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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인권·평화 이슈 美서 인정 받아...보수 언론 등 고정적 시각 깨야"

[워싱턴 주간 브리핑]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인터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대면 정상회담’이었다.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직접 대면 외교를 한 것만으로도 ‘특별대우’라며 큰 의미를 부였다. 사상 최고령인 78세에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건강 우려 때문에 자국 내 인사도 백악관으로 직접 부른 일이 소수라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일부 한국 언론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이든 취임 후 정상간 전화 통화 때와 마찬가지로 대면 정상회담도 일본에게 밀린 것에 대한 조급증을 표현하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역량의 부족, 지나친 중국 우호적 입장 등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과연 그럴까? 박근혜 정권 당시인 지난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도 첫 정상회담은 일본과 가졌다. 트럼프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를 뉴욕의 트럼프타워 최상층에 있는 자택으로 초대했다. 아베가 2017년 2월 백악관을 다시 찾았을 때, 트럼프는 정상회담 후 플로리다 팜비치의 별장으로 초대해 함께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 16일 미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 장면. ⓒ AP=연합뉴스

“워싱턴 이너서클의 한국 존중, 가볍지 않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17일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의 이런 비판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한국 보수언론 등에서 정상회담 시기를 놓고 비판을 쏟아냈는데, 트럼프 정부 때도 그렇고 일본이 대체로 한국보다 먼저 정상회담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안보상 미국의 속국이 됐다. 미국과 관계에서 일본은 나라가 아니다. 또 더 이상 미국이 우리와 더 가깝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우리가 더 먼저 한다, 이런 것들이 국제사회에서 어느 국가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잣대가 아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오히려 미국이 만나자고 먼저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를 크게 표출해서 한국 대중들 사이에 큰 염려로 만들어 내는 그런 판에 박힌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워싱턴 내부의 눈으로 볼 때, 바이든 정부가 오히려 한미 동맹관계를 잘 복원할 수 있을지 더 큰 염려를 한다.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존중이 한국에서 짐작하는 것 이상이다. 미국이 크게 공개적으로 내세우는 보편가치(환경. 인권.평화.보건) 관해서는 워싱턴 이너서클에서 한국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스가는 가을까지 중의원 선거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실시되는 등 자신의 국내정치용으로도 미국과 정상회담이 시급했다. 스가는 올여름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가 필요해다. 그러나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는 도쿄올림픽 개최 자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개최를 위한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문구로 정리됐다. 일본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에서 최우선 순위는 ‘대중국 정책’이며,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번 회담에서 미일 정상은 중국 문제와 관련, 경제와 다른 형태의 강압을 포함해 국제적 규칙 기반 질서에 부합하지 않은 행동에 관한 우려를 공유했다. 특히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권장한다"며 1969년 이후 처음으로 미일 정상 공동문서에 대만을 거론했으며, 중국의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의 인권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는 표현도 명기했다. 인도태평양 지역과 관련해 두 정상은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쿼드'를 포함해 동맹, 파트너와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살엄음판을 걷고 있는 것은 오히려 바이든 정부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행보에 한국이 일본처럼 적극 호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보수언론들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2일자 사설에서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은 6·25 전쟁 이후 미국과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 위협에 대응하며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반면 2000년 역사에서 중국이 부상할 때는 굴종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나라가 망하기도 했다. 미국의 ‘반중 전선'에서 제외된 한국이 70년 간 걸었던 평화 번영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을까 두렵다.” (<조선일보> 사설 중) 

김 대표는 이같은 인식에 대해 "미국의 흐름에 너무 밀착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제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미국의 이런 흐름에 너무 밀착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 내에서도 기업들은 일본 정부가 ‘반중’ 목소리를 높게 내는 것을 그다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입장에서는 국익을 고려해 눈치껏 미국 정부와 관계를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는 반중 정책에 무작정 드라이브를 걸 수 없다. 미국이 오히려 살얼음판 위에서 인권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동맹국들을 엮어내려고 하는데 생각하는 것만큼 효과가 나지 않아 당황하고 있다는 평가가 워싱턴 정가에서 보는 시각이다. 

분단국가로서 한국이 군사정권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뤘다는 것은 워싱턴 오피니언 리더들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한국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체제를 만들려는 당위성은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원칙적인 입장과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괜히 마음 졸이고 조급해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관계를 갖고 친분을 유지하는 미 의회 외교위위원회 의원들은 한국 충분히 공감을 한다. 최근 바이든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공식화했다. ‘20년 전쟁’에서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미국이 더 이상 지배구조를 목표로 국제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7일 성명을 발표해 "이미 정상적인 양국 관계 범주를 완전히 넘어선 것"이라며 "이는 제3자의 이익과 지역 국가들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해치고 아시아·태평양의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CVID' 용어가 빠진 이유 

김 대표는 또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CVID'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CVID는 북핵과 관련해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를 칭할 때 사용된다. 공동선언문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김 대표는 “바이든 정부가 조만간 대북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공동성명에 CVID를 표기하지 않는 것은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일본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CVID라는 표현은 미국의 의지가 반영돼 의도적으로 빠진 것이라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스타일을 볼 때, 개인적으로 대북정책에 대해 조금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난 것은 미국이 북한 김정은 정권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바이든 정부 입장에선 미국이 중국과 관계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이를 미국 시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를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과 블링컨은 트럼프와 스타일이 정반대다. 하지만 정통 외교관료 출신으로 점진적이라도 어떻게든 전진을 꾀하려는 방식이 ‘모 아니면 도’ 방식보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 북한의 변화도 중요한 변수다.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정권에 비해 서구적 정치.외교 문법에 익숙하고 유연하다. 김정일 정권 때도 북미수교 직전까지 갔었다.” 

한국 극우세력, 청문회 개최는 성공했으나... 

김 대표는 한국 정치와 언론이 ‘고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5일 있었던 미국 의회의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와 관련 한국 정부 대응에 분명한 성과도 있었지만 한계도 보였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극우 정치세력이 공화당 크리스 스미스 의원에게 로비를 해서 이 문제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증인 선정에 실패함으로써 내용적으로는 실패했다. 원래 청문회에는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입장에 있는 증인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주의자들은 ‘팩트’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누가 이인호 전 주러시아대사, 고든 창 등이 주장한 ‘문재인 정부가 독재정권에 가깝다’는 말을 믿겠나. 청문회 과정에서 스미스 의원도 이들 주장에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엿보였다. 청문회 끝 무렵 스미스 이원이 증인들에게 "문재인 정권이나 북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처벌(penalty)이 있는가"라고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증인들 또한 518왜곡처벌법과 공영방송 경영진을 친정권 성향인물로 교체했다는 두 가지 이유 밖에 대지 못하고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다만 스미스 의원이 이 이슈에 대해 의지를 갖고 계속 챙길 것으로 보인다. 원래 대북전단법 이슈는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의 곁다리 격인 마이너한 이슈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커졌나? 한국의 정치권에서 랜토스 위원회의 기능과 권위에 대해 함부로 발언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 9일 기자설명회에서 이 청문회에 대해 “의결 권한이 없는 등 한국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 연구모임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주권 침해”라는 강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에 청문회를 개최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에 의한 유태인 대학살) 생존자인 랜토스 전 하원의원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초당적 위원회다. 

“랜토스 전 의원은 홀로코스트 문제를 미국 정치에서 주요 인권 이슈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평가 받는다. 랜토스 전 의원은 2007년 7월 30일 연방 하원본회의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생전에 여러차례 "위안부 결의안 통과가 내 임무"라고 말했다. 랜토스 위원회 이전에 인권 이슈는 미 의회의 ‘인권 코커스(Congressional Human Rights Caucus)’에서 다뤄졌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도 이 코커스로 문제를 들고 가서 논의했다. 이런 ‘인권 코커스’가 랜토스 위원회가 되면서 위상이 높아진 셈이다. 코커스는 의원이 직접 설립하는 동아리 성격의 기구인 반면 위원회(commission)는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설립이 가능하며 구성도 양당 리더들과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 

랜토스 위원회는 의결권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원 외교위원회의 인권소위원회만큼이나 영향력이 있다. 또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공화당에서 민주당하고 소통이 되는 몇 안 되는 합리적 보수에 속하는 의원이다. 게다가 영향력이 크지 않더라도 인권, 평화 등을 논의하는 기구는 존중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여권에서 보인 반응은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주미 한국대사관, 접경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지방정부인 경기도 등이 미국 민주당 쪽을 통해 반대 토론을 진행할 증인들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직접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전수미 변호사의 얘기가 효과적으로 비중 있게 전달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 

대면 청문회였다면 이인호 전 대사 등 청문회의 현안과 거리가 먼 문재인 정부 비판에 치중했던 인사들의 주장이 더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한계가 큰 청문회였다고 보여진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41909560525453?utm_source=dable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