노사이드'(집단 종족 학살)라고 선언했다. 오바마도 대선 때는 아르메니안들에게 이를 약속했지만, 터키와의 관계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바이든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고 정권 인수 기간에 토니 블링컨 현 국무부 장관을 보내 아르메니안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바이든의 평화와 인권 리더십은 의회에서 훈련됐다. 과감하고 단호하다. 한국도 대북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 바이든 리더십 성격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15일 미국의 최장기 전쟁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고 오는 9월 11일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4월 24일에는 1915년 있었던 오스만튀르크(터키의 전신)에 의해 자행된 아르메니아인 학살과 추방에 대해 '제노사이드'라고 인정했다. 

김 대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다면 의외로 북미간 교착상태가 빨리 진전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또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했던 2017년에는 미국 의회에 한국계 의원이 한명도 없었던 반면, 이번엔 한국계 하원의원이 4명이나 있고, 게다가 공화당 의원이 2명(영 김, 미셀 박 스틸), 민주당 의원이 2명(앤디 김, 메를린 스트릭랜드)이라서 한반도 이슈와 관련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측면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프레시안(전홍기혜)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180932553933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